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대전 최고 스타 된 피에, 어떻게 팬심 흔들었나

김용 기자

입력 2014-04-21 09:03

수정 2014-04-21 09:33

more
대전 최고 스타 된 피에, 어떻게 팬심 흔들었나
한화와 LG의 주말 3연전 마지막날 경기가 20일 대전구장에서 열렸다. 5회말 무사 1루 한화 피에가 LG 신승현의 투구를 받아쳐 우측담장을 넘어가는 2점홈런을 날렸다. 홈인하며 세리머니를 하는 피에. 대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cun.com/2014.04.20/

승리에 대한 열정에 쇼맨십까지 모두 갖췄다. 팬들은 당연히 그 선수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야구로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하지만 흥행으로는 최고의 선수가 나타났다. 그 주인공은 한화 이글스의 새 외국인 타자 피에다.



피에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팀의 간판 스타인 김태균, FA로 새롭게 영입된 정근우 이용규도 최고 스타 자리를 이미 피에에게 넘겨준 듯 하다. 18일부터 3일간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LG 트윈스의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대전팬들은 3일 내내 피에에게 가장 큰 환호를 보냈다. 홈런을 쳐도, 아웃이 되도 똑같았다. 피에의 일거수일투족에 그저 즐거울 뿐이었다.

신기한 현상이다. 한국땅을 밟은 지 이제 막 3달 정도가 된 신참 외국인 선수가 대전을 접수했다. 차원이 다른 환호성 뿐 아니다. 인기의 척도라는 유니폼 판매에서도 피에 열풍이 잘 드러난다. 대전구장에 위치한 이글스샵은 LG와의 3연전에서 판매할 피에의 유니폼을 30벌 준비했는데, 이틀째 30장의 유니폼이 모두 팔려나가 부랴부랴 추가 주문을 했다는 소식이다. 개막 후부터 판매량이 다른 선수들을 압도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화팬들이 왜 피에에게 이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피에의 화끈한 쇼맨십이다. 첫 등장한 시범경기에서 타석에 들어서 방망이로 심판을 툭툭 건드린 인사법부터 화제를 모았다. 심판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너무나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나는 반가운 인사의 표시를 한 것"이라고 하니 미워할 수가 없었다. 최근에는 동료 투수가 마운드에서 흔들리자 수비 위치인 중견수 자리에서 마운드까지 뛰어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자신은 이 기행에 대해 "2루수 정근우에게 '가서 진정시키라'라고 말했는데 하지를 않아 어쩔 수 없이 내가 갔다. 나는 꼭 이기고 싶었다. 누구라도 그 일을 해야했다"라고 진지하게 설명했다. 특정 선수, 코치들과 각기 다르게 준비한 세리머니도 볼거리다. 정근우와는 팔꿈치 세리머니를 하더니 20일 LG전에서 첫 홈런을 치고는 이종범 3루 베이스 코치와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펼쳤다. 19일 LG와의 경기에서 캡틴 고동진이 끝내기 안타를 치자 가장 먼저 그라운드에 달려나와 고동진을 얼싸안았다. 불과 며칠 전, 콜플레이 미스로 캡틴과 신경전을 벌였던 피에였다.

쇼맨십 만으로 눈길을 끄는건 아니다. 야구 실력도 좋다. 부상으로 실전을 한 경기도 치르지 못했다고 하더니, 시범경기에 등장하자 마자 안타를 치고 도루를 했다. 홈런포도 뻥뻥 때려내 기대를 모았다. 적극적인 타격에 발도 빠르고 수비도 좋다. 지역 탓인지, 팀 컬러 탓인지 한화 선수들은 대체로 얌전한 플레이를 한다. 이기고자 하는 열정은 당연히 가득하겠지만 그것이 겉으로 잘 표출이 안됐다. 이런 와중에 투지가 넘치는 이방인이 "한화 승리를 위하여"라고 외치며 종횡무진 뛰어다니니 팬들은 즐겁지 않을 수 없다. 일부 팬들은 99년 한화에 입단해 2000년대 중반까지 호타준족으로 엄청난 활약을 했던 제이 데이비스의 추억을 피에를 통해 떠올리고 있다.

물론, 아직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가장 중요한 야구에서 말이다. 피에는 19일 LG전 친구인 류제국을 상대로 3안타를 뽑아내고, 20일 시즌 첫 홈런을 뽑아내기 전까지 슬럼프에 빠졌었다. 맥없이 초구를 건드리는 등 조금은 무성의한 타격으로 일관했다. 한화 김응용 감독은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경기는 하늘과 땅 차이다. 피에가 조금 더 신중하게 타격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기대했던 도루도 아직은 부족하다. 단 1개 뿐이다. 피에는 "아직 한국투수들의 습관을 파악중"이라며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중요한 건 피에가 초구를 건드려 결정적인 찬스를 놓쳐도,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기행을 펼쳐도 팬들은 피에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피에는 단 석 달 만에 한화 팬들을 완전히 홀렸다. 이제 야구로 그 믿음에 보답하는 일만 남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