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진짜 힘은 수비다. 아드레날린 샘솟는 극장골의 화려함 속에 숨겨진 끈적끈적한 조직력이 진정한 원동력이다. 포항은 올해 13골 중에 11골을 후반에 넣었다. 그중에서도 5골은 후반 추가시간에 나왔다. 그 때까지 수비진이 최소 실점으로 버텨줬기 때문에 승리도 가능했다. 포항은 7경기 동안 6골을 허용했다. 무실점 경기는 2회로 많은 편은 아니지만 2골 이상 허용한 경기가 한 차례 뿐이다. '멀티 실점' 경기가 리그 최소다. 포항은 한 골만 넣어도 지지는 않는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아이러니하게도 동계훈련 기간 동안 포항의 가장 큰 불안요소가 바로 수비였다. 포항은 지난해 12월부터 고작 3개월 사이에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감독 및 코칭스태프가 확 바뀌었다. 주전 공격수 제카, 고영준 김승대가 이적했다. 수비의 핵심 하창래와 그랜트도 팀을 떠났다. 그래도 공격진은 K리그2 최고의 스트라이커 조르지를 영입하고 김인성 백성동 정재희 등이 건재한 상황이라 걱정이 덜했다. 수비진은 기대주였던 박찬용을 중심으로 완전히 새 판을 짜야했다.
출발은 아찔했다. 개막전에는 아스프로와 박찬용이 선택을 받았다. 아스프로는 K리그 개막보다 앞서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 전북전에 첫 선을 보였는데 물음표가 붙은 상태였다. 이동희와 전민광이 아직 준비가 완벽하지 않았다고 판단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아스프로는 1라운드 울산전에 바로 퇴장을 당하는 사고를 쳤다. 센터백 카드 한 장이 시작부터 날아가버렸다. 다행스럽게도 이동희와 전민광은 예상보다 빠르게 경기력을 올렸다. 사실 이동희는 개인능력은 만족스러웠지만 포백일 때보다 스리백일 때 더 완벽했다. 이동희는 박태하 감독이 스리백을 구사할 때 기회를 받았다. 전민광은 K리그1에서 실전 감각이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적응 기간을 조금 더 가져야 했다. 이 둘은 불과 개막 1개월 만에 이런 약점들을 극복하고 주전급으로 당당하게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