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수영 사상 첫 세계선수권 계영 메달 역사에도 만족은 없었다. 대한민국 계영이 이제 은메달을 아쉬워하는 나라가 됐다. 부다페스트 대회 첫 결선 진출, 6위(7분06초93)에 오르며 "우리 애들이 미쳤어요"를 외쳤던 때가 불과 2년 전. 지난해 후쿠오카에서 2연속 결선행을 이뤘고 항저우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건 '황금세대'의 미친 질주는 멈출 줄 몰랐다.
지난해 후쿠오카 대회 1~3위에 오르며 파리올림픽 티켓을 확보한 수영 강국들은 이날 베스트 멤버를 내지 않았다. 6분59초08로 우승한 영국은 던칸 스콧, 매튜 리차즈가 출전했지만 '45초대' 제임스 가이, '43초대' 톰 딘은 나서지 않았다. 7분00초02로 2위를 찍은 미국도 루크 홉슨, 카스 포스터만 그대로, 제이크 미첼, 키에런 스미스는 나오지 않았고, 7분02초13으로 3위에 오른 호주는 이번 대회 계영에 아예 불참했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대단한 은메달이다. 7분01초대 기록은 작년 '3위' 호주를 앞선다. 한국의 최고기록은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당시의 7분01초73. 파리올림픽 사상 첫 메달을 기대할 만한 기록이다. 2021년 도쿄올림픽 1위 영국은 6분58초58, 2위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는 7분01초81, 3위 호주는 7분01초84였다. 무엇보다 이날 은메달 기록이 호주 전훈 직후 테이퍼링(훈련양을 단계적으로 줄여 경기 당일에 맞추는 훈련) 없이 나온 것이란 점, 200m 1분44초40의 최고기록을 가진 황선우가 1분43초76의 놀라운 구간기록을 보여줬다는 점이 희망이다. '자유형 400m 챔피언'인 '44초대' 김우민과 '45초대' 이호준과 함께 나설 '제4의 멤버' 기록을 45초대까지 끌어올리는 게 과제다. 자유형 100m 한국신기록을 보유했던 양재훈과 예선에서 활약한 이유연 모두 200m는 47초대다. 1초만 줄여도 메달색을 바꿀 수 있고, 7분 벽도 충분히 깰 수 있다.
한편 황선우는 주종목인 자유형 200m에서 부다페스트 은메달, 후쿠오카 동메달, 이번 대회 금메달에 이어 이날 계영 은메달까지 개인 통산 4번째 메달을 목에 걸며 박태환, 김수지(이상 메달 3개)를 넘어 최다 메달리스트가 됐다. 한국 수영은 도하에서 금메달 2개(남자 자유형 200m·400m)와 은메달 1개(남자 계영 800m), 동메달 2개(다이빙 여자 3m, 혼성 3m)를 수확하며 박태환이 '금1, 동 1'로 고군분투한 2007년 멜버른 대회 이후 단일 세계선수권 역대 최고 성과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