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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의 센터서클]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클린스만 시대, 이강인 향한 소모적 비난은 그만

김성원 기자

입력 2024-02-19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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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클린스만 시대, 이강인 향한 소모적 비난은 그만
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 대한민국과 요르단의 경기. 대한민국 이강인이 경기에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알라이얀(카타르)=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02.06/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고 하지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예외다. 이런 외국인 지도자는 없었다. '잃어버린 1년'이라는 말이 공허할 뿐이다.



처음부터 '국내 상주'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한국 축구는 마지막 순간까지 유유자적, 그의 '레전드 미소 놀이'에 놀아났다. 수차례의 경고음에도 대한축구협회는 귀를 닫았다. 이제와서 "클린스만 감독이 경기 운영이나 선수 관리, 근무 태도 등에서 우리가 대한민국 감독에게 기대하는 리더십을 보이지 못했다. 경쟁력과 태도가 국민 기대치와 정서에 미치지 못했고, 앞으로도 힘들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발표를 듣고 있기에는 상처가 너무 크다.

클린스만 감독은 여전히 자아도취에 빠져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의 사단도 마찬가지다. '패장'의 흔적을 기대하는 것은 사치다. '선수 내분 탓'으로 돌리는 억지 궤변에선 분노가 치밀지만 이 또한 한국 축구가 자초한 일이다. 클린스만 시대는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악몽이다.

어차피 클린스만 감독은 떠나면 그만인 존재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한국 축구 역대 최강의 라인업은 이제 '한가한 소리'가 됐다. '탁구 게이트'로 갈기갈기 찢겨졌다. 한국 축구의 현재인 손흥민(32·토트넘)과 미래인 이강인(23·파리생제르맹)의 충돌이라 더 우려스럽다. 어느 조직이든 '다툼'이 있다. 하지만 '세대 갈등'이 표면화 된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 충격이다.

당연히 비판받아 마땅하다. 대한민국뿐이 아니다. 전세계 모든 축구팀에는 규율이 있다. 주장 완장은 권위를 상징한다. '캡틴'의 공적 이야기는 받아들일 의무가 있다. 그래야 질서가 지켜진다. 이강인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한다. 사실 그의 '직설 화법'은 시한폭탄이었다. '슛돌이'로 유명세를 탄 이강인은 10세 때 스페인으로 '축구 유학'을 떠났다. 그의 마인드는 대한민국보다 스페인에 더 가깝다. 연령대별 대표를 거치면서 그의 별명은 '막내 형', 불편한 진실도 담겨 있다. 이강인의 거침없는 행보에 힘겨워하는 '형'들도 꽤 있었다.

카타르아시안컵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손흥민이 아닌 '다른 형'들에게 상처가 되는 말로 문제가 됐다. 손흥민이 폭발한 것은 이것도 이유가 됐다. 사과의 글과는 별개로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다만 이강인을 향한 무차별적인 비난은 자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또한 태극마크를 소중하게 여긴다. 16세 때부터 대한민국을 대표했다.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선 남자 축구 사상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선 12년 만의 16강 진출을 함께했고, 지난해에는 항저우아시아게임의 금메달 주역이었다.

그는 하루 아침에 '죽일 놈'이 돼선 안되는 소중한 존재다. 일부 팬들이 이강인의 SNS에 달려가 저주를 퍼붓고, 몇몇 팬은 손흥민 SNS에 비난의 글로 상처를 주는 것은 한국 축구를 위해서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이강인 가족에게까지 비난하는 것은 주소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1년 365일 지구촌 어디에선가 열리는 축구는 멈출 수도, 멈춰지지도 않는다.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했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은 손흥민과 이강인이 공존하는 사실상 마지막 대회다. 물론 작금의 사태에 대해선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재발 방지는 약속돼야 한다. 도려낼 부분이 있으면 과감하게 수술도 해야 한다. 그렇다고 누구를 버리는 것은 안된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선 모두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현역 선수 생활은 자신의 축구 인생에 절반도 안된다. 유명세에 파묻혀 '우리'가 아닌 '나'를 고집하는 순간 팀은 무너진다. '인기'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에 불과하다.

차기 A대표팀 사령탑이 그려나갈 '원팀'을 위해선 모두가 한 발씩을 양보해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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