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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메이저리거, 달라진 DNA의 배경

민창기 기자

입력 2016-02-10 09:43

수정 2016-02-1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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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메이저리거, 달라진 DNA의 배경
2010년 11월 13일 아오티 스포츠센터 야구장에서 열린 광저우아시안게임 대만전에서 3회 홈런을 때린 추신수가 이대호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광저우(중국)=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메이저리그 한국인 선수의 DNA가 완전히 달라졌다. 2013년 류현진(29·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의 견고한 벽을 깨트린데 이어, 지난해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아시아 내야수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켰다. KBO리그 출신 투수와 야수가 잇따라 성공을 거두면서 한국 프로야구를 바라보는 메이저리그의 시선이 바뀌었다.



이번 겨울 KBO리그를 대표했던 홈런타자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와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데 이어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가 뒤를 이었다. KBO리그 선수들에게 메이저리그는 오랫동안 바라볼 수는 있지만, 다다를 수 없는 '우리와 다른 야구 유전자를 갖고 있는 선수들이 뛰는' 꿈의 무대였다. 그런데 KBO리그 투수 류현진과 내야수 강정호가 한국 프로야구의 위상을 높이고 높은 문턱을 낮췄다. 물론, 한국야구가 경쟁력을 갖췄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박찬호가 1990년대 메이저리그의 원조 '개척자'였다면, 류현진과 강정호는 또다른 의미의 '개척자'다.

기존의 추신수(34·텍사스 레인저스),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이대호까지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국가대표 출신 7명이 동시에 뛰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한국야구가 자랑하는 최고 선수들이 동시에 메이저리그에 서게 된 것이다.

오랫동안 메이저리그의 한국인 선수들은 유사한 과정을 거쳤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눈에 띄어 한국에서 고교를 졸업하거나 대학 재학중에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청소년대회, 유니버시아드 등 국제대회 활약이 영향을 줬다. 입단 후 몇년씩 마이너리그에 머물며 경험을 쌓고 가능성을 인정받은 소수가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이들 모두 한국과 다른 메이저리그 시스템 속에서 육성됐다. 한양대를 중퇴하고 LA 다저스로 간 박찬호, 부산고를 졸업하고 시애틀과 계약한 추신수, 대학 재학중에 도전을 결정한 서재응 김선우 김병현 최희섭 등이 그랬다. 아마야구의 최고 유망주들이 미국으로 우르르 몰려간 시절이 있었다.

최근 몇 년간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어린 나이에 성급하게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던 유망주들이 줄줄이 실패했다. 몇 년간 이어지는 마이너리그 생활, 국내와 다른 환경을 극복하지 못한 낙오자가 속출했다. 이제 무모한 도전은 많이 사라졌다. KBO리그에서 경험을 쌓고 메이저리그로 가는 루트가 자리를 잡았다.

추신수를 뺀 6명이 KBO리그에서 성장한 토종 선수다. 4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 박병호, 지난해 두산 베어스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김현수는 KBO리그 성적, 경력만으로 메이저리그 구단 유니폼을 입었다. 특히 둘은 남다른 성장 스토리로 주목을 받았다. LG 트윈스 1차 지명 선수인 박병호는 1군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유망주에 머물고 있다가, 넥센 히어로즈로 이적해 거짓말처럼 잠재력을 꽃피웠다. 신일고를 졸업한 김현수는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두산 육성선수로 시작했다. 두 선수 모두 KBO리그가 만들어낸 최고 품질의 완성품이다.

오승환을 제외한 6명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프로에 뛰어들었다.

이대호와 오승환이 일본 프로야구를 거쳤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에서 능력을 키운 선수다. KBO리그 최고 선수는 일본에서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더 큰 무대로 간 케이스다. 오승환은 2년 연속으로 센트럴리그 구원왕에 올랐다. 이대호는 지난해 재팬시리즈 MVP다. '마이너리그 더블 A와 트리플 A 사이의 어디쯤 수준'으로 평가됐던 KBO리그가 메이저리그의 선수 공급처 중 하나로 부상했다.

오랫동안 한국인 메이저리거 다수는 투수였다. 최희섭 이후 추신수가 명맥을 이어가는 정도였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한국인 야수들의 잠재력을 낮게 봤다. 하지만 지난해 강정호가 의미있는 첫 걸음을 내딛은데 이어 올해 박병호 김현수 이대호가 가세해 타자 비중이 높아졌다. 7명 모두 1980년대 생으로 20대 말부터 30대 초반이다. 선수 수가 늘면서 포지션, 보직도 다양해졌다.

올해 메이저리그가 한국팬들 앞으로 바짝 다가올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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