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벤투와 클린스만은 '비교불가' 수준이다. 일단 준비 시간부터 다르다. 벤투 감독은 2018년 8월 부임해, 2019년 1월 아시안컵에 나섰다. 9월에 첫 경기를 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4개월만에 메이저 대회에 나선 셈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벤투 감독은 당시 금메달을 획득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멤버들을 대거 불러들이며 대표팀 틀을 바꿨다. 반면 클린스만 감독은 2023년 2월 선임돼, 2024년 1월 아시안컵에 참가했다.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아시안컵을 준비할 수 있었다. 심지어 10월 A매치부터는 '연속성, 지속성'이라는 이유로 멤버를 고정하기도 했다. 새 얼굴 없이 석 달 넘게 아시안컵에만 집중했다. 클린스만호는 역대 최강의 멤버에도 불구하고 4강 밖에 가지 못했다.
더 큰 차이는 '축구' 그 자체에 있다. 벤투 감독은 부임 첫 경기부터, 후방 빌드업을 통해 점유율을 중시한, '능동적인 축구'를 강조했다. 뒤에서 짧게 풀어나가며, 체계적인 공격작업을 팀에 이식시키려 했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다. 무의미하게 볼을 점유하는 답답한 양상의 경기가 반복됐다. 골결정력 부족에 허덕였고, 밀집수비를 깨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아시안컵에서 이 문제가 노출되며, 결승은 커녕, 4강 진출에도 실패했다. 당시 벤투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지만, '벤투호의 색깔이 무엇인지'는 다들 명확히 알고 있었다. 논쟁의 초점은 '벤투식 축구가 우리에게 맞는가', '이 축구로 세계 무대와 경쟁할 수 있는가'에 맞춰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