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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 호날두' 안병준의 고백 "다시 K리그2에서 뛴다는 게 무서웠다"

김용 기자

입력 2021-05-03 13:32

'인민 호날두' 안병준의 고백 "다시 K리그2에서 뛴다는 게 무서웠다"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무서웠다고 표현해야 할까…."



안병준(부산 아이파크)은 2020년 K리그 무대에서 가장 뜨거운 사나이 중 한 명이었다. K리그1에 비해 관심도가 조금 떨어지는 K리그2지만, 안병준의 활약은 엄청났다. 21골을 몰아치며 13골의 안드레(대전)을 멀찌감치 물리치고 득점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리그 MVP 영광도 그에게 돌아갔다. '인민 호날두'라는 멋진 애칭도 얻었다. 가장 중요했던 건, 안병준의 활약 속에 수원FC가 극적인 승격 드라마를 썼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안병준의 축구 인생도 탄탄대로처럼 풀릴 것 같았다. K리그1에서도 폭격기처럼 상대 골문을 두드릴 일만 남았다. 많은 팀들이 관심을 표명했고 결국 강원FC가 트레이드를 통해 안병준을 품었다.

하지만 마지막 메디컬 테스트에서 발목이 잡혔다. 고질인 무릎 부상에 대해 강원이 의구심을 거두지 못했고, 결국 트레이드를 취소해버린 것이었다. 그 사이 다른 팀들은 이미 선수 보강을 마쳤다. 강원의 선택에 안병준 건강에 대한 의구심도 남을 수밖에 없게 됐다.

안병준의 마지막 선택은 부산이었다. K리그1에서 한 시즌을 못버티고 다시 강등된 전통의 명문. K리그2 MVP가 K리그1 팀에 못가고 잔류하게 된 첫 사례로 남게 됐다.

선수 입장에서 심리적 허탈감이 매우 클 수밖에 없었다. 더 큰 무대를 꿈꾸며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결국 나는 제자리 걸음만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면 의욕이 생길 수가 없다. 안병준은 "다시 K리그2에서 뛴다고 최종 결정이 됐을 때, 내 스스로 100% 동기부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하니 무서웠다"고 돌이켰다. 이어 "그래도 팀에 합류하고 운동하다 보니, 운동장에서 공 차는 게 가장 행복하고 재밌는 일이라고 생각이 됐다. 그리고 가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1부든, 2부든 축구 선수로서 열정을 갖고 뛸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시즌 전 힘들었던 건 맞다. 다만, 부산에 합류하고 많은 분들이 도와줘 팀에 빨리 녹아들 수 있었다"고 섦여했다.

안병준은 올해도 K리그2에서 정상의 자리에 서고 싶은 욕심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난해에도 개인 타이틀 욕심은 크게 없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부산 아이파크에 힘이 될 수 있게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안병준은 2일 열린 부천FC전에서 후반 쐐기골을 터뜨리며 팀의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해만큼의 파괴력은 아니지만, 5골로 득점 부문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가게 됐다. 안병준은 후반 골을 터뜨린 뒤 후방으로 내려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했다. 부산은 이번 시즌 무실점 경기가 없었다. 팀의 무실점 경기를 위해 최전방 공격수가 수비까지 내려간 것이었다. 안병준은 "원정 경기에서 무실점 승리를 할 수 있었던 것, 그게 제일 좋았다"고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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