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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구장 추가경기? 환경 개선이 먼저다

민창기 기자

입력 2015-09-02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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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구장 추가경기? 환경 개선이 먼저다
김기태 감독이 청주구장 3루쪽 덕아웃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선수들이 경기 중에 머리를 부딪힐 것 같다. 스펀지같은 걸로 보호대를 만들어야할 것 같다."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전이 열린 1일 청주구장. 3루쪽 덕아웃에 들어선 김기태 KIA 감독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덕아웃 뒤쪽과 앞쪽 공간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천장 돌출부분이 낮았다. 평균 신장의 성인이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야 할 정도였다. 천장 높이를 살펴본 김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 중에 부딪히면 머리를 크게 다칠 수도 있다"며 구단 프런트에 응급조차를 요청했다. 경기장에 스펀지가 있을 리 없다. 급한대로 노대권 운영팀장 등 현장 프런트가 돌출부분에 흰색 테이프를 붙였다. 충돌 완화는 어렵고, 선수들에게 조심하라는 경고 표시였다.

원정팀 입장에서 보면 불편한 게 많은 청주경기다. KIA 선수단은 청주에 마땅한 숙소가 없어 대전 유성에 위치한 호텔에 짐을 풀었다. 이날 KIA 선수단은 숙소를 출발해 45분 걸려 청주구장에 도착했다.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이동거리다.

경기장 시설도 아쉬운 게 적지 않다. 감독실은 물론, 코칭스태프를 위한 공간이 전혀 없다. 선수단 라커와 식당이 전부다. 배수 때문에 그라운드와 덕아웃의 경사를 크게 했는데, 이 또한 선수들에게 상당히 낯설었다. 수비훈련 때 펑고를 치던 김민우 수비코치는 "인조잔디라서 그런지 공이 잘 안 튄다"고 했다.

김기태 감독은 "감독이 된 후 청주구장은 확실히 처음이고, 한 10년 만에 온 것 같다. (인하대 재학시절인)지난 1988년 전국체전 때 청주구장에 처음 왔던 것 같다. 예전에는 외야 스탠드에 가스통을 놓고 오징어를 구워 팔아 불안했다"고 말했다.

청주구장을 제2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한화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홈경기인데 청주에 숙소를 잡고 원정경기처럼 치러야 한다. 연고지역인 청주팬을 위해 올해 5경기를 잡았다. 경기가 열릴 때마다 축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날 청주구장은 1만석 매진을 기록했다. 청주시는 잔여경기의 추가 배정을 요청했다.

물론, 팬 서비스와 프로야구 저변 확대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프로에 걸맞는 경기장 환경을 먼저 갖춰야 한다. 청주구장이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 해도 최근 문을 연 신형구장은 물론, 기존구장보다 시설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 최근 프로팀과 지자체들은 경기장 시설 개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최신 시설을 갖춘 포항구장과 울산구장이 개장해 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가 제2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날 경기의 시구자는 이시종 충북지사였다. 이 지사는 시구가 끝난 뒤 다른 일정이 있다며 경기장을 떠났다.

지난 1979년 개장한 청주구장은 지난 2013년 천연잔디를 인조잔디로 바꾼데 이어, 올해 다시 리모델링을 했다. 중앙 펜스까지 거리를 110m에서 115m까지 뒤로 밀었고, 펜스 높이를 2.5m에서 4.3m(펜스 안전망까지 포함 5.8m)로 높였다. 홈런이 쏟아지는 '미니구장'의 오명을 어느 정도 희석시켰다. 하지만 손님을 받으려면, 더 좋은 콘텐츠를 즐기려면 적극적인 투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청주=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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