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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밖 행보 LG, 초반 부진의 원인과 해결책은?

김용 기자

입력 2014-04-21 10:08

수정 2014-04-21 10:08

예상 밖 행보 LG, 초반 부진의 원인과 해결책은?
한화와 LG의 주말 3연전 두번째 경기가 19일 대전구장에서 열렸다. 5회초 1사 LG 박용택이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선언을 받은 후 김기태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와 추평호 주심에게 어필을 하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cun.com/2014.04.19/

LG 트윈스가 시즌 초반 큰 벽에 부딪혔다. 20일 경기까지 4승1무11패로 최하위다. 선두 넥센과 무려 6.5경기차. 주말 한화 이글와의 3연전 전까지의 과정은 각설하자. 이번 3연전이 LG에는 큰 타격이 됐다. 1승 후 2연패. 거기에 모두 1점차 석패였다. 지던 경기를 따라갔지만 결국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의미없이 힘만 뺀 격이다. LG 김기태 감독은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한화와의 3연전을 시즌 초반 승부의 분수령으로 봤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팀 분위기를 가라앉힐 수 있는 벤치클리어링까지 발생하고 말았다.



▶선발야구 실종

참담하다. 가장 큰 문제다. 선발승의 실종. 당연히 어려운 경기가 될 수밖에 없다.

LG는 16경기를 치러 4승을 거두는데 그쳤다. 그 중 선발승은 2승 뿐이다. 3월 30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신인 임지섭이 첫 승을 따냈고, 18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새 외국인 투수 티포드가 승리를 거뒀다.

문제는 믿었던 류제국 우규민 리오단이 단 1승도 거두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류제국과 우규민이 각각 4차례 선발로 등판했고 리오단이 3번 나섰다. 하지만 승리와는 인연이 멀었다. 더욱 뼈아픈 것은 이들이 패수를 많이 기록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류제국은 승리도 없지만 패전도 없다. 우규민은 1패 뿐이다. 리오단은 2패인데, 3경기 모두 투구 내용이 크게 나쁘지 않았다.

종합해보면 선발 투수들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투-타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투수들이 잘 던질 때는 점수가 나지 않고, 우리 투수가 흔들릴 때는 덩달아 방망이가 터져 접전이 이어진다. 이런 투-타의 부조화가 있을 때에는 불펜이 버텨주며 승리하는 경기가 있어야 하는데, LG는 계속되는 연장 접전 등에서 무너지고 있다. 단순한 1패보다 몇 배의 충격이 가해진다.

선발투수들도 더욱 집중을 해야한다.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가 없었다. 기본적으로 초반 3~4실점 정도를 하고 들어가는 경기가 많아 야수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렸다. 좋지 않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카드는 선발투수의 완벽한 투구로 완승을 거두는 것이다.

▶조급함이 가장 큰 적

LG는 지난 시즌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그동안 자신들의 목을 죄어왔던 가을야구 악몽을 날려버렸다. LG 선수들이 이번 시즌을 장밋빛으로 전망한 것도 엄청났던 부담감을 훌훌 털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올시즌 초반에는 지난해 보여준 LG의 신바람 야구가 자취를 감췄다. 정확히 말하면, 홈런과 안타 등은 많이 생산해 아예 슬럼프에 빠진 야구라고 볼 수는 없는데 어딘가 나사 하나가 빠져버린 듯한 느낌이다. 과정이 크게 나쁘지는 않지만 결국 이기지를 못하니 그 과정을 만든 노력이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마는 것이다.

가을야구에 대한 부담을 털었지만, 선수단에 새로운 마음의 적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힘겹게 올라간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초반 의도치 않았던 연장 접전이 이어지며 팀에 미세한 균열이 생겼다. 그런데 선수들을 힘빠지게 하는 접전이 계속 이어졌고 패하는 경기가 늘어나다보니 그 균열이 더욱 커지고 말았다. 또 다시 접전이 벌어지며 '또 이러다 우리 지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되고 그 때부터 팀 전체에 패배 의식이 자리잡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어느 팀이나 한 시즌을 치르다보면 위기를 겪는다. LG에는 그 위기가 조금 더 빨리 찾아온 것이라고 보면 된다. LG 김기태 감독도 "빨리 찾아온 위기를 잘 넘기면, 갈수록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의 메시지를 선수단에 전달했다.

결국 선수들이 조급한 마음을 가지면 안된다. 최근 LG가 패하는 경기를 보면, 경기를 잘 치르다가도 결정적인 찬스에서 선수들이 조급한 모습을 보여 고비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까지 22개의 병살타가 나온게 이를 증명한다. 8위인 한화가 18개, 7위인 삼성이 9개의 병살타에 그친 것을 보면 잘 비교가 된다. 수비에서도 마찬가지다. 어이없는 실책성 플레이가 나오며 추격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례가 많았다.

아직은 균열이 미세하다. 이를 조금씩, 차분히 메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커보이지 않는다고 한순간에 그 균열을 막으려 했다가는 그나마 버티고 있는 벽도 완전히 무너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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