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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접점' 언급한 이기흥 체육회장,정부와 갈등 실마리 찾나[대의원총회]

전영지 기자

입력 2024-02-15 17:20

처음으로 '접점' 언급한 이기흥 체육회장,정부와 갈등 실마리 찾나
대한체육회, 2024년 정기대의원총회 개최<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100% 만족이 아니더라도 '접점'이 만들어지면 받아들여야 한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해 말 스위스 로잔연락사무소 승인,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인선 이후 두달 넘게 이어진 문화체육관광부와의 첨예한 갈등과 진통 속에 처음으로 '접점'을 언급했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점심 회동 직후다.

대한체육회는 15일 오후 2시30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올림피아홀에서 정기 대의원총회를 갖고 체육인교육센터 건립, 유소년스포츠콤플렉스 건립,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대체시설 건립 사업 추진 경과 등에 대한 의결을 진행했다.

대의원총회 모두 발언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지난달 16일 체육인대회에서 대통령 참석 결정이 번복되는 과정에서 많은 시도 체육회 참가자 다수가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하면서 불만이 쏟아진 데 대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당초 850명으로 진행하려 했으나 행사를 확대하자는 의견에 따라 50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SK핸드볼경기장으로 옮기게 됐다. 1만4300명이 주민등록증을 제출했는데, 대회 5일전에 대통령이 부득이 못오시고 사회수석이 대신 참석한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장소를 옮길 수 없었다. 밖에 텐트, 히터, 스크린을 설치했지만 멀리서 오신 체육인 여러분들이 불편을 겪었다. 죄송하단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날 체육인대회에서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에게 직접 전달한 문체부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서에 대해서도 재차 설명했다. "그동안 산적된 서운함 10년치를 정리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려 했으나 대통령실에서 직접 검토하겠다 하셔서 225개 시군구, 85개 체육단체장의 서명을 받아 제출했다"면서 "조만간 화답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직전 이사회 때와 마찬가지로 안건 의결 후 기타 토의가 하이라이트였다. 시도, 종목 단체 10여 명의 대의원들이 의견을 쏟아냈다. 특히 이날 기타 안건으로 제시된, 입촌실적이 저조한 시설을 생활체육인까지 활용가능한 다목적 훈련장 변경을 골자로 한 '국가대표 선수촌 활용도 제고 방안' 등에 대한 종목별, 시도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고, 체육인 대회 한달이 다 된 시점에서 공익감사 청구, 원로회의 대통령 면담 요청 등에 대해 대통령실, 문체부로부터 어떤 답변을 받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줄을 이었다.

모든 질의가 끝난 후 이기흥 회장이 일괄 답변에 나섰다. "정부에 희망하는 건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지방체육 예산을 교육청 예산처럼 정액으로 해주고, 그 예산 편성 집행권을 달라. 그래야 지방체육이 건전하게 자리잡는다. 둘째 학교체육을 정상화해달라.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든 운동할 수 있게 해달라. 그중 소양 있는 학생들이 엘리트 선수로 간다. 전국 운동부가 4000개도 안된다. 점점 줄어들고 있다. 또 공기업, 대기업이 직장운동경기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국민체육진흥법이 규정했음에도 안지키는 기업이 많다. 현실을 점검해달라. 셋째,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업무조정을 해달라. 스포츠의과학 등 선수들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부분은 공단 산하 스포츠정책과학원이 아닌 대한체육회, 진천선수촌이 직접 하게 해달라. 국립체육박물관 운영도 공단과 합리적 업무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지막 4번째 항목에서 이 회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조직으로서 국가스포츠위원회가 필요하다. 정부조직 전단계에서 위원회를 먼저 하자고 해서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했는데 입법날 '민간위원' 부분을 쏙 뺐고, 체육인 2만1200명 서명받아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공약으로 채택됐다. 이후 민간위원 9명을 넣기로 했는데 대한체육회장, 대한장애인체육회장,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3명은 당연직, 학교체육, 전문체육, 지방체육은 대한체육회 원로회의 추천인사로 하기로 정부와 합의했고, 서면으로도 썼는데 다 어기고 원로회의 추천 인사를 단 한명도 안받아줬다"고 성토했다.

이어 이 회장은 "정부에서 고심하고 있다. 공익감사 청구서를 대통령실에 드렸고 현재 검토는 다 끝났다"고 말했다. "오늘 점심에 (한덕수)국무총리님과 식사하면서 제반사항을 다 이야기했다. 많은 고민이 있다. 뭔가 반응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 모든 문제가 정리 안되면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참여는 어렵다. 원로위원들의 대통령 면담도 요청했고, 일정을 고려중인 걸로 안다. 어떤 형태로든 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주부터 전국을 순회한다. 경기단체, 직장운동부, 생활체육체 지도자, 17개 시도, 225개 시군구를 다 돌면서 3월 중순까지 계속 알리고 논의할 것이다. 정상적 해결이 안되면 입법활동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253개 지역구를 통해 이사실을 알리고, 3월20일 국회 앞 5만명 결집할 것"이라는 계획을 재차 밝혔다.

하지만 답변 말미에 이 회장은 '접점'이라는 단어로 극적 화해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회장은 "(3월20일)그 전에 접점이 생기면 소모적으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 사회, 경제가 어렵고 나라도 어려운데 저희까지 나서서는 건 아니란 생각도 있다. 접점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100% 흡족하지 않아도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한다. (우리 의사가)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게 옳은 길이고 바른 길이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이니 도외시 당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의원을을 향해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4월11일이 총선인데 3월 20일에 체육인들이 여의도에 모이면 정치적 이슈가 된다는 시각이 있다. '왜 그날로 잡았나. 차라리 5월로 해라. 국회의원 임기 끝나고 국회가 새로 구성되는데 새 의원님들과 5월에 하라' 말하는 분들도 있다. 일리가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어 "이 문제는 저한테 일임해주시면 어떤 형태가 됐든 결말이 나올 것이다. 물론 전혀 안될 때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전 체육인들이 요구하는데 화답이 없으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근 문체부가 17개 시도 체육회장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 장관 간담회를 추진한 것을 언급하며 "문체부가 시도 체육회를 따로 불러서 지원금을 준 생각이 나더라. 이번에도 시도체육회를 따로 불렀다고 해 '장관이 부르시는데 가야지' 했지만 17개 시도 회장들이 두 달 전 면담을 요청했는데 대꾸도 없다가 갑자기 불러서 안간 거다. 분열을 획책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문체부가 재능 있는 꿈나무 선수 발굴 및 양성을 위해 내놓은 '체육영재학교' 안에도 부정적 의견을 냈다. "17개 시도 체육중고라도 잘하지. 체육중고에 학생도 없고 예산도 없어 어려운데 느닷없이 스포츠 영재학교라니, 다 현장을 몰라서 그런 것"이라고 혹평했다.

이 회장은 "감사청구서에 정관개정은 물론 2013~2023년 자료를 모두 정리해서 드렸으니 어떤 형태로든 정리가 될 것이다. 위에 말한 4가지가 정리가 안되면 안된다. 참고 기다려주시면 답변 오는 대로 경기단체 회장님, 시도체육 회장님들과 논의하고 이번 지방순회 때 설명하겠다"고 약속했다. "총리님도 염려하시고 대한체육회에 관심을 지대하게 갖고 계시고 용산(대통령실)도 마찬가지도 많은 생각을 하고 계신다. 산적한 문제가 많고 이슈가 많아서 단박에 결론을 못 내는 것이다. 잘 정리해서 어느 정도 접점이 만들어지면 100% 만족하지 못해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다"라는 말로 1시간 30분의 회의를 마무리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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