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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한국의 자존심 회복, 결국 화력에 달렸다

이원만 기자

입력 2013-03-05 12:27

수정 2013-03-05 12:27

 한국의 자존심 회복, 결국 화력에 달렸다
4일 오후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털 구장에서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R 호주와 한국의 경기가 열렸다. 1회초 1사 1루서 이승엽이 우중간 안타를 쳐 내고 있다. 타이중(대만)=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3.03.04.

이제 더 이상 '경우의 수'는 잊자.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는 한국 대표팀에게는 시련의 계절이다. 예상치 못했던 네덜란드전 패배로 인해 2라운드 진출이 위기에 놓여있다. 그러는 사이 '좀 만만한 라이벌'로 여겨지던 대만은 쾌조의 2승을 거두며 B조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한국이 2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는 '경우의 수'에 대한 분석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은 이제 '경우의 수'는 잊어야 한다. 대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국민들의 성원에 부응할 수 있는 경기력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 절실한 것이 '막강 화력'의 부활이다. 대만과의 B조 예선 최종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타선의 투혼이다.

▶6점차 이상의 스코어 차, 가능할까

간단히 말해 한국이 2라운드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일단 대만을 6점차 이상으로 이겨야 한다. 네덜란드가 호주에 이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국이 대만을 꺾는다면, 한국-대만-네덜란드가 나란히 2승1패가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 경우 세 팀간의 경기 내용을 토대로 TQB(Team Quality Balance, 이닝당 득실차)를 따지게 된다.

세 팀간의 경기만 놓고 따지게 되면 대만의 TQB가 +5로 가장 높고, 네덜란드가 0, 한국은 -5다. 결국 이 격차를 극복하고 최소 B조 2위를 하려면 대만에 6점차 이상으로 이기는 게 안정적이다. 결국 방망이에 보다 큰 임무가 달려 있다는 뜻이다.

무조건 많이 치고, 점수를 쌓아야 한다. 한국 타선은 네덜란드와의 1차전에서는 시종일관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네덜란드전 패배보다 국민들이 더 실망한 것은 국내 최고 타자들을 모아놨음에도 1점 조차 못 냈다는 점이었다. 다행히 약체 호주와의 2차전에서 3안타를 집중시킨 이승엽을 중심으로 한 타선이 6점을 뽑아내며 페이스 부활을 예고했다. 결국 국민들이 열광하는 장면은 타자들의 공격적인 모습이다. 연이어 터지는 안타와 기민한 주루플레이로 홈을 밟을 때의 그 쾌감을 대만과의 B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마음껏 보여줘야 한다. 의구심보다는 확신을 갖고 경기에 임할 필요가 있다.

▶정근우 김태균 강정호에 달려있다

다행인 점은 대표팀의 타선의 핵인 이승엽이 호주전을 계기로 완전히 본연의 페이스를 찾았다는 점이다. 이승엽은 2루타 2개 등 3안타를 집중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대만전을 앞두고 2경기를 치른 한국 대표팀 타자 중 타율(6타수 3안타, 5할)도 가장 높다. 또 테이블세터의 핵심인 이용규 역시 타율 4할(5타수 2안타)에 출루율 6할6푼7리로 제 몫을 했다.

때문에 이제 필요한 것은 그간 다소 침묵하거나 결정적인 순간에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타자들의 분발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이용규와 함께 테이블세터를 구성하는 정근우의 부활이다. 정근우는 2경기에서 단 1개의 안타도 치지 못했다. 잘 맞은 타구가 수비 정면으로 향하는 등의 불운도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재치있는 타격을 보여주던 국내 리그때보다 페이스가 떨어진 모습이다. 그러나 대만전에서는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 이 경기에서 진다면 더 이상의 설욕 기회는 없기 때문이다.

정근우와 마찬가지로 아직 안타를 치지 못한 강정호 역시 부진을 털어내야 한다. 강정호는 이번 WBC에서 크게 체면이 깎였다. 수비와 공격 양면에서 다소 위축된 모습이다. 그러나 펀치력과 정확성을 겸비한 강정호가 중하위타선에서 힘을 받쳐준다면 한국 라인업의 상중하 밸런스가 크게 향상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절실한 것이 바로 김태균의 타점 생산능력이다. 김태균은 감이 나쁘지 않다. 2경기에서 5타수 2안타 타율 4할로 2012 국내리그 타율 1위의 명성에 부끄럽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타점은 아직 없다. 찬스 때 큰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한데 기회가 여의치 않았던 탓이다. 한국 대표팀은 아직 홈런이 없는데, 김태균이나 이대호 등 홈런을 뽑아낼 수 있는 힘있는 타자들이 대만전에서는 풀스윙으로 시원한 홈런 타구를 뽑아준다면 국민들의 가슴속에 쌓인 체증도 한 방에 해소될 수 있다.

'진인사대천명'이다. 이제 대표팀은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플레이를 한 뒤 운명을 대면해야 한다. 비록 2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하더라도 대만전에서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일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는 말은 할 수 있을 것이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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