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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스, 결국 그도 괴물 아닌 사람이었다

김용 기자

입력 2015-08-27 21:41

로저스, 결국 그도 괴물 아닌 사람이었다
2015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27일 마산야구장에서 열렸다. 4회를 무실점으로 막고 내려오던 한화 로저스가 관중의 환호에 환하게 웃고 있다. 한화는 선발투수로 3승 방어율 1.31의 로저스를 내세웠다. NC는 15승 4패 방어율 2.67의 해커가 선발 등판했다. 마산=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8.27/

한화 이글스 에스밀 로저스. 그도 괴물이 아닌 인간이었다.



로저스의 무패 행진이 NC 다이노스에 의해 저지됐다. 한화는 27일 창원 NC전에서 1대4로 패했다. 로저스는 이날 경기 한국 데뷔 후 5번째로 선발 등판해 첫 패전을 기록했다. 4경기 완봉승 2번, 완투승 1번. 지금껏 해왔던대로 잘던졌다. 하지만 마지막 마무리에 아쉬움이 남았다.

로저스의 위력은 여전했다. NC 타자들이 경기 중반까지 로저스의 공에 제대로 손을 대지도 못했다. 5회 1사 후 나성범의 2루타가 터지기 전까지 NC는 1회 김준완이 얻어낸 볼넷 출루가 유일했다. 직구 위력은 기본, 슬라이더와 커브의 위력이 모두 대단했다. 변화구가 떨어지는 각도, 제구까지 완벽했다. 5회까지 1안타 2볼넷 8탈삼진으로 호투했다. 직구 최고구속 155㎞. 슬라이더는 142㎞를 찍었다.

문제는 터지지 않는 타선과 투구수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15승으로 다승 부문 공동 1위를 달리고, 8월 4승의 상승세인 에릭 해커 역시 한화 타선을 상대로 엄청난 투구를 이어갔다. 그 사이 로저스의 투구수가 늘어났다. 투구수 100개가 임박한 5회 나성범에게 첫 안타를 맞았고, 6회 1사 후 박민우가 정타를 만들며 우측 펜스 바로 앞까지 타구를 날려보냈다.

문제는 6회 2사 후 터졌다. 1회에도 볼넷을 얻어냈던 NC 2번 김준완이 또다시 로저스를 괴롭히며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이어 3번 이종욱의 좌중간 안타가 터졌다. 이 것도 로저스에겐 불운. 1루주자 김준완이 도루를 시도해 유격수 강경학이 2루 베이스커버를 들어갔는데, 공교롭게도 타구가 강경학이 원래 서있던 곳으로 날아갔다. 직선타가 될 타구가 안타로 변신했다.

투구수 110개가 넘어간 순간. 참으로 애매한 타이밍이었다. 힘이 떨어졌고, 제구가 흔들리는게 느껴지는데 그렇다고 상대에 위압감을 주는 로저스를 교체하기도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타석에는 4번 조영훈이 서있었다. 6회초 수비를 앞두고 이날 경기 부진한 에릭 테임즈를 김경문 감독이 교체해버렸는데, 천금의 찬스가 조영훈에게 걸렸다.

결국 무너졌다. 조영훈에게 역전 2타점 우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이어 등장한 나성범에게 1점을 더 허용하는 좌중간 2루타를 맞았다. 경기 초중반 NC 타자들은 로저스의 공을 제대로 건드리지도 못했다. 그러던 타자들이 제대로 된 타구를 연속해서 만들어냈다. 힘이 빠졌다는 증거였다. 지난 4경기 중 3경기 완투를 했고, 나머지 1경기도 7⅓이닝을 소화한 로저스였다. 이날도 총 129개의 공을 던졌다. 결국 로저스도 인간이었다.

6이닝 4피안타 3볼넷 9탈삼진 3실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다. 결코 못던진 게 아니다. 하지만 로저스라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남는다. 6회 승부처에서 심판 판정도 머릿속에 계속 남을 것이다. 애매한 스윙, 스트라이크 판정이 연달아 나왔다.

언젠가 로저스도 질 수 있었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한화가 5위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결국 앞으로도 로저스가 등판하는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해줘야 한다. 당장 다음주 9월 1일 KIA 타이거즈전, 6일 두산 베어스전 2번의 등판이 유력하다. 아무리 잘던지는 로저스라도 투구수 관리 등을 해줘야 지금의 구위를 계속해서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연속 완봉, 완투승의 환상은 잊고 1명의 에이스급 선발투수로 그를 바라봐야 한다. '로저스가 나가면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경기를 바라봤다가는, 패했을 때 전해지는 충격이 몇 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창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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