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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의 가깝고도 먼 한일야구]이대호를 의식한 바깥쪽 볼배합

민창기 기자

입력 2012-05-28 10:43

수정 2012-05-28 10:49

"시범경기 때 여기에 왔었는데, 사직구장이랑 비슷하다고 느꼈다. 사직구장보다 조금 작다."



요코하마 DeNA의 홈구장인 요코하마 스타디움은 이대호가 친근하게 느낄만한 경기장이다. 1978년에 개장한 요코하마 스타디움은 1985년 가을에 완성된 부산 사직구장을 설계할 때 큰 영향을 준 야구장이다.

높은 외야 펜스(4.8m)와 각도가 급한 관중석, 이에 비해 내야 1층석이 평탄한 것도 비슷하다. 야구장 내부의 복도도 유사하다. 또 요코하마와 부산은 항구도시라는 공통점도 있다. 이렇게 환경이 비슷한 '요코하마 사직 스타디움'에서 이대호가 해냈다.

27일 요코하마와의 교류전 5회초 2사 1루. 2대1로 앞선 상황에서 이대호는 요코하마의 에이스 투수 미우라의 외각 낮은 직구를 놓치지 않았다. 우중간쪽으로 날아간 공은 바람의 도움도 받고, 펜스를 넘겨 투런 홈런이 됐다. 시즌 9호 홈런을 터트린 이대호는 퍼시픽리그 홈런 공동 1위가 됐다.

교류전 9경기에서 4개의 홈런이 터졌다. 이에 따라 각 팀의 배터리가 이대호에 대해 신경을 쓰기 시작했고, 장타를 허용하지 않기 위해 바깥쪽 중심의 볼배합을 하고 있다. 이대호의 한국시절 상대투수들이 고민했던 것 처럼, 일본에서도 이대호가 주도권을 잡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의 오릭스 담당기자는 "교류전은 평상시와 달리 직전의 4경기 정도 밖에 상대 팀의 데이터를 분석하지 않는다. 이대호는 19일 야쿠르트전에서 몸쪽의 실투성 높은 커트패스트볼을 때려 홈런으로 만들었는데, 이 때문에 공배합에 변화가 생긴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27일 요코하마 미우라와의 대결은 달랐다. 이대호는 "첫 타석과 두번째 타석 때는 몸쪽 공이 많았다"고 했다. 미우라는 제구력이 탁월하고, 각이 좋은 포크볼과 몸쪽을 파고드는 슈트(역회전볼)가 위력적이다. 미우라는 이런 자신의 무기를 앞세워 이대호를 첫 타석과 두번째 타석에서 삼진과 2루수 플라이로 잡았다. 그러나 3번째 타석 때 미우라는 직전에 실점을 해서 그런지 이대호에게 과감하게 승부를 하지 못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이대호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 지난해 KIA에서 수비코치로 있었던 다카하시 마사히로 해설위원이다. 다카하시 위원은 "지난해 KIA가 롯데에 굉장히 약했는데, 이대호의 존재가 아주 무서웠다. 이대호는 올 시즌 초반에 '홈런은 노리지 않겠다'고 했는데, 한국에서 활약할 때보다 방망이가 밑에서 나갔다. 하지만 요즘은 다운 스윙을 하고 있다. 본래의 스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모습이 나올 것 같다"고 했다.

이대호는 손목과 발목에 가벼운 통증이 있으나 교류전의 여유있는 스케줄이 도움이 된다. 한국 최고 타자의 본능을 보이기 시작한 이대호.그에 대한 기대는 한층더 높아질 것이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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