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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정성훈-오지환 교체 결단 속에 담긴 의미

김용 기자

입력 2014-07-23 10:17

LG, 정성훈-오지환 교체 결단 속에 담긴 의미
5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프로야구 NC와 LG의 주말 3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LG는 전날 NC에 6대3으로 승리하며 5연승을 기록중이다. 경기 전 LG 양상문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창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7.05

전반기 4위 롯데 자이언츠를 5.5경기 차이로 추격한 LG 트윈스. 22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후반기 첫 경기는 목숨 걸고 뛰어야 하는 경기였다. 롯데 뿐 아니라 이날 경기 전 6위 자리를 지키던 KIA도 꼭 이겨야 하는 팀이었다. 상위 팀들과의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둬야 승차를 줄일 수 있었다. 그런데 양상문 감독은 승리에 대한 '올인'과는 관계 없는 파격적인 선수 교체를 경기 초반 단행했다. 올시즌 LG의 미래를 보여주는, 매우 의미심장한 교체였다.



상황은 3회말 발생했다. LG는 2회초 상대 에이스 양현종을 상대로 3점을 선취하며 쉽게 경기를 푸는 듯 했지만, 2회말 곧바로 3실점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불펜 싸움에서 KIA에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기에 비슷한 스코어로 경기만 이어간다면 후반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3회말 동료들의 힘을 빠지게 하는 수비 실책과 실책성 플레이가 나오며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3회 2점을 내주는 과정이 좋지 않았다. 3-5라면 남은 이닝에서 충분히 역전을 노려볼 만 했지만, 어쩐지 팀 분위기는 살아나지 않았다.

베테랑 정성훈과 유격수 오지환의 플레이가 아쉬움을 남겼다. 선두타자 이대형이 평범한 유격수 땅볼을 쳤다. 오지환이 공을 잡아 송구를 했다. 송구가 정성훈 몸 기준으로 오른쪽 방향, 조금 낮게 왔다. 하지만 충분히 잡아내야 하는 공이었다. 그런데 정성훈이 공을 놓치며 이대형이 살았다. 1루수 실책. 리오단은 다음 타자 필에게 중월 2루타를 허용했고 무사 2, 3루 위기서 4번 신종길에게 1타점 역전 적시타를 맞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리오단은 다음 타자 안치홍을 상대로 유격수 땅볼을 이끌어냈다. 충분히 병살 처리가 가능한 타구. 하지만 오지환이 공을 더듬고 말았다. 2루에서 1루 주자는 잡아냈지만 1루에서 안치홍이 세이프됐다. 3루주자 필이 홈을 밟았다. 안줘도 될 점수 2점을 줬다. 오지환의 경우 2회말 3점을 주는 과정에서 박준태의 안타 과정을 마음 속에서 지우지 못한 모습이었다. 유격수 방면 땅볼이 불규칙 바운드가 되며 오지환이 잡을 수 없었고 외야로 흘러나가는 1타점 적시타가 됐다. 그 상황과 이대형을 내보낸 실수를 만회하고자 병살 처리를 하기 위한 과정이 급했고, 공이 글러브에 들어오지 않은 상태에서 넥스트 플레이를 하려다 실수가 나오고 말았다.

중요한 것은 3회말 수비 후 양 감독이 정성훈과 오지환을 곧바로 채은성과 황목치승으로 교체했다는 점이다. 점수를 줬지만 2점차에 4회부터 공격을 시작하는 것이었다면 충분히 해볼 만 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정성훈, 오지환은 공격에서 확실히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주축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양 감독은 단호했다. 채은성은 기세 좋던 데뷔 초반 페이스가 뚝 떨어져있었고, 황목치승은 1군 경기 타석에 들어서본 적도 없었지만 이 중요한 경기에 두 신인을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결국, 두 사람은 안타를 치지 못했다. 경기도 3대5 그대로 끝이 나고 말았다. 물론, 두 사람에게 패배의 아쉬움을 떠안길 수 없다. 역전 후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무기력한 움직임을 보였다.

중요한 것은 이 선수교체 속에 담긴 의미다. 정말 이겨야 하는, 이기고 싶은 경기에서 경험 많은 레귤러 멤버를 쉽게 뺄 수 있는 감독은 없다. 하지만 양 감독은 예상 밖의 결단을 내렸다. 경기 후 후회할 수도 있을 장면이었지만, 오랜 휴식 시간을 통해 후반기 구상을 마친 후 치른 첫 경기임을 감안하면 즉흥적인 결정은 아니었다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다.

결국 올시즌 4강 경쟁 진입, 순위 싸움도 매우 중요하지만 부임 첫 시즌 자신만의 팀 컬러를 확실히 심겠다는 메시지를 선수단에 던진 것이다. 아무리 실력이 좋고, 이름값이 높은 선수들이더라도 방심하면 언제든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초강력 메시지다. 사실 양 감독은 부임 후 성적과 리빌딩 사이에서 많은 고뇌를 해왔다. 프로팀으로서 성적을 포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 소중한 시즌을 통해 팀 체질 개선을 하지 않을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전반기를 마친 후 어느정도 생각의 정리가 된 것 같다. 앞으로 양 감독의 야구가 어떻게 달라질지 더 지켜볼 일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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