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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때리겠습니다!"…공격 자청하고 좌절한 '토종 아포짓', 이 모습에 '성장'이 담겼다

이종서 기자

입력 2024-02-1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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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때리겠습니다!"…공격 자청하고 좌절한 '토종 아포짓', 이 모습에…
임동혁(왼쪽) 한선수. 인천=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인천=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꼭 달라는 애들이 범실을 하더라고요."



지난 14일 인천 계양체육관. 대한항공은 OK금융그룹과의 5라운드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2-1로 앞선 가운데 4세트 24-20으로 승리를 앞에 두고 있었다.

OK금융그룹이 막판 집중력을 발휘했다. 임동혁의 백어택을 박원빈이 가로 막았고, 곽명우의 서브에이스로 두 점 차까지 붙었다.

대한항공의 작전 타임. 세터 한선수는 "자신있는 사람"이라며 마지막 공격을 담당할 선수를 자원받았다.

국내 선수 득점 1위, 공격성공률 1위를 달리는 임동혁이 "저요"라는 말과 함께 손을 들었다.

작전 타임이 끝나고 한선수는 공이 오자 임동혁에게 공을 올렸다. 백어택을 하기 위해 날아오른 임동혁. 이번에는 김웅비의 블로킹에 걸렸다. 자칫 듀스로 갈 수 있는 상황. 대한항공은 임동혁과 한선수를 빼고 무라드와 유광우를 투입했다. 무라드가 공격 성공을 하면서 경기 끝. 대한항공은 4연승과 함께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경기를 마친 뒤 임동혁은 4세트 마지막 상황을 떠올렸다. 임동혁은 "아포짓으로서 손을 들었는데 (블로킹에) 걸렸다. 자신있다는 표현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시 그 상황이 온다고 해도 손을 들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한선수는 임동혁의 이야기에 한숨을 쉬었다. 농담 섞인 답이 돌아왔다. 한선수는 "달라고 해서 줬는데, 꼭 달라고 하는 선수에게 주면 범실을 하더라. 임동혁과 김규민이 손을 들었는데, 주면 안 되겠다 싶었는데 역시나 걸렸다"고 웃었다.

한선수의 독설은 이어졌다. 후배의 패기에 '든든할 거 같다'는 말에 "잘 풀려야 든든하다. 공격이 풀릴 때도 있고, 안 풀릴 때도 있다. 그런데 안 풀리다보면 자기가 안 될 수도 있다. 풀어가는 건 자기 자신의 능력이다. 완전한 에이스가 되기 위해서는 (임)동혁이는 더 성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냉정한 평가가 있었지만, 한선수 역시 임동혁의 '성장세'는 인정했다. 한선수는 "안 늘었으면 배구 접어야 한다"고 미소를 지으며 "예전에는 자기가 하겠다는 말도 못했는데, 이제는 나서더라. 하다보면 보는 눈도 생기고 경험도 생길 것"이라고 했다.

임동혁은 "초창기에는 힘으로만 하려고 했다. 좋은 공이 오든 안 오든 힘으로만 하려고 했다. 공을 많이 때리다보니 힘으로 이기보다는 상대 블로킹을 이용하는 공격도 하게 된 거 같다. 오늘은 이 부분이 미숙했다.안 좋은 모습을 보여준 거 같지만, 그래도 팀이 이긴 것에 의미를 두겠다"고 했다.

임동혁의 '사회 생활'도 이어졌다. 공격 성공률 1위 이야기에 "(한)선수 형이 공을 잘 올려줬기 때문"이라며 한선수를 바라봤다. 그러면서도 "선수 형도 사람이라 항상 좋은 공이 올라오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그 부분까지 내가 해야 한다"라며 짓궂은 장난도 걸었다.

선두로 올라선 대한항공은 올 시즌 통합 4연패에 도전한다. 아직 V리그에서 나오지 않은 기록. 한선수는 "꼭 이루고 싶은 생각이 있다.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매 경기를 챔프전이라고 생각하고 올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서 외국인 선수에게 주포 자리를 내놓으며 백업으로 밀렸던 아쉬움을 발판 삼아 올 시즌 활약을 다짐했다. 임동혁은 "지난해에는 정규리그에는 많이 뛰었는데,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밀렸다. 이제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쉬움이 큰 시즌이었다"라며 "내 손으로 좋은 기록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많다. 경기마다 더 잘하고, 최선을 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인천=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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