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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등번호를 뗀 진종오와 추가은, 승패의 냉혹함을 덮은 온기 [도쿄스토리]

정재근 기자

입력 2021-07-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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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등번호를 뗀 진종오와 추가은, 승패의 냉혹함을 덮은 온기
진종오와 추가은이 2020 도쿄올림픽 사격 10m 공기권총 혼성 단체전 탈락 후 서로의 등번호에 추억을 남겼다. 도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1.7.27/

사격황제는 "가은아 이제는 승리할 날들만 남았다"라고 썼고 22살 어린 후배는 "좋은 추억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올림픽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나게 한 진종오와 추가은의 메시지다.





27일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2020 도쿄올림픽 사격 10m 공기권총 혼성 단체전 본선 1차전이 열렸다. 진종오(42·서울시청)와 추가은(22·IBK기업은행)은 이란조와 동점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10점 획득 수에서 밀리며 9위로 경기를 마쳤다. 8위까지만 허용되는 2차전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너무도 아쉬운 1차전 탈락. 진종오와 추가은이 사대 뒤쪽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아쉬움을 달래고 있었다. 먼 곳을 바라보며 회한에 잠겼던 진종오가 불쑥 말을 꺼냈다. 서로의 등번호판에 사인과 메시지를 써 교환하자고 제안한 것. 추가은도 흔쾌히 응했다.

탈락의 아픔에 속상해하고 있던 후배 추가은을 위해 진종오가 생각해낸 세심한 배려가 아름다웠다. 비정한 승패의 현장에서 피어난 치유와 격려의 마음 씀씀이. 역시 사격황제다웠다.

진종오는 "가은이와 두 번 다시 이런 경험이 있을까. 평생 기억에 남는 순간일 것"이라며 "갑자기 생각이 나서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진종오는 또 "성적으로만 평가받는 올림픽이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도 인정해줬으면 좋겠다"며 "가은이가 속상해하는 모습을 봤다. 본인이 제일 속상할 것이다. 추가은을 많이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도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편집=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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