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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대형, 시즌 초의 집중력을 되살려야 한다

이원만 기자

입력 2014-07-3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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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대형, 시즌 초의 집중력을 되살려야 한다
24일 오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14 프로야구 LG와 KIA의 경기가 열렸다. 2회말 1사 1루서 1루주자 이대형이 김주찬 타석 때 2루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KIA는 이 도루로 프로야구 최초 팀 통산 4000도루를 기록했다. 광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7.24.

KIA 타이거즈의 '선봉장' 이대형(31)이 최근 부진하다. 타격은 정확도가 급격히 떨어졌고, 수비는 허술하다. 일시적인 부진일까. 아니면 처음의 각오을 잃은 결과일까. 이유가 어찌됐든 지금의 모습에서는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



이대형은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FA로 고향팀 KIA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처음 KIA가 이대형과 FA 계약을 맺었을 때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FA로 팀을 떠난 이용규의 공백을 과연 이대형이 잘 메워줄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이 쏟아졌다. 그럴만도 했다. 이대형은 전 소속팀 LG 트윈스에서 지속적으로 기록이 저하되던 선수였다. 2013시즌에는 거의 대주자로나 경기에 나섰다.

▶7월 이후 무뎌진 방망이

이대형도 이런 우려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올해 초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 누구보다 강한 각오를 다지며 훈련에 매진했다. 지난 2월 캠프 현지에서 만난 이대형은 "솔직히 그 동안 야구를 너무 못했다. 고향팀 KIA에서 다시 야구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말을 실천하기 위해 이대형은 강한 집중력을 앞세워 훈련에 임했다. 타격폼도 고쳤다.

성과는 확실히 나왔다. 시즌 초반 이대형은 팀의 리드오프 역할을 맡아 빼어난 출루율을 보여줬다. 타율이 3할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중견수로서도 특유의 폭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했다. 그로 인해 이대형은 대표적인 'FA 성공사례'로 손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건 6월까지의 이야기다. 7월 이후의 이대형은 다시 LG 시절로 돌아간 듯 하다. 기본적으로 타격 기록이 이를 말해준다. 시즌 개막 이후부터 6월30일까지 이대형의 타율은 2할8푼3리(276타수 78안타)에 이르렀다. 출루율은 3할3푼6리였다. 이 정도면 꽤 괜찮은 리드오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7월 이후의 성적은 뚝 떨어졌다. 타율은 2할5푼8리(66타수 17안타)에 출루율은 3할1푼이었다. 범위를 22일부터 시작된 후반기로 좁혀보면 이대형의 부진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후반기에 치른 7경기에 이대형의 타율은 겨우 1할6푼7리(24타수 4안타)에 그치고 있다. 출루율 역시 2할5푼9리까지 떨어졌다. 이 정도면 심각한 부진이다.

4~5월 한창 뜨거운 타격을 보일 때의 이대형은 새로 바꾼 타격폼에 완전히 적응을 마치고 상대의 변화구에 유연하게 대처하곤 했다. 밀어치는 안타도 많이 나왔다. 그러나 최근 이대형은 헛스윙 빈도가 부쩍 늘어났다. 상대투수의 유인구에 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사라진 수비 집중력

타격 부진은 수비에서의 집중력 저하로도 이어진다. 최근의 이대형은 중견수비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안타 이후의 송구 방향 선택이나 뜬 공 수비 때의 콜플레이 등에서 허술한 모습이 자주 보인다. 가장 최근에 나온 두 가지 장면을 근거로 들 수 있다. 우선 27일 대전 한화 이글스 전. 팀이 12-0으로 크게 앞선 3회말 수비 때였다. 1사 만루 때 한화 2번 이학준의 중전 적시타를 쳤다. 2명의 주자가 들어왔고, 1루 주자 정근우는 2루를 돌아 3루로 내달렸다.

타구를 잡은 위치, 그리고 정근우의 주루 상황을 감안하면 3루가 아닌 2루로 송구해 차라리 이학준이 2루까지 가는 것을 막는 것이 바람직했다. 그러나 이대형은 3루로 공을 던졌다. 정근우를 잡기 위한 전력 송구도 아니었다. 엄연한 판단 미스다. 그 사이 이학준은 손쉽게 2루까지 진루했고, 최진행의 2루 땅볼 때 3루로 간 뒤 김태균의 안타 때 홈을 밟았다.

결과론이지만, 만약 이학준이 2루까지 못 갔더라면 최진행의 2루 땅볼 때 병살플레이를 유도해 이닝을 마감할 가능성도 있었다. 사소한 판단 미스가 불필요한 실점을 부른 사례다. 비록 이 경기는 KIA의 승리로 끝났지만, 선발 양현종은 평균자책점에서 손해를 봤다.

또 하나의 사례는 29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이다. 팀이 2-1로 앞선 5회말 2사 2, 3루. 4번 나성범이 친 타구가 중견수 앞쪽으로 떴다. 약간 애매한 위치지만, 이대형의 주력을 감안하면 충분히 잡을 만 했다. 그런데 2루수 안치홍과의 콜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바람에 결국 아무도 공을 잡지 못했다. 결국 2명의 주자가 들어와 역전을 허용하고 만다.

실책으로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거의 실책이나 다름없는 수비였다. 물론 안치홍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는 타구를 정면으로 보고 달려오는 중견수 이대형이 확실하게 콜플레이를 해줬어야 한다. 그러나 이대형은 스스로 잡을 것인 지 아니면 양보할 것인 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대형 참사를 초래하고 말았다.

이렇게 공수에 걸친 최근 이대형의 부진은 근본적으로 체력 저하에 따른 영향으로 파악된다. KIA에서 의욕적으로 초반 많은 경기에 전력을 쏟다보니 시즌 중반 이후 체력적으로 지친 것이다. 충분히 납득이 간다. LG 시절 후반의 이대형은 출전기회가 많지 않았다. 현재의 강행군이 버거울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진을 그냥 이해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이대형이 KIA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다. 리드오프이고, 수비의 핵인 센터라인을 맡고 있다. 게다가 KIA는 시즌 막판 힘겨운 4위 싸움을 하고 있다. 이대형의 분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떨어진 체력이 당장 회복되긴 힘들겠지만, 집중력은 얼마든지 새롭게 가다듬을 수 있다. 지금의 이대형에게 가장 필요한 건 4~5월의 느낌과 집중력을 다시 찾는 일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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