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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지막...완벽한 엔딩" 이상수에 패한 '中슈퍼맨'마롱 11연패 확정후 돌발선언[부산세계탁구선수권]

전영지 기자

입력 2024-02-26 08:13

수정 2024-02-2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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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지막...완벽한 엔딩" 이상수에 패한 '中슈퍼맨'마롱 11연패 확…
마롱과 왕하오 감독. 사진제공=부산탁구선수권 조직위

중국 탁구의 심장, '캡틴 드래곤' 마롱(35)이 11연패 위업을 달성한 직후 세계선수권 은퇴를 선언했다.



마롱의 중국은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 남자단체 결승전에서 '펠릭스-알렉시 르브렁' 형제가 분전한 프랑스를 매치스코어 3대0으로 돌려세우며 2001년 오사카 대회 이후 11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전날 주세혁 감독의 대한민국 남자탁구 대표팀과의 4강전에서 왕추친이 장우진에게, 마롱이 이상수에게 패한 후 '세계 1위' 판젠동이 장우진과 임종훈을 잡아내는 분투에 힘입어 3대2로 신승, 가까스로 결승에 오른 중국은 이날 프랑스를 상대로 왕추친, 판젠동, 마롱이 차례로 승리하며 3대0 완승을 거뒀다. 2매치 판젠동이 알렉시 르브렁과 풀게임 접전까지 가는 위기도 맞았고, 3매치 마롱이 시몽 고지에게 1게임을 내주며 흔들리는 등 작은 균열을 있었으나 이번에도 만리장성은 흔들림 없이 견고했다. 3번 주자로 나선 마롱은 고지를 상대로 3대1 승리와 함께 자신의 세계선수권 단체전 9연속 우승, 중국의 11연속 우승을 결정 지었다.

11연패 확정 후 현장 인터뷰, 팬들 앞에 마이크를 잡은 마롱은 이례적으로 긴 소감을 전했다. "마지막"을 언급했다. "모든 세계선수권은 기억에 남지만 특히 이번 대회는 기억에 남을 긴 여정이었다. 특히 어제 (한국과의) 준결승은 뜨거웠다. 힘든 경기 후 팀원들이 리셋했고, 오늘은 왕추친 선수가 1매치에서 부담감을 이겨내고 중국에 귀한 1점을 가져왔다. 2매치에서 판젠동 선수과 뛰어난 경기력으로 알렉시 르브렁과 흥미진진한 경기를 했다. 또 1점을 가져왔다"며 동료들의 공을 먼저 짚었다. 이어 "어제 준결승 이후 단 하루의 시간이었지만 내겐 긴 하루였다. 팀 동료들이 끝까지 나를 믿어주고 세계선수권 무대에 함께 해준 것에 감사한다"면서 "내 스스로에게도 감사한다. 내 마지막 세계선수권을 이곳에서 이 마지막 우승으로 장식하게 됐다. 완벽한 엔딩"이라면서 세계선수권 은퇴를 시사했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직후 '마지막 아시안게임'을 언급한 마롱이 이번엔 '마지막 세계선수권'을 언급했다.'슈퍼맨'으로 불린 사나이, 슈퍼스타 마롱의 한밤 돌발 선언에 중국 팬덤은 난리가 났다. 11연패보다 마롱의 은퇴선언이 더 큰 이슈가 됐다. 중국 팬들은 웨이보 등 중국 SNS에 실시간으로 마롱의 인터뷰 영상을 퍼올리며 "우리는 그의 말을 믿을 수 없다" "캡틴 드래곤, 계속 보고 싶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불멸의 슈퍼맨, 영원한 탁구신화"라는 포스팅으로 아쉬움을 표했다.

1988년생 마롱은 자타공인 세계 탁구 최고의 리빙레전드다. 세계선수권 남자단식 3연패, 리우-도쿄올림픽 남자단식 2연패, ITTF 월드투어 최다 우승, 아시아선수권 최다 금메달(13개) 등 GOAT(Greatest Of All Time)라는 찬사는 그를 위한 것이다.

마롱의 시대를 살아온 탁구 팬들에게 마롱 없는 세계선수권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세상의 모든 벽을 뚫어내는 강렬한 직선 톱스핀, 세상의 모든 공을 막아내는 철벽 디펜스, 현존하는 최고의 탁구선수 마롱은 2006년 브레멘 대회부터 2024년 부산 대회까지 총 9번의 세계선수권 단체전에 에이스로 나서 9개의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개인전 단·복식 금메달까지 합치면 무려 14회 우승이다. 단체전 총 49경기에서 47승2패를 기록했고, 이중 3대0으로 끝낸 게임이 39회다. 마롱이 기록한 단 2번의 패배는 2010년 모스크바 대회 독일과의 결승에서 티모 볼에게 당한 첫 패, 그리고 2024년 부산 대회 준결승에서 '닥공' 이상수에게 당한 마지막 패배다. 중국리그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절친 주세혁 감독과 2012년 코리아오픈에서 자신을 잡았던 이상수에게 당한 마지막 패배는 뼈아팠다. "준결승 이후 하루의 시간이 길었다"고 했다. 그러나 또 한번의 위기를 넘어 마롱은 프랑스전 짜릿한 역전승으로 중국의 철옹성같은 11번째 우승을 지켜냈다. 그의 말처럼 "완벽한 엔딩"이었다.

지난해 9월 평창아시아선수권에서 34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남자단식 결승에서 판젠동을 꺾고 10년 만에 4번째 개인 단식 금메달을 따낸 후 마롱은 10년 넘게 월드클래스를 유지하는 비결을 묻자 이렇게 답했었다. "매순간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최고의 레벨을 유지하려면 매일 훈련하고 또 훈련해야 한다. 기술, 체력훈련을 쉬지 않아야 한다. 게을러져선 안된다. 어떨 땐 피곤하고 하기 싫을 때도 있지만 진짜 프로페셔널이 되려면 더 어려운 일을 계속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매순간 노력했다. Big Dream, hardworking(꿈을 크게 갖고,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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