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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 눈앞에 있다면' 선수들의 속마음은

입력 2015-08-2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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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 눈앞에 있다면' 선수들의 속마음은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고, 기존 기록을 깨트리는 것은 야구의 묘미이기도 하다.



기록 달성은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그러나 목표하던 기록이 눈앞으로 다가오면 전에 없던 부담감을 느끼는 등 고비가 찾아온다.

NC 다이노스의 에릭 테임즈가 30홈런-30도루(30-30)의 마지막 퍼즐을 2주일 넘게 맞추지 못하는 등의 '아홉수' 현상도 종종 나타난다.

올 시즌 들어 37개의 홈런을 때린 테임즈는 지난 12일 29호 도루에 성공하며 30-30 달성 기대감을 높였으나, 27일까지 도루 1개를 추가하지 못했다.
늘 "경기를 즐기려고 한다"고 말해온 테임즈지만, 기록을 앞두고 부진에 빠진 요즘 그의 표정은 밝아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연속 안타' 신기록을 향해 달려갔던 SK 와이번스의 이명기는 자신의 기록에 대해 주변에서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기록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고 돌아봤다.

이명기는 지난해 7월 27일부터 9월 13일까지 28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벌여 주목받았다. 이는 박종호(현대-삼성·39안타), 박정태(롯데·31경기)에 이어 박재홍(SK)과 함께 역대 공동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27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명기는 "계속 안타를 칠 때는 별 의식을 안 했는데, 26경기 연속 안타를 친 이후 인터뷰도 많이 하고 기사가 많이 나오니 의식을 하게 됐다"며 "그 순간 끝났다"고 말했다.

기록 달성 여부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이명기로서는 작년에 처음으로 1군에서 풀시즌을 뛰었기 때문에 언론과 주변의 관심이 더욱 익숙지 않았다. 그는 "1군에서 처음 뛰니까 관심을 받는 게 신기했다"고 말했다.

다시 기록 달성의 기회가 온다면 더 의연하게 대처하겠느냐는 질문에 이명기는 "변하려고는 하는데 똑같이 하게 될 것 같다"며 웃었다.
NC 다이노스의 나성범은 지난 22일 20호 홈런을 쏘아 올리면서 20홈런-20도루(20-20)를 달성했다. 한국 프로야구 통산 41호, 시즌 3호이고, 한국인 타자로서는 시즌 1호다.

사실 나성범이 올 시즌을 앞두고 내건 목표는 30홈런-30도루(30-30)였다.

나성범은 "30-30을 충분히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어려운 기록이다"라며 "왜 그동안(15년간) 30-30을 달성한 선수가 없었는지 알겠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록 욕심을 내다보니까 삼진이 많아졌다"고 기록에 대한 의식이 주는 은근한 압박감을 설명했다.

그는 "능력은 있어도 아직 그런 걸 이겨내는 버릇이 안 돼 있다"며 "30-30을 위해 먼저 20-20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SK와의 경기 전 인천 SK행복드림구장 더그아웃에서 이런 인터뷰를 하는 나성범을 보고 같은 팀의 베테랑 투수 손민한은 지나가면서 "성범아, 너는 충분히 할 수 있다"며 격려의 말을 건넸다.

이날 나성범은 첫 타석에서 곧바로 홈런포를 가동해 20-20을 완성했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부담스러운 관심이 아닌 진심 어린 지지와 격려가 선수에게 힘을 준 모습이었다.

abbie@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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