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장애-비장애학생 통합체육의 뿌리' 13년차 접어든 통합체육 교사연수 실기교육, '편견의 벽'을 넘는 선생님들

이원만 기자

입력 2024-01-23 07:59

more
'장애-비장애학생 통합체육의 뿌리' 13년차 접어든 통합체육 교사연수 실…
11일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선수촌에서 진행된 '2023 통합체육 교사연수 실기교육' 현장.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지난 11일, 경기도 이천의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선수촌 종합체육동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의 체육 수업이 진행됐다. 참가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100명의 중등 체육교사 및 특수교사. 이들을 지도하는 강사진 또한 일선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동료 교사들이었다. 이 현장에서는 전통스포츠와 보치아, 유니버설 릴레이, 여러 방식의 뉴 스포츠와 통합체육에 맞게 변형된 형식의 야구 등 다채로운 실기수업이 진행됐다. 간편한 체육복 차림의 교사들이 이날 만큼은 '학생'의 입장으로 돌아가 수업을 받고 있었다.



'일일 학생'들의 얼굴에는 공통적으로 기대감이 잔뜩 어린 표정이 떠올랐다. 마치 포장지를 뜯기 전 선물상자를 눈앞에 둔 아이들을 연상케 하는 상기된 얼굴들이었다. 당연할 수 밖에 없다. 보통 수업이 아닌 '체육수업'이었기 때문이다. 운동장에 풀어놓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연상케 하는 환한 미소가 선생님들의 얼굴에도 배어 나왔다.

▶장애-비장애 학생을 아우르는 통합체육의 요람

이렇듯 일선 교사들을 들뜨게 만든 것은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주최하는 '통합체육 교사연수 실기교육' 현장이었다. 앞서 초등교사 100명이 2박3일 일정으로 연수과정을 마쳤고, 이번에는 중등(중·고)교사 100명이 참가해 2박3일 일정으로 다양한 주제의 통합체육 수업 연수를 받고 있었다. '통합체육 교사연수'는 통합체육 지도 방안을 주제로 수업능력 및 지도역량을 향상시켜, 학교 교육 현장에 통합체육 수업을 보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수업 참여 및 사회 진출을 도모하는 동시에 비장애학생을 대상으로는 장애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고, 특히 일선 학교에서도 장애-비장애학생을 아우르는 통합체육 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추세다. 때문에 이번 통합체육 교사연수는 점점 커지는 학교 현장과 교사들의 '니즈'를 적절하게 채워줄 수 있는 알찬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연수 프로그램은 알고보니 적지 않은 역사를 갖고 있었다. 2011년,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의 통합체육 활성화를 위해 '통합체육 교사연수'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행된 이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고 벌써 13년째 이어져 왔다. 이번 회차까지 합치면 연수를 거쳐간 전국의 초·중등 교사만도 벌써 2400여명에 달한다. 다시 말해 대한장애인체육회 주관의 '통합체육 교사연수' 프로그램이 그 동안 알게 모르게 우리 교육계에 통합체육 교육을 뿌리내리게 하는 든든한 요람 역할을 해왔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이번 연수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 데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이번 연수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실질적으로 운영한 권혜진 대한장애인체육회 과장은 "연수 프로그램을 수료한 선생님들 중에서 신청자를 받아 소속학교로 수업용 기구 및 관련 수업지원을 하는 '통합체육 교실지원사업'(학교당 2백만원, 총 90개소)도 연계돼 있다"면서 "또한 이렇게 지원을 받아 통합체육 교실을 열심히 수행하신 교사들을 연말에 5분 선정해 교육부장관상을 수여하고, 통합체육 선진국 해외연수의 기회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대한장애인체육회의 '통합체육 교사연수 프로그램'은 '교사연수를 통한 교육 노하우 공유·확대→통합체육 보급 및 활성화→우수사례 포상과 해외 통합체육 사례 수집'이라는 유기적인 순환 구조로 운영되면서 전국적으로 통합체육의 확산에 기여해온 것이다.

▶'문화는 배양된다' 동료교사가 전하는 실질적인 노하우, 참가자들의 열띤 호응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10여년간 진행해온 프로그램이다 보니 일선학교의 체육교사와 특수교사들 사이에서는 '필참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다. 특히 한번 연수를 받은 교사가 꾸준히 재신청을 하거나 혹은 주위 교사들에게 참가를 권유하는 일이 빈번하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모두에게 교육적 효과가 좋은데다, 특히 이천선수촌의 훌륭한 시설을 활용한 알찬 커리큘럼과 실기수업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매 회차 접수시작 1주일 안에 신청이 마감되곤 한다.

권혜진 과장은 "지난 10년간 연수 프로그램 이수자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한 결과, 상당히 큰 만족도를 보였다. 이번 회차 때는 설문조사를 토대로 상당히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기존 4박5일 합숙일정에서 이론수업을 원격 방식으로 돌리고, 실기 합숙을 2박3일로 간소화했다. 또 강사진도 기존에 연수프로그램을 거친 일선 교사들로 전면교체했다. 연수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훨씬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기자가 현장에서 지켜본 연수 교육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강사진과 연수참여자의 호흡이었다. 모두 같은 분야(체육 및 특수체육)에서 학생들을 지도해 온 교사들이다 보니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 방식과 이해도가 상당히 일치했다.

프로그램 시행 초기에 연수를 받고 우수교사로 선정돼 해외연수까지 다녀 온 뒤 이번에 새롭게 '뉴스포츠를 통한 통합체육수업' 강사로 나선 전제욱 교사(인제고)는 "이 프로그램은 일선 교사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나 역시 과거 연수프로그램을 이수한 뒤에 학교 현장에서 크게 활용한 바 있다. 교사들이 통합체육에 관해 더 잘 알게 될수록 학생들도 더 즐거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전국의 교사들이 더 많이 참여해서, 학교로 돌아가 각자의 깨달음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친다면 장애 인식을 훨씬 크게 이끌어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문화는 배양된다'고 믿는다. 이런 연수프로그램을 통해 교사들부터 깨닫게 된다면 그 인식이 학생들에게도 배양되어 문화 자체가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수에 참여한 김영웅 특수교사(몽탄중)는 "내년에 보치아 선수인 장애학생이 입학할 예정이라 통합체육 수업방식도 익히고, 보치아에 대해서도 배우고 싶어 연수를 신청하게 됐다"면서 "일선 교사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주신 덕에 학교 현장에 적합한 교수법을 배울 수 있었다. 많은 아이디어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이렇듯 장애 인식 개선에 대한 교사들의 열정과 이를 뒷받침하려는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통합체육 교사연수 실기교육'은 지난 10여년간 굵고 단단한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초기 연수를 거친 교사들이 이제 강사로 나섰으니 '열매'도 알차게 맺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큰 나무'로 성장한 대한장애인체육회의 '통합체육 교사연수' 프로그램이 더 좋은 결실을 보길 기대한다. 이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