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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리랑카] 한국, 스리랑카 5대0 대파 사실상 조 1위 확정...유상철 감독에 바친 승리

김용 기자

입력 2021-06-09 21:52

 한국, 스리랑카 5대0 대파 사실상 조 1위 확정...유상철 감독에 바…
한국과 스리랑카의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경기가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전반 김신욱이 선제골을 터뜨렸다. 김신욱이 최태욱 코치에게 유상철의 유니폼을 건네받고 있다. 고양=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06.09/

[고양=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유상철 감독 가는 길에 바친 승리.



전반 15분 김신욱(상하이 선화)의 선제골이 터지자 선수들이 약속을 한 듯 벤치쪽으로 달려갔다. 일렬로 쭉 늘어선 선수들에게 최태욱 코치가 유니폼 하나를 건넸다. 한국 축구의 투혼을 상징하는 붉은 유니폼. 거기에는 7일 세상을 떠난 유상철 감독의 이름과 등번호가 박혀있었다. 이날 경기 주장 완장을 찬 김신욱이 선수들을 대표해 유니폼을 들어올렸다. 유 감독 가는 길, 국가대표 후배들의 마지막 선물이었다.

한국이 스리랑카에 완승을 거두며 월드컵 2차 예선 조 1위를 사실상 확정지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H조 스리랑카전에서 5대0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4승1무 승점 13점을 기록, 조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이 경기 전 열린 레바논과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레바논이 2대3으로 패배, 승점 10점에 그치며 한국이 남은 레바논전 결과에 관계 없이 사실상 1위를 확정짓게 됐다. 한국은 골득실 +20, 레바논은 +4이기에 한국이 레바논에 믿기 힘든 대패를 하지 않는 한 순위는 바뀌지 않는다. 최종 예선 진출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스리랑카는 한국을 만나기 전까지 전패를 한 약팀. 지난해 열린 첫 대결에서도 한국이 8대0 대승을 거뒀다. 승패를 떠나 한국이 몇 골을 넣느냐에 관심이 모아진 경기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어떤 경기든 주전급 선수들을 투입하는 기존 선택을 버리고, 이날 그동안 뛰지 못하던 선수들을 대거 투입했다. 정예 멤버가 나섰던 투르크메니스탄전과 비교해 남태희(알 사드)를 제외한 10명의 선수가 바뀐 선발 라인업이었다. 송민규(포항)가 선발로 데뷔전을 치렀고, 후반에는 강상우(포항)와 정상빈(수원)도 A매치 첫 경기를 뛰는 감격을 누렸다.

예상대로 일방적이었다. 골?퍼 조현우는 공 한 번 제대로 잡아보지도 못하고 몸만 풀 정도로 한국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전반 세 골이 터졌다. 단신의 스리랑카 수비진을 겨냥해 투입된 김신욱(상하이 선화)이 전반 15분 선제골과 43분 세 번째 페널티킥 골을 터뜨렸다.

이동경(울산)은 전반 22분 자신의 A매치 데뷔골을 성공시켰다. 왼쪽 측면을 돌파한 송민규의 크로스를 그림같은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시켰다. 이동경의 고난이도 킥도 완벽했고, 상대가 약체라고 하지만 A매치 데뷔전이라고 믿기 힘든만큼 뛰어난 활약을 펼친 송민규의 패스도 훌륭했다.

후반에도 경기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일방적 흐름 속 황희찬(라이프치히)과 정상빈의 연속 추가골까지 더해졌다. 특히 19세 대형 유망주 정상빈은 그라운드에 투입되자마자 골문 앞에 서있다 이동경이 찬 슛이 자신의 발에 맞고 들어가는 행운을 얻었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게 됐다.

스리랑카전은 월드컵 가는 길에 중요한 경기이기도 했지만, 7일 췌장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추모하는 경기이기도 했다. 대표팀 후배들과 경기장을 찾은 축구팬들이 함께 해 만든, 유 감독에게 바친 승리였다.

고양=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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