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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김민재·이강인은 사과, 클린스만은 미소 후 '줄행랑'…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상황인가

김성원 기자

입력 2024-02-13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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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김민재·이강인은 사과, 클린스만은 미소 후 '줄행랑'…이것이 과연…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8일 오후 귀국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손을 흔들며 웃고 있다. 인천공항=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2.8/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선수들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단다. 연신 고개를 숙인다. 반면 그들을 이끄는 수장의 현실 인식은 '제로'다.



'사퇴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나이스 퀘스천(좋은 질문)"이라며 웃는다. 입국장의 싸늘한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환영 인파'로 착각한 듯 손을 흔들며 미소짓는다. 기다림도 없다. 정작 자신이 대회 분석과 평가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대한민국에 없다. 이미 미국으로 '줄행랑'쳤다. 2024년 2월, 한국 축구의 오늘이다. 그러나 키를 쥐고 있는 대한축구협회는 침묵하고 있다. 과연 이것이 정상적인 상황인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카타르아시안컵이 개최국 카타르의 2연패로 11일(이하 한국시각) 막을 내렸다. 4강전에서 대한민국에 충격패를 안긴 요르단은 사상 첫 결승 진출로 만족하고 있다. 태극전사들은 여전히 악몽의 늪을 거닐고 있다. 소속팀에 복귀했지만 심란하다. 손흥민(토트넘)은 8일 영국 런던에 도착한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런던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겁고 아쉬웠다'며 '내가 주장으로서 부족했고, 팀을 잘 이끌지 못 했던거 같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말 많이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대한민국 축구선수임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밝혔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는 9일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팬분들이 응원해 주시는 만큼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썼다. 이강인(파리생제르맹)도 10일 '원하는 결과를 이루지 못해 개인적으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언제나 대표팀을 응원해 주시는 축구 팬 여러분들의 끊임없는 기대와 성원에 이번 아시안컵에서 좋은 결과로 보답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손흥민과 김민재는 '살인 일정'에도 쉼표없이 그라운드에 다시 섰다. 특히 손흥민은 11일 브라이턴과의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4라운드에서 후반 교체투입돼 종료 직전 브레넌 존슨의 극장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팀의 2대1 역전승을 이끌었다. 호주 출신의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피로가 걱정돼 후반에 투입했다. 그는 뛸 준비가 돼 있었고 뛰고 싶어했다"며 "국가가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을 수도 있지만 손흥민은 월드클래스"라고 '뼈있는 칭찬'을 했다.

손흥민도 만감이 교차했다. 그는 브라이턴전 후 "일단은 축구로 아픈 상처를 받았는데 축구로 치유하는 게 가장 빠르다고 생각했다. 많은 토트넘 팬분들도 그렇고, 여기 온 한국 팬분들도 그렇다.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 덕분에 이렇게 환영을 받아서 너무 큰 위로가 됐다"며 "대한민국 국민들께 너무 죄송스러운 마음이고 또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다. 내가 유일하게 힘든 시간을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은 운동장 안이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악전고투하는 태극전사들과 달리 다음주 출국할 것이라고 했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10일 자택이 있는 미국으로 떠났다. 본진과 함께 귀국한 지 이틀 만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요르단전 후 "팀과 한국으로 돌아가서 이번 대회를 분석할 것이다. 협회에 들어가서 이번 대회 때 잘 됐던 점과 좋았던 점들, 논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축구협회는 이번 주 전력강화위원회를 개최해 아시안컵 평가와 함께 대표팀 운영 전반을 논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설명을 해야할 의무가 있는 당사자인 클린스만 감독이 없다. 재택 근무, '투잡(two job)', 잦은 외유, 무(無)전술 등 온간 논란은 다른 세상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는 8일 인천공항 입국장에서도 '좋았던 부분, 긍정적인 부분'만을 강조했다.

또 현재의 길을 고수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매번 말하지만 대표팀 감독은 소속팀 감독과 다르다. 다른 생각을 갖고 지속적으로 (나에게)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내가 일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한국 축구는 이제 2026년 북중미월드컵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클린스만 감독에게 등을 돌렸다. 그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국내 상주'를 거부하는 한 새 얼굴도 없다. 부글부글 끓는 팬심은 A매치가 열리는 날이면 폭발할 것이다. 다음달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이 재개된다. 시간이 없다.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게는 선택지가 없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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