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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모야모야병 수술 미룬 40대 엄마, 5명에 새 생명 선사

장종호 기자

입력 2024-02-26 11:36

임신 중 모야모야병 수술 미룬 40대 엄마, 5명에 새 생명 선사
둘째 아이 첫 돌에서 아이를 안고 기념 촬영한 이하진씨. 사진제공=한국장기조직기증원

[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하늘나라에 있는 엄마가 들어줬으면 좋겠다며 열살 아들은 "엄마와 함께 마트랑 공원에 자주 놀러 갔던 것이 너무 행복했어요. 차 타고 산소 갈 때 엄마 생각 많이 나요. 15개월 된 동생과 사이좋게 잘 지낼 테니, 엄마도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요. 사랑해요"라고 인사를 전했다.



기증자 이하진씨(42)는 지난 1월 23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뇌사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되었다.

이 씨는 2020년 모야모야병 진단을 받았다. 점점 증상이 악화돼 병원에서 수술을 권유 받았지만, 당시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이었기에 출산 후 수술을 받기로 했다.

둘째가 첫돌을 지난해 12월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후 2주간 요양병원에서 회복 후 퇴원했는데 독감을 심하게 앓고, 지난 1월 17일 새벽 갑작스러운 뇌출혈 증상으로 응급수술을 했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되었다.

남편은 이씨가 생전에 기증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어린 자녀들이 엄마를 자랑스럽게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이 씨는 뇌사장기기증을 통해 신장(좌, 우), 간장, 폐장, 심장을 기증해 5명의 생명을 살렸다.

가족들에 따르면 이씨는 활발하고 늘 적극적인 성격이었고, 운전과 영화를 좋아했다. 자폐증이 있는 언니와 자라며 늘 양보하고, 보살펴주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가족들은 젊은 나이에 사랑스러운 두 아이를 두고 떠난 이씨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모야모야병 진단을 받았을 때 바로 수술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둘째를 임신 중이었고 시어머니는 유방암 3기여서 수술 일정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이씨의 남편은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편히 잘 살았으면 좋겠어. 애들은 내가 잘 키울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지켜봐 줘. 잘 지내. 사랑해"라고 말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문인성 원장은 "하늘에 천사가 되셨을 기증자와 숭고한 결정을 통해 생명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기증자를 통해 새 삶을 받은 다섯 명의 이식수혜자도 따뜻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기증자를 그리워하며 남편과 아들이 마음의 편지를 전하는 영상은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유튜브에서 시청 가능하다.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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