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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네번째 중대재해…위기의 현대제철

강우진 기자

입력 2024-02-15 10:31

벌써 네번째 중대재해…위기의 현대제철
◇현대제철 CI.

현대제철 사망사고 관련 고용노동부가 강력 대응을 예고하고 노동계에서 날선 비판을 이어가면서, 지난해 12월 취임한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이 임기 초부터 곤욕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추락사에 이어 2개월 만에 질식사로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안전경영은 뒷전이라는 지적도 헤쳐나가야 할 과제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10시 50분쯤 인천시 동구 송현동 현대제철 공장 폐수 처리 수조에서 A씨(34) 등 외주업체 노동자 6명과 현대제철 소속 직원 B씨가 쓰러졌다. 이 사고로 A씨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부상자 중 2명은 중상이다.

이들은 저류조에 있던 찌꺼기(슬러지)를 차량으로 옮긴 뒤 5m가량 떨어진 저장 수조로 넣던 중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폐수처리장은 스텐강 생산과정에서 이물질 제거 및 표면처리용으로 관리 대상 물질인 불산 등을 사용하고 폐처리된 유해화학물질을 1차 산처리해 반출하는 곳이다.

이와 관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씨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가스 중독사로 추정되나 정확한 사망 원인은 정밀 감정을 해봐야 한다는 소견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제철에서는 불과 2개월 전에도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6일 충남 당진시 송악읍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내 원료공정 공장에서 시설관리 작업 중이던 외주업체 소속 노동자 1명이 7.5m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연이은 사고에 노동계에서는 사측의 안전 관리 부실 문제를 비판하고 나섰다. 사측 보고서와 달리 안전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인천지부 등은 사측 재해보고서에 가스 농도 측정, 밀폐공간 환풍, 개인 방호 장비 착용 등이 현장에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확보한 안전 작업허가서에는 작업 시 주요 위험 요인을 '유해가스에 의한 질식'으로 꼽으며 30분 단위로 가스를 측정하고, 안전 보호구를 착용하라는 조치 사항이 담겼다. 그러나 일일 작업 점검표에는 오전 8시 30분 한 차례 가스를 측정한 기록만 있고, 이후 관련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다. 또 작업자들은 공기 호흡기가 아닌 산업용 방진 마스크와 일회용 방진복을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금속노조 인천지부 관계자는 "사고 당시 현장에는 원청과 하청의 작업지휘와 감시감독은 없었다"며 "작업개시 1분도 지나지 않아 급성중독으로 쓰러진 동료를 작업자가 스스로 목숨걸고 구호하는 등 비상조치 계획도 전무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현대제철 노사간 관계 개선에도 난항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현대제철 노사는 2023 임금협상을 아직까지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말 노조 집행부 선거로 협상이 중단된 후 올해 초 협상을 재개했지만,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한채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고용부도 7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사고를 엄중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내며 현대제철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 후 현대제철 소속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로 책임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현재 사고 원인과 중대재해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현대제철의 하청업체는 상시근로자가 5∼49인으로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시 사고 예방 의무를 소홀히 한 경영책임자 등에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현대제철은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고용노동부와 경찰 등 관계 기관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다만 안전대책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조사 중인 사안이라 답변이 어렵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우리 측과 연간계약을 맺은 업체에서 발생한 사고"라며 "조사 결과가 나온 뒤 누구의 귀책 사유인지 따져봐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속적으로 재해를 줄일 수 있도록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지만, 외부에 공개하기에는 이른 시기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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