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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졸한 일본, 한국 결승전 새벽녹화중계 변경

이원만 기자

입력 2015-11-20 10:53

수정 2015-11-20 17:55

치졸한 일본, 한국 결승전 새벽녹화중계 변경
◇20일 오전에 확인한 TV아사히의 방송 편성표. 한국이 나서는 프리미어12 결승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잠에 빠져있는 새벽 3시45분에 편성돼 있다.(빨간 사각형 안) 일본이 결승전에 탈락한 뒤에 바꾼 편성으로 보인다. 프리미어12를 만든 목적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처사다. 사진=TV아사히 편성표 캡쳐

끝까지 치졸한 일본이다. 자국 대표팀이 결승에 오르지 못하자 프리미어12 결승전 중계를 새벽 3시45분 녹화 중계로 변경 편성했다.



이번 대회의 주관방송사인 TV아사히 편성표에서 이를 확인했다. 20일 오전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일본의 3-4위 결정전은 낮 12시55분에 생중계한다. 그러나 한국이 나서는 결승전은 오후 7시에 생중계하지 않는다. 주관방송사로서의 임무를 저버린 행위다. 백번 양보해서 자국이 탈락했으니 프라임타임에 생중계 편성을 뺄 수는 있다. 그러나 녹화 중계로 변경해 편성한 시간이 문제다. 새벽 3시45분이다. 사실상 아무도 보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아무리 4강 한국전 대역전패의 충격이 크다고 해도 이는 치졸한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이런 행위는 프리미어12의 탄생 목적과도 어긋난다. 프리미어12는 일본야구기구(NPB)가 주도해 만든 세계 야구 국가대항전이다. 세계베이스볼소프트연맹(WBSC)과 손을 잡고 이 대회를 만든 목적은 크게 두 가지.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목적은 야구의 인기를 전세계적으로 끌어올려 2020년 도쿄올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재진입시키는 것이다. 부수적으로는 메이저리그가 주도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대항마를 만들어 세계 야구계에서 일본의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데 있다.

그러나 주관방송사가 대회의 꽃인 결승전을 모두가 잠든 새벽 3시45분에 편성했다는 건 '야구 인기 부흥'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처사다. 새벽 3시45분에 대회 결승전을 편성해놓고 '야구 인기 부흥'을 바란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같은 일본의 치졸한 처사는 이번 프리미어12 대회 기간 내내 벌어졌다. '일본의 초대 우승'에 혈안이 된 나머지 대회 일정을 마음대로 바꿨다. 개막전 선발인 오타니 쇼헤이가 좀 더 잘 던져 흥행에 유리하도록 엉뚱하게 개막전만 일본 삿포로돔에서 연 것은 시작이었다. 압권은 애초 20일에 열릴 예정이던 준결승을 8강전이 끝난 뒤 마음대로 19일로 바꿔버린 것(본지 18일자 단독보도)이다.

당초 WBSC가 만든 일정대로라면 B조 1위로 예선을 통과하고 8강전에서 승리한 일본은 20일에 4강전을 치러야 했다. 그러나 16일 8강전에서 일본이 승리하자 갑자기 4강전 일정이 변경됐다. 그 배경은 일본이 4강전을 19일에 치르고 하루 쉰 뒤 결승전에 총력을 쏟아붓기 위해서라고 파악된다.

이렇게 비상식적으로 준결승 일정을 바꿔버리는 바람에 한국 대표팀은 힘든 여정을 겪어야 했다. 17일 오후 대만 타이중에서 8강전을 치른 뒤 선수들은 2시간 떨어진 타이베이 숙소에서 불과 1~2시간 밖에 자지 못한 채 새벽부터 짐을 꾸려 일본행 비행기에 올라야 했다. 다음날인 18일 오전 7시10분발 도쿄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서였다.

게다가 경기 전날에 필수적인 도쿄돔 훈련시간도 오후 4시30분부터였다. 반면 일본은 오후 8시30분으로 여유있게 늦춰놨다. 때문에 일본 대표팀은 대만에서 느긋하게 비즈니스석을 이용해 편하게 이동했다.

국제적인 대회의 '호스트'라면 손님에 대한 배려가 우선돼야 한다. 그래야 호스트도 존경을 받고, 해당 대회의 가치도 빛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일본은 처음부터 끝까지 속좁은 '호스트'였다. 이로 인해 자기들이 만든 대회를 오히려 퇴색시켰다. 자기 얼굴에 먹칠을 한 꼴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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