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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무속인役, 센캐 갈증 해소"…'파묘' 김고은, 돈값 제대로 한 '연기 장인' 품격(종합)

조지영 기자

입력 2024-02-26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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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속인役, 센캐 갈증 해소"…'파묘' 김고은, 돈값 제대로 한 '연기…
사진=BH엔터테인먼트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연기 인생 정점을 찍었다. 배우 김고은(33)이 신들린 연기로 신들린 흥행을 견인하며 극장가를 '파묘'들게 만들었다.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파묘'(장재현 감독, 쇼박스·파인타운 프로덕션 제작)에서 젊은 나이에 출중한 실력과 카리스마를 가진 원혼을 달래는 탑클래스 무당 화림을 연기한 김고은. 그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파묘'의 출연 계기부터 작품을 향한 애정과 열정을 털어놨다.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섹션에 초청된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작품이다. 영화 '검은 사제들'(15) '사바하'(19)를 통해 'K-오컬트' 장인으로 등극한 장재현 감독의 세 번째 오컬트 작품으로 관심을 끈 '파묘'는 파묘라는 신선한 소재에 동양 무속 신앙을 가미해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오컬트 미스터리를 완성, 지난 22일 개봉 이후 3일 만에 100만, 4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극장가 무서운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파묘'는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파격적인 캐릭터 무당 화림으로 변신한 김고은의 신들린 열연에 연일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악지에서 불길한 기운을 느낀 풍수사 상덕(최민식)의 반대에도 위험에 빠진 박지용(김재철)의 가족을 도와 대살굿을 진행, 이후 기이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화림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김고은. 흠잡을 곳 없는 실력과 카리스마로 무장한 젊은 무당으로 '파묘'를 쥐락펴락한 김고은은 특유의 장악력과 매력으로 관객들을 완벽히 매료했다.

이날 김고은은 '파묘'를 선택한 이유로 가장 먼저 장재현 감독과 선배 최민식을 꼽았다. 그는 "오로지 장재현 감독의 팬심이었다. 전작 '검은 사제들' '사바하'도 모두 극장에서 봤다. 물론 '사바하'는 VIP 시사회를 초대 받아서 영화를 공짜로 보긴 했지만 '검은 사제들'은 내 돈 주고 봤다. 전작을 보면서 한국에 이런 오컬트 장르적인 영화가 싶었고 오컬트 장르에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개척을 한 지점에 대한 존경심이 있었다. 장재현 감독 작품 안에 내 모습이 담긴다면 어떤 모습일까 생각도 했었다"고 밝혔다.

더불어 최민식을 향해 "최민식 선배가 캐스팅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안 할 수 없었다. 그동안 다른 작품의 VIP 시사회에서 한 두 번 본 적이 있었는데 너무 대선배이지만 후배들의 인사를 받아줄 때의 따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늘 최민석 선배와 대화도 더 해보고 싶고 작품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다. 최민식 선배와 작품을 하는 기회도 흔치 않은데 계속 합을 맞추면서 하는 역할의 작품이 또 있을까 싶었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되겠다 싶었다"며 "최민식 선배가 칭찬을 너무 많이 해줬다. 접적으로 선배에게 큰 칭찬을 받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밖에서 나에 대해 칭찬을 많이 해줘서 기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파묘' 무대인사를 참여했을 때 최민식 선배가 늘 나를 '묘벤져스'의 손흥민, 메시라고 소개를 해줘서 몸 둘 바를 모르겠지만 굉장히 보람됐다. 내가 생각하는 최민식 선배는 '파묘' 팀의 히딩크다"고 웃었다.

그는 "현장에 최민식 선배가 있으면 기둥 같은 느낌이 있다. 소란스럽지 않고 무언가 중심을 딱 지켜준다. 그렇다고 너무 진지하지도 않다. 시종일관 유머를 계속 던져서 모니터 뒷 자리가 시끌벅적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 확실히 현장 분위기가 한 톤 올라가는 기분을 받는다. 그게 이 장르와 어울리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언코 맞다고 말 할 것이다. 가뜩이나 무거운 영화인데 모두가 무거워지면 에너지가 안 나왔을 것 같다. 그런 에너지를 올려주는 게 최민식 선배다"며 "후배인 나에게 오히려 연기적으로 과감하게 연기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준 선배인 것 같다. 나의 소심함을 현장에서 사라지게 해준다.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만든 게 최민식 선배덕분인 것 같다. 뭘 하나 하고 오면 박수치면서 '역시' '돗자리 까는 거 아니냐'라며 칭찬을 해주는데 그게 정말 큰 힘이 된다. 누구도 현장에서 갸우뚱하는 것 없이 온전히 믿고 바라봐주는 게 크다. 응원의 찬 이야기를 해주니까 거기에 더 힘을 받고 확실하게 표현하는 지점도 생겼다. 실제로 대살굿 장면을 찍을 때 선배들의 대기 시간이 정말 길어 어디 가서 쉴 법도 한데 현장에 계속 있어주면서 분위기를 올려준다. 후배 입장으로는 이루 말 할 수 없는 감사함이 있었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무속인 화림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김고은은 "무속인 역할이라 이 작품의 결정이 어려웠던 점은 조금도 없었다. 실제로 믿는 종교는 기독교인데 그런 부분에서 영향은 전혀 없었다. 이도현 군도 기독교라고 들었고 촬영 감독 등 많은 분이 기독교 신자셨다. 심지어 장재현 감독은 집사라고 하더라. 실제 무속인 선생님들 조차도 개개인의 종교를 개의치 않게 생각했다"며 "무속인 캐릭터가 제안 받았을 때 오히려 반가웠던 것 같다. 내가 단지 걱정했던 부분은 내가 이 분야(무속신앙)에 대해 많이 무지한데 열심히 공부해서 잘 표현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어설프면 안 됐고 그런 걱정이 컸다. 역할이 강해서 주저할 생각은 못 했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나는 모든 캐릭터가 좋다. 사실 어떤 역할을 맡을 때 주어진 작품 한에서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어느 한 시기에는 '파묘' 같은 작품이 내게 오지 않기도 했고 그래서 '파묘'가 왔을 때 반가웠던 부분도 있다. 어떤 한 시기에는 내면에 있는 내 모습을 꺼내보고 싶다고 생각해도 안 오는 경우도 있다. 작품을 만나는 게 인연을 만나는 것처럼 내가 원한다고 되거나 원치 않아서 안 하거나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작품에 전제가 없다. 그런 것까지 가지고 있으면 정말 작품이 한정적이게 될 것 같다. 내 안에서 만큼은 어떤 것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임하고 있다. 이번 작품으로 갈증 해소를 했다. 물론 아직 목 마르긴 하다"고 덧붙였다.

영화 개봉 이후 불거진 호불호도 거침이 없었다. 그는 "시나리오 때부터 험한 것의 존재가 등장했다. 이게 어떻게 구현될까 궁금증이 있었지만 드러난다는 것에 대해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당연히 명확하게 험한 것의 존재가 드러나니까 어떻게 표현하려고 하지 싶었지만 사실 존재들이 명확하게 드러났을 때 호불호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사전에 장재현 감독의 생각을 들었다. 촬영을 하다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아예 기획단계부터 시나리오를 쓴 것이라 장재현 감독 창작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존중했다. 그만큼 몇 년간 많은 고민 끝에 나온 시나리오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요정재형-요정식탁'에 출연해 출연 작품의 흥행이나 실패에 대한 부담감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일말의 양심과 책임감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돈값 해야지'라는 말을 한다"고 밝혀 많은 관심을 받은 김고은. 이와 관련해 "영상이 공개된 이후 많은 화제가 됐다. 사실 그런 거창한 의도로 이야기 한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나만의 유쾌한 유머 중에 하나다. 한 번은 로케이션 촬영 때였는데 너무 추운 날씨라 굉장히 힘들었다. 촬영을 할 때 현장에서 '오늘도 열심히 해야지'라는 표현을 나만의 이야기로 푼 것이다. 그 말 안에는 진심이 있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다.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다. 힘든 순간이 찾아왔을 때 최면처럼 이야기하는 '받았으니까 해야지'라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후 일침을 가한다고 크게 과장돼 너무 부담됐다"고 머쓱해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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