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가 대회 2연패를 달성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한국은 과연 이번 대회 우승에 진심이었나' 하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애초 이번 아시안컵은 중국이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중국이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개최권을 포기하면서 한국, 카타르, 인도네시아 등이 유치 경쟁을 벌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축구협회에 아시안컵 유치를 지시할 정도로 열을 올렸다. 명분은 그럴싸했다. 아시안컵이 2015년 아랍에미리트, 2027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만큼 2023년 대회는 순환 원리에 의해 비중동 국가에서 열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카타르가 아시아축구연맹(AFC)과 새로운 스폰서 계약을 맺고, 대규모 중계권 계약을 맺는 등 물량공세로 표심잡기에 나설 때, 한국은 아시안컵을 K팝 등 K-문화를 앞세운 종합문화대회로 개최하겠다는 계획으로 맞섰다. 협회는 개최지 유치에 실패한 뒤 '돈의 싸움'에서 밀렸다고 자평했지만, 실제론 '전략의 싸움', '비전의 싸움'에서 밀렸다고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카타르가 아시아 전역을 품을 배포를 드러냈다면, 한국은 우리끼리만 파이팅을 외치는 꼴이었다.
결국 개최권을 가져간 카타르는 자국팬의 일방적인 응원 열기에 힘입어 두 대회 연속 우승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은 귀국 현장에서 홈 이점을 누린 중동팀을 극복하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시안컵과 비슷한 시기에 코트디부아르에서 열린 2023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우승한 팀도 개최국 코트디부아르였다. 코트디부아르는 2015년 이후 8년만이자 통산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이 자국 개최한 1960년 대회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FIFA 랭킹 58위 카타르, FIFA 랭킹 49위 코트디부아르의 우승이 한국 축구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과연 대한축구협회는 코트디부아르처럼 우승 목표를 위해 조별리그를 마치고 감독을 경질하는 강수를 둘 강단이 있었을까. 클린스만 감독에겐 '40세 초보 지도자'인 파에 감독대행처럼 두 차례 연장승부를 벌인 팀을 우승까지 끌고갈 아이디어와 지도력이 있었을까. 단순히 좋은 선수들로 좋은 축구를 하는 것만으론 '아시아의 월드컵', '아프리카의 월드컵'에서 우승하기란 쉽지 않다. 이번 주 예정된 아시안컵 평가 회의는 뼈저린 반성과 함께 향후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