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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호불호 이미 예상한 일"…장재현 감독, '검은사제들'→'사바하'의 피날레 '파묘'(종합)

조지영 기자

입력 2024-02-26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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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불호 이미 예상한 일"…장재현 감독, '검은사제들'→'사바하'의 피…
사진=쇼박스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장재현(43) 감독이 작품을 향한 뚝심과 소신으로 호불호 평가에 맞섰다.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파묘'(쇼박스·파인타운 프로덕션 제작)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 그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파묘'의 연출 계기부터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까지 역대급 캐스팅을 완성한 과정을 밝혔다.

영화 '검은 사제들'(15) '사바하'(19)를 통해 'K-오컬트' 장인으로 등극한 장재현 감독의 세 번째 오컬트 작품인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았다. 한국 토속신앙에서 빠질 수 없는 음양오행, 풍수지리를 근간으로 한 익숙하면서도 가장 한국적인 접근 방식으로 오컬트 호러 영화의 새로운 판을 열었다.

특히 장재현 감독은 '파묘'를 통해 오직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체험적인 영화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를 위해 전국 팔도를 누비며 1200평에 달하는 오픈 세트를 구현, 2m 넘게 흙을 쌓아 올리고 50그루의 나무를 옮겨 심어 '파묘'만의 묘 터를 완성했다. 여기에 CG를 최소화한 실사 촬영을 진행하며 뚝심 있는 연출로 '장재현 유니버스'를 구축했다.

이날 장재현 감독은 "어렸을 때 집 근처 산에 있는 묘에서 많이 놀았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묘가 이장하더라. 실제 이장하는 것을 봤다. 굿을 하고 무덤을 팠는데 그 때 흙냄새가 너무 충격적이었다. 100년 된 다 썩은 관을 꺼내는데 복합적인 생각이 들더라. 그 관에서 나오는 이상한 기분들이 있다. 그런 감정이 '파묘'에 중요한 시작이라고 생각했다"며 "'파묘'는 사전 조사와 시나리오 작업만 2~3년 정도 걸렸다. '사바하' 끝날 때 쯤 이 소재를 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굉장히 하드한 호러 영화를 만들고 싶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면서 달라졌다. 그 당시 극장에서 큰 작품이 개봉을 연기하면서 답답함을 느꼈다. 내 영화까지 답답함을 주면 안 되겠다 싶어서 방향을 바꿨다"고 밝혔다.

그는 "방향을 바꿔 극장에서 볼 수 있는 화끈하고 체험적인 영화로 만들게 됐다. 이 영화를 공포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이 이야기를 해결하고 파헤치는 이야기다. 무섭게 만들려고 한 장면은 영화 속에서 한 두 장면이 전부다. 나도 공포 영화가 극장에 걸리면 잘 안 보게 되는 게 끝나고 나서도 뒷맛이 안 개운하더라"고 덧붙였다.

시사회를 통해 영화가 공개된 이후 불거진 호불호 평가에 대해서도 확실한 소신을 보였다. 장재현 감독은 "호불호는 시나리오 때부터 이미 있었다. 비주얼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고 여러 방법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나는 비주얼적을 무섭게 만들어 표현하는 걸 안 좋아한다. 내 영화는 캐릭터의 대사가 정말 많은데 그런 대사와 이미지가 주제를 함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무섭기 보다는 신비롭게 만들려고 했다. 그리고 '파묘'는 처음부터 귀신을 잡으러 가는 영화가 아니다"고 말했다.

더불어 "'검은 사제들' 당시 무속에 푹 빠진 채 가톨릭 영화를 만든 셈이었고 실제로 '검은 사제들' 두 주인공은 무속인의 아이덴티티를 풀어가는 게 작가적인 의도였다. 그때부터 무속에 관심을 가지면서 무속신앙의 피날레를 '파묘'로 만들었다. 무속 퍼포먼스나 기술을 촬영할 때 멋으로 할 때가 많은데 그러면 비주얼만 보여주게 된다. 나는 비주얼만 보여주기 보다는 정확한 목적이 보이게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이 작품을 통해 듣고 싶은 평은 '했던 거 다시 반복 안 했다'라는 것이다. 발전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게 좋다. 진보하고 있다는 게 나의 사명이다. '검은 사제들'은 항상 들었던 이야기가 이야기가 너무 얄팍하다는 평을 들었다. 또 '사바하'는 반대로 이야기가 너무 무겁다는 것이다. 오히려 캐릭터가 손해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이번 '파묘'는 본능적으로 앞선 두 영화의 평가를 바탕으로 절충안을 찾지 않았나 싶다"고 고백했다.

최민식부터 김고은까지 최고의 앙상블을 보인 캐스팅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드러냈다. 장재현 감독은 최민식에 대해 "연기력은 우리가 말 안 해도 다 알지 않나? 얼굴을 전부 가리고 다녀도 풍기는 분위기부터 '최민식'이다. 시골, 산골에도 다 알아보는 게 최민식이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최민식은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정말 좋다. 술을 좋아할 것 같지만 실제로 촬영 때는 현장에서 술을 한 번도 안 마신다. 또 본인의 분량이 끝나도 그날 촬영이 전부 끝날 때까지 현장을 떠나지 않는다. 물론 모든 배우 중 가장 한 두시간 전 먼저 와서 준비하는 것도 최민식이다. 작품에 필요한 것은 뭐든 한다.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마치 신인 배우같다. 그리고 현장에서 대본을 보지 않는다. 이미 완성체인 것이다. 후배들이 어려워 할까봐 자신을 낮추기도 한다. 최민식은 솔직한 사람과 명쾌한 것을 좋아하는데 그 부분에서 나와 맞는 것 같다. 물론 개그 코드도 잘 맞는다"고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고은에 대한 극찬도 빠지지 않았다. 장재현 감독은 "김고은을 '사바하' 시사회 뒤풀이 때 멀리서 봤다. 감독으로서 한 눈에 반했다고 해야 하나. 너무 여러 감정이 느껴졌다. 김고은이 이제 정말 전성기가 온 것 같았다. 예전에는 젊은 청춘스타의 느낌이 있었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연륜도 생기고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파묘'의 무속인 화림 역에는 김고은을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썼다"며 "김고은은 앞으로 몇 배 더 잘 할 수 있는 배우인 것 같다. 김고은은 그 나잇대 배우가 소화하기에 어려운 장면을 해냈다. 이 역할을 맡을 배우는 우리나라에 김고은 밖에 없었다. 김고은은 기독교 신자라서 박정민을 통해 조심스럽게 시나리오를 전달했고 작품에 참여해줘 고마웠다. 박정민이 철저하게 이용당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장르 영화를 만들 때 어쩔 수 없이 캐릭터가 설명을 해야 해 배우들의 에너지를 깎는 경우도 있다. 연기 잘하는 배우를 많이 불러도 못 날게 해서 미안한 경우도 많다. 배우들의 잠재력을 30% 밖에 못 써 미안할 때가 많은데 이번에도 배우들이 많이 답답했을 것이다. 배우들을 가둔 것 같다. 많이 답답해 했는데 나중에는 적응 돼 편하게 느껴줘서 또 고맙기도 하다"고 마음을 보냈다.

'파묘'는 22일 개봉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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