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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전 끝낸 넥센 서건창, '서교수'의 은밀한 매력

이명노 기자

입력 2015-03-29 10:06

수정 2015-03-2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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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전 끝낸 넥센 서건창, '서교수'의 은밀한 매력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2015 프로야구 개막전이 28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12회말 1사 넥센 서건창이 우월 끝내기 솔로포를 치고 들어오며 환호하고 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3.28/

넥센 히어로즈 서건창은 언제나 모범적인 답변으로 유명하다. 평소 야구를 대하는 태도처럼 매사에 진지하다. 별명이 '서교수'일 정도다.



개막전에서도 그랬다. 그는 34년 역사의 프로야구에서 역대 세 번째 개막전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2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개막전에서 연장 12회말 1사 후 끝내기 솔로홈런을 터뜨려 팀에 5대4 승리를 안겼다. 넥센은 서건창 덕에 창단 처음으로 홈에서 열린 개막전에서 승리하는 감격을 누릴 수 있었다.

4시간 22분의 혈투. 집중력이 떨어질 만도 한 시간이다. 게다가 그는 장타를 펑펑 때려내는 홈런 타자가 아니다. 지난해 타격왕이지만, 통산 홈런은 8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제대로 잡아당긴 타구는 우측 담장을 그대로 넘어갔다.

시즌 1호이자, 개인 첫 끝내기 홈런. 또 개막전 끝내기 홈런은 1982년 MBC 이종도와 2008년 SK 정상호 이후 세 번째 나온 진기록이었다.

경기 후 서건창은 "유리한 카운트에 운이 좋았던 것 같은데, 사실 그 순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웃었다. 어떻게든 출루를 생각하고 집중한 탓이다. 그는 홈런에 대해 "바람 덕분"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역시 모범적인 답변이 이어졌다. 서건창은 "힘든 경기에서도 동료들이 한 점 한 점 따라가줘서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동료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덕아웃에서 힘을 내준 동료들에게 공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어떻게 보면 재미 없을 수 있는 답변. 하지만 서건창은 끝까지 묘한 매력을 발산했다. 오랜 인고의 시간을 거친 그를 한 번에 설명하는 한 마디. 그는 "오늘 경기를 매듭짓는 홈런을 쳐서 짜릿했지만, 내일 경기는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겠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지난해 타격왕, 서건창은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레벨의 타자로 올라섰다. 하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지금의 타격폼을 만들어냈듯, 그는 만족하는 것을 경계했다. '오늘과 내일은 분명히 다르다'는 태도. 지금의 서건창과 앞으로의 서건창을 만드는 마음가짐 아닐까. 만족을 모르는 '서교수', 올해도 팬들은 그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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