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준PO] 2번의 홈블로킹, NC 승리를 지켜낸 포수 김태군의 힘

이원만 기자

입력 2014-10-24 23:07

more
 2번의 홈블로킹, NC 승리를 지켜낸 포수 김태군의 힘
24일 잠실구장에서 2014프로야구 준PO 3차전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LG가 마산 원정 1, 2차전을 승리하며 PO 진출에 1승 만을 남겨놓고 있다. LG 리오단과 NC 찰리가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LG 5회 무사 1, 3루에서 이병규의 외야 뜬 볼 타구 때 3주주자 오지환이 홈까지 쇄도했다. 김태군 포수에게 태그 아웃을 당하자 합의판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10.24

포수는 참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그라운드에서 가장 바쁜 포지션이다.



따져보자. 일단 투수에게 볼배합 사인을 내야 한다. 경기의 첫 맥을 풀어가는 임무다. 다음으로는 투수가 던지는 공을 잘 받아내야 한다. 기술적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공을 안쪽으로 끌어오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런가하면 블로킹도 해야 한다. 원바운드성 공이 뒤로 빠지지 않게 막는 것도 엄청난 스킬.

여기서 끝이 아니다. 때에 따라 내·외야 수비진의 위치를 조정하는 임무도 있다. 도루 저지를 위한 송구 능력도 갖춰야 한다. "2루 송구가 안되는 포수는 쓸모가 없다"고 평가하는 감독들이 많다. 마지막으로 홈으로 쇄도하는 주자를 막는 것도 중요한 임무다. 좋은 위치를 선점한 뒤 수비의 송구를 재빨리 받아 주자를 태그해야 한다. 이걸 못하면 그대로 점수를 준다.

NC 다이노스 주전포수 김태군은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이렇게 많은 임무를 상당히 원활하게 소화해냈다. 선발 찰리에 이어 임창민-원종현-손민한-이민호-김진성 등 9회까지 모두 6명의 투수와 호흡을 맞춰 팀의 4대3, 1점차 승리를 이끌었다.

볼배합이나 캐칭 능력은 딱히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리고 수비진들의 위치도 수시로 조정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특히 4-3으로 앞선 9회말 1사 후 이병규(7번)가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마스크를 벗어들고 수비진에게 손짓으로 위치를 조정하는 모습에서는 관록이 묻어나왔다.

그런데 한 가지 측면에서는 빈틈을 보였다. 이날 김태군의 거의 유일한 흠. 바로 폭투에 대한 블로킹 능력이었다. 자칫 팀의 역전을 부를 뻔한 장면. 4-2로 앞선 8회말 수비. 1사 2, 3루에서 손민한이 LG 대타 이병규(9)를 상대로 볼카운트 1B에서 던진 2구째 원바운드 볼을 막아내지 못하고 뒤로 빠트렸다. 워낙 심한 폭투였지만, 김태군이 완전히 막지 못할 공도 아니었다. 이 폭투 때 3루 주자 문선재가 홈을 밟아 LG가 1점 차로 따라붙었다.

하지만 김태군은 곧바로 다음 장면에서 자신의 실수를 멋지게 만회했다. 포수의 또 다른 업무. 주자의 홈쇄도를 완벽하게 막은 것이다. 계속된 1사 3루 때 이병규는 바뀐 투수 이민호를 상대로 2루 땅볼을 쳤다. LG 3루 주자 황목치승이 스타트를 끊었고, 공을 잡은 NC 2루수 박민우도 동시에 재빨리 홈으로 공을 던졌다.

이때 김태군은 왼쪽 다리를 바닥에 굽혀 황목치승이 들어오는 길목을 제대로 막았다. 완벽한 위치 선정이었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한 황목치승의 손이 김태군의 다리에 막혀 홈플레이트에 닿을 수 없었다. 그 사이 박민우의 공을 잡은 김태군은 황목치승을 태그 아웃시켰다. 동점을 막아낸 멋진 장면. 이 장면에 관해 김태군은 "LG가 컨택트 플레이를 하더라. 그래서 '3루 주자가 헤드 퍼스트슬라이딩을 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점수를 안 주려고 홈플레이트를 막았다"고 밝혔다.

김태군의 홈 블로킹은 이번 뿐만이 아니었다. 2-2로 맞선 5회말 무사 1, 3루에서도 이병규(7번)의 뜬 공을 잡은 중견수 나성범의 정확한 홈송구를 잽싸게 잡아 3루로 슬라이딩 한 오지환을 태그아웃시켰다. LG 양상문 감독이 비디오 합의 판정을 요청했지만, 아웃이었다. 김태군의 캐치에 이은 태그가 물 흐르듯 완벽하게 이뤄졌기에 아웃이 될 수 있던 장면이다.

이날 두 번의 홈 블로킹은 결국 NC의 1점차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 이날의 MVP는 결승 홈런을 친 이호준이었지만, 숨은 공헌자 '히든 플레이어'는 김태군이 확실하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