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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이 노래한 “괜찮아 잘 될 거야"...화성에 울려 퍼진 IBK 희망가 [화성현장]

정재근 기자

입력 2021-11-22 02:36

수정 2021-11-2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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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이 노래한 “괜찮아 잘 될 거야"...화성에 울려 퍼진 IBK 희망…
최악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노래한 김희진의 책임감. 화성=정재근 기자

최악의 팀 상황 속에서도 선수들은 희망을 노래한다.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는 성적에 선장의 권위마저 침몰한 난파선 IBK기업은행. 주전 고참 김희진은 '괜찮아 잘 될 거야'란 노래로 후배들을 다독였다.

20일 화성종합실내체육관. 개막 7연패 뒤 힘들게 첫 승을 따낸 기업은행을 응원하기 위해 많은 배구 팬이 경기장을 찾았다.

기업은행의 연패 탈출에 김희진의 부상 투혼이 있었다. 지난 9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서 동료의 발을 밟고 넘어진 김희진은 그대로 쓰러졌다. 올림픽 전 수술을 받았던 무릎을 또 다친 것. 복귀가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됐지만 김희진은 일주일 만에 다시 코트에 나섰다.

팀의 연패를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16일 다시 맞붙은 페퍼저축은행전에서 1세트에 교체 투입된 김희진은 팀 내 최다 득점인 17점을 뽑아내며 팀의 7연패를 끊어냈다.

20일 현대건설과의 홈경기를 앞두고 김희진이 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때마침 장내 스피커로 가수 이한철의 국민 격려송 '슈퍼스타'가 흘러나왔다.

"괜찮아 잘 될 거야~"라는 가사가 김희진의 마음과 통했다. 발랄한 율동까지 곁들이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김희진의 모습에 동료 후배들의 굳은 표정이 사르르 녹았다.

레프트 김주향(22)의 말 못 할 애로사항(눈 화장이 구슬땀에 흘러내려 애를 먹는 모습)을 본 김희진은 "화장 왜 해? 넌 화장 안 해도 예뻐"라는 명쾌한 답을 알려주며 웃었다. 열 살 넘게 차이 나는 후배가 김희진의 장난에 재치있게 맞장구를 치는 모습도 훈훈했다. 리베로 김수빈(19)의 로봇 흉내에 김희진이 두 손 들며 웃음을 터트렸다. 아담한(김희진보다) 이인희 매니저는 김희진의 장난에 어떻게 반응했을까?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몸 상태에도 김희진은 더 많이 뛰어다니며 더 자주 팀 동료들과 스킨십을 나누려 애썼다. 흔들리는 팀 속에서 누군가는 중심을 잡아야 한다.



이날 기업은행은 현대건설에 1대3으로 패했다. 하지만 올 시즌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경기였다. 9연승을 질주한 현대건설을 상대로 매 세트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2세트를 따낸 후 19-14까지 앞섰던 3세트를 가져오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21일 기업은행은 서남원 감독과 윤재섭 단장을 동시에 경질했다. 주전 세터 조송화의 무단이탈과 김사니 코치의 사의 표명으로 드러난 팀 내 갈등의 책임을 감독과 단장에게 물었다.



무책임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김사니 코치의 사의는 반려됐다. 선수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김 코치가 감독 대행으로 팀을 추스를 가능성이 커졌다. 여론은 좋지 않다. IBK기업은행의 선택이 어떤 후폭풍을 불러올지 매우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구단은 감독이 아닌 선수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책임도 선수들이 져야 한다. 국가대표 스타플레이어 김희진 표승주 김수지의 역할이 더할 나위 없이 막중해졌다. 더는 팀이 망가지면 안된다. 김희진의 '괜찮아 잘 될 거야'라는 바람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실망한 팬들이 떠나버리기 전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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