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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A 우물쭈물 하다가 '후폭풍' 맞는다. 시급한 클린스만 해임 뒷처리, 제대로 못하면 한국축구 망가진다

이원만 기자

입력 2024-02-19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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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A 우물쭈물 하다가 '후폭풍' 맞는다. 시급한 클린스만 해임 뒷처리,…
기자회견을 마치고 사죄하는 정몽규 회장.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대한축구협회(KFA)의 발등에 불, 아니 폭탄이 떨어졌다. 이를 제대로 처리 못하면 한국 축구는 공멸의 길로 빠지게 될 수도 있다. 우물쭈물 할 때가 아니다. 당장 해결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파악하고, 올바른 프로세스로 정확히 처리해야만 한다.



지난 16일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62)은 이견의 여지가 없이 '한국 축구사상 최악의 감독'이다. 채 1년을 채우지 못한 재임기간 동안,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며 한국 축구의 큰 오점을 남긴 끝에 결국 '최단기간 경질'의 파국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역대 최악의 감독' 클린스만, 폭탄만 던져놓고 떠났다

1년 남짓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클린스만이 남긴 폐해는 어마어마하다.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이 4년여 동안 만들어놨던 팀의 컬러와 전술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난관을 뚫고 16강 진출의 명예로운 성과를 냈던 대표팀은 이제 사분오열될 위기다. 클린스만은 제대로 된 팀 컬러나 전술을 심기는 커녕, 방임으로 일관하며 선수단 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특히 '역대 최강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은 한국 대표팀은 클린스만의 '무원칙 방치' 속에 생긴 선수끼리의 다툼이 외부에 공개되는 바람에 큰 상처를 입었다. 축구인들은 하나같이 "대표팀 안에서 벌어진 다툼이 이렇게까지 커질 일인가"라며 의아해하고 있다.

사실 선수끼리의 언쟁 또는 불화는 어느 세대, 어느 나라 대표팀에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굳이 '하극상'이나 '파벌'같은 자극적인 단어로 확대해석 할 필요가 없다. 이런 일이 생겼을 때는 보통 내부 차원에서 바로잡는 법이다. 원칙을 적용해 질서를 세우고, 팀을 다독여 다시 하나로 뭉치는 일은 감독이 해야만 하는 일이다.

이런 면에서 손흥민과 이강인의 불화로 대표되는 '대표팀 내분사건'의 원흉이야말로 이 사건을 마냥 지켜보기만 한 클린스만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심지어 아시안컵 결승진출의 실패 요인을 선수들의 불화로 돌리기까지 했다. 대단히 후안무치하고 비겁한 행태다. 실실 웃는 얼굴로 내뱉은 클린스만의 비겁한 말에 상처받은 건 선수들과 한국축구팬 뿐이다. 애초부터 '뽑지 말아야 할 리더'를 뽑았을 때 어떤 파국이 벌어지는 지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클린스만은 한국 축구에 커다란 상처만 남긴 채 쫓겨났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사상 최악의 대표팀 감독'이 망쳐버린 한국 축구를 다시 정상궤도로 올려놔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정몽규 회장과 KFA는 만사 제쳐두고 이 일에 몰두해야 한다.

▶KFA와 정몽규 회장, 한국축구 정상화에 몰두하라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빠른 시일 안에 대표팀을 수습할 '차기 감독'을 뽑는 일이다. 바로 다음 달에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일정이 이어진다. 3월 21일 태구과의 홈경기까지 약 한 달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적어도 향후 1~2주일 안에 사령탑 선임 작업이 완료돼야 한다. 시간이 빠듯하다.

이와 관련해 정 회장은 지난 16일, 클린스만 경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새로운 전력강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을 선임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또 클린스만 선임 과정에 대해서는 "전임 벤투 감독 선임 때의 프로세스와 같았다"며 책임회피성 발언을 했다. 그러나 프로세스가 같은 기준으로 정확히 작동했다고 믿는 축구팬들은 아무도 없다. 이미 국제 축구무대에서 '역량부족'으로 낙인찍히다시피 한 클린스만을 데려온 건 프로세스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다. 이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이런 문제를 일일이 지적하고, 책임을 논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때문에 정 회장과 KFA는 클린스만 선임 프로세스가 잘못됐다는 걸 순순히 인정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노력에 집중해야만 한다. 그래야 '제2의 클린스만' 사태를 피하고,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다.

또 다른 숙제는 사분오열된 대표팀의 젊은 인재들을 다시 하나로 끌어안는 노력이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모두 한국축구가 소중히 여겨야 할 보물들이다. 감정적인 '마녀사냥'식 비판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고, 이 과정에서 생긴 선수들의 상처를 다독이는 것 또한 KFA의 몫이다.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을 다시금 끌어올리기 위한 다방면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런 뒷수습 과정이 바르게 처리되지 않는다면, 한국 축구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정 회장과 KFA 수뇌진은 변명할 시간이 없다. 한국 축구가 공멸로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지금은 '해야 할 일'을 정확히 해야만 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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