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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만 하는게 아니다' 의외로 큰 가족 에이전시의 세계

박찬준 기자

입력 2024-02-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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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만 하는게 아니다' 의외로 큰 가족 에이전시의 세계
25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대한민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이강인이 입장하고 있다. 알와크라(카타르)=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1.25/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논란의 중심에 있는 '슛돌이' 이강인(23·파리생제르맹)은 최근 자신의 국내 에이전시를 공개했다. 이강인의 법률 대리인은 13일 "이강인의 국내 에이전시를 자처하는 국내 광고 마케팅 대행사에 대한 법적 대응을 밝힌다. 이강인은 올해 1월 국내 에이전시로 'K10 유한회사'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K10 유한회사'는 이강인의 아버지가 대표이사, 어머니가 이사, 누나가 감사로 있는 가족 에이전시다.



일련의 논란으로 'K10 유한회사'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지만, 가족 에이전시는 축구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황희찬(울버햄턴) 조규성(미트윌란) 이재성(마인츠) 황의조(알란야스포르)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 상당수가 가족 에이전시를 운영하고 있다. 축구 외에도 야구의 류현진 이대호 등도 가족을 앞세운 에이전시를 두고 있다.

가족 에이전시의 다수가 선수 매니지먼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광고나 초상권, 용품, 방송 활동 등을 관리한다. 이강인이 속한 'K10 유한회사'도 마찬가지다. 이적 관련 이슈는 스페인 출신의 에이전트 하비에르 가리도에게 일임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국내 관련 일을 'K10 유한회사'가 관리하는 구조다. 하지만 이승우 권경원(이상 수원FC) 장현수(알 가라파) 등처럼 가족 에이전시가 직접 이적을 관리하는 곳도 있다. 이승우의 형 이승준씨는 동생 이적 뿐 아니라 여러 명의 외국인 선수를 K리그에 입성시키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축구계 가족 에이전시의 시초는 '해버지' 박지성이다.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가 2006년 독일월드컵 직후 박지성의 매니지먼트를 전담하는 JS리미티드를 만들었다. 당시 슈퍼스타였던 박지성은 JS리미티드를 통해 광고, 행사 등을 관리했다. 과거 에이전시 문제로 고생했던 여러 스타들과 달리, 박지성이 큰 잡음 없이 승승장구를 이어갔고, 가족 에이전시는 더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최근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의 인기가 크게 올라가며, 관리의 중요성이 커졌고, 그러면서 가족 에이전시는 대세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가족 에이전시의 장점은 '믿음'이다. 가족이 선수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회사의 한 관계자는 "가족보다 더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의사소통이 잘 되고, 형제 자매가 할 경우, 부모님이 안심한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가족을 위한 일이다보니, 선수도 한발 양보하고, 에이전시도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선수 가족 에이전시와 협상을 했던 한 K리그 팀 관계자는 "구단 입장에서 봤을 때 이보다 더 '진상'이 없다. 협상을 임하는 입장에선 굉장히 까다롭고, 조심스러운 상대다. 사실 일반 에이전트와 협상할 때는 어느 정도 선에서 마무리하려는 게 있는데, 가족이 에이전트인 경우에는 하나라도 더 얻으려고 한다"고 했다.

수수료나 대행료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가족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중요 포인트다. 축구 시장은 매해 이적료나 연봉 규모가 가파르게 우상향하고 있다. 따라서 수수료도 커졌는데 가족 에이전시를 통할 경우, 가족 수익으로 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개 일반 에이전시의 경우 수수료로 케이스에 따라 2~10%를 지불하는 게 관례다.

가족 에이전시의 단점은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한 에이전시 관계자는 "보통 한 집안에 축구 선수가 있으면, 선수에게 포커스를 맞출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다른 자식들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고,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가족 에이전시를 통해 수익을 나누려는 생각이 크다"며 "최근 들어서는 조금씩 나아지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유로 하다보니 실제 에이전트로서 필요한 것들을 갖추지 못하거나, 현장의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른 수습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또 출연료로 수억원을 받는 광고를 찍을 정도로 슈퍼스타가 아닐 경우, 큰 수익이 나지 않아 가족 에이전시가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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