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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칼럼]요코하마의 야구 다큐멘터리 무엇을 담았나

노재형 기자

입력 2014-12-16 07:51

지난 6일 일본 내 9곳의 영화관에서 개봉돼 관심을 끌고 있는 야구 다큐멘터리가 있다. 제목은 '덕아웃의 저 편'으로 지난 1년간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일상을 촬영한 순수 야구 다큐멘터리다.



요코하마가 진행하고 있는 이 다큐멘터리는 지난 2012년 시작해 올해로 3년째다. 한국에서도 2009년 롯데 자이언츠를 테마로 한 '나는 갈매기(권상준 감독)'라는 작품이 있었는데, 요코하마의 경우 1년 내내 카메라를 잡은 사람은 영상 전문가가 아니다. 방송국 출신의 구단 직원 미키 신타로 영상 사업부장이 감독을 맡아 작품을 연출했다. 미키 부장은 1년 동안 카메라에 담은 총 225시간 분량의 영상을 편집해 작품으로 구성했다.

특징은 의도된 연출이 없다는 것. 구단 공식 카메라이기 때문에 찍을 수 있는 덕아웃의 뒷모습이나 라커룸과 불펜, 감독과 선수단의 미팅 장면 등 야구장의 일상들을 차분하게 소개하고 있다.

작품에는 '지금을 산다는 것'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영상에는 야구 선수의 고뇌와 기쁨도 나오고 있지만 그것은 야구 선수만 갖는 감정은 아니다. 일반인들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선수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해당 선수가 나올 때마다 화면에 글자가 소개된다. '경쟁 사회에서 사는 당신에게', '분함을 힘으로 바꾸고 싶은 당신에게', '가족을 사랑하는 아빠에게' 등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다.

요코하마는 1998년 이후 16년간 우승을 한 번도 하지 못했고, 센트럴리그 최하위의 수모를 9번이나 당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는 2년 연속 5위에 그쳤다. 성적이 부진한 요코하마 선수들이 덕아웃 뒤에서 좌절하는 모습과 그 선수에게 다가가 격려하는 동료 선수, 코치들의 모습이 실제 모습 그대로 나온다. 뿐만 아니라 고통을 극복해 가며 현재의 위치로 올라선 선수들의 당당한 모습도 비쳐지고 있다.

요코하마가 매년 이 작품을 제작하는 배경에는 촬영을 담당하는 구단 직원 말고도 나카하타 기요시 감독의 역할도 크다. 숨기고 싶은 부분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선수들의 인간미나 야구의 깊이를 알게 된다는 점을 나카하타 감독은 강조하고 있다.

필자가 영화관을 찾아간 지난 일요일 오후, 남녀노소 다양한 세대의 팬들이 몰려든 극장은 186석 매진이었다. 상영중 한 커플은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가 부상을 당하고도 고통을 숨기면서 플레이를 하는 모습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작품을 보러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았다는 40대의 한 여성은 "저는 요코하마가 아닌 다른 팀 팬인데 야구를 좋아해서 보러 왔다. 여러 선수들이 지금을 살고 고통을 넘어가려고 하는 에피소드는 제 자신이 실망할 때나 자신감을 잃었을 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작품은 요코하마 팬이 아니더라도 흥미를 갖고 접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다. 13일부터는 DVD로 판매되고 있다. 요코하마 구단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는 영화에서 제외됐던 스토리까지 공개하고 있어 한국 야구 팬들에게도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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