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SC이슈] 설극장 대작 전멸 韓영화, 빈집 터는 '웡카' '아가일'vs반격하는 '데드맨' '도그데이즈'

조지영 기자

입력 2024-02-08 07:29

 설극장 대작 전멸 韓영화, 빈집 터는 '웡카' '아가일'vs반격하는 '…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연이은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흥행 실패로 참담한 위기를 맞은 극장가 분위기가 설 연휴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는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간 이어지는 설날 연휴를 장식할 극장가 라인업은 지난달 31일 개봉한 할리우드 대작 '웡카'(폴 킹 감독)과 1월 24일 개봉한 '시민덕희'(박영주 감독)를 주축으로 7일 개봉한 '데드맨'(하준원 감독) '도그데이즈'(김덕민 감독) '소풍'(김용균 감독) '아가일'(매튜 본 감독)까지 작아진 극장 파이 속 박터지는 경쟁을 펼치게 됐다.

일단 설 극장 첫 번째 출사표를 던진 '데드맨'은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일명 바지사장계의 에이스가 1천억 횡령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후, 이름 하나로 얽힌 사람들과 빼앗긴 인생을 되찾기 위해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조진웅, 김희애, 이수경 등이 출연했고 봉준호 감독의 '괴물' 공동 각본을 썼던 하준원 감독의 첫 상업 영화 데뷔작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75억원의 제작비로 손익분기점 18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는 미들급 영화다.

이어 오스카를 점령한 윤여정의 신작 '도그데이즈'도 설날 극장 간판을 걸었다. '도그데이즈'는 성공한 건축가와 MZ 라이더, 싱글 남녀와 초보 엄빠까지 혼자여도 함께여도 외로운 이들이 특별한 단짝을 만나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갓생 스토리를 그린 영화다. 윤여정, 유해진, 김윤진, 정성화, 김서형, 다니엘 헤니, 이현우, 탕준상, 윤채나 등 출연진이 화려하고 '영웅' '그것만이 내 세상' 조연출 출신 김덕민 감독의 첫 연출 데뷔작으로 윤제균 감독의 JK필름 지원을 톡톡히 받고 있다. 82억원의 제작비로 손익분기점 200만명을 바라보고 있다.

그나마 저예산 영화로 제작된 '소풍'은 절친이자 사돈지간인 두 친구가 60년 만에 함께 고향 남해로 여행을 떠나며 16살의 추억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 류승수가 출연한 시니어 영화로 앞선 두 영화에 비해 버젯이 가볍다. 12억원의 제작비로 손익분기점 25만명을 겨냥했다.

올해 설 극장은 성수기로 꼽히며 100억원 이상의 블록버스터가 즐비했던 과거 명절 연휴와 분위가가 사뭇 다르다. 설 영화로 등장한 세 편의 영화 모두 100억원이 넘지 않는 중·소형 영화로 대작이 전멸한 설 극장 한국 영화의 자리를 메꿨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오감을 만족시키는 극장용 영화의 부재로 아쉬운 뒷맛을 남겼다.

이는 지난해 명절 극장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흥행 참패가 원인이 됐다. 지난해 설 연휴 개봉한 '유령'(이해영 감독)이 누적 관객수 66만명, '교섭'(임순례 감독)이 172만명으로 관객의 마음을 얻지 못했고 추석 또한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김성식 감독)이 191만명, '1947 보스톤'(강제규 감독)이 102만명, '거미집'(김지운 감독)이 31만명에 그치며 그야말로 처참한 관객수로 영화계를 충격에 빠트렸기 때문이다. 100억원 이상의 대작들이 성수기에서 손익분기점마저 넘기지 못하면서 영화계가 잔뜩 위축됐다.

기를 못 편 한국 영화와 달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어부지리 흥행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한국 영화 경쟁으로 발 디딜 틈 없었던 설 극장이 한산해지면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잇따라 등판, 주인 없는 빈집 털이에 나선 것. 올해 설 연휴를 앞두고 등장한 '웡카'도 지난달 31일 개봉 이후 7일 연속 흥행 정상을 차지하며 벌써 100만 돌파를 목전에 뒀고 '킹스맨' 시리즈 팬덤을 겨냥한 '아가일' 역시 주연 배우 헨리 카빌,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샘 록웰 등 내한을 추진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관객에게 제대로 영화를 각인시켰다.

기세가 꺾인 극장가 분위기에 성수기 특수가 사라진 지 오래. 올해 설 연휴는 성수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전멸했고 그 빈자리를 100억 미만의 중·소형 영화가 대신하면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경쟁, 눈물겨운 고군분투를 이어가게 됐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