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위기의 LCK, '외화내빈'을 떨치고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해법은?

남정석 기자

입력 2024-01-21 16:26

수정 2024-01-22 16:36

위기의 LCK, '외화내빈'을 떨치고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해법은?


'외화내빈'(外華內貧)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내실은 떨어지거나 악화하는 상황, 바로 한국 e스포츠의 현주소라 할 수 있다.

시장 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e스포츠 시장 규모가 2022년 13억 9000만 달러(약 1조 8600억원)이고, 2030년까지 연 평균 16.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 e스포츠 실태조사'에서도 2022년 기준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1514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이 되고,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은 아니더라도 IOC가 주최한 올림픽 e스포츠 위크가 지난해 열리면서 e스포츠에 대한 인지도나 위상은 상당히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 e스포츠는 다른 국내 프로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21년 글로벌 프로스포츠로서의 도약을 목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시작했던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으며 프로 생태계를 갖춘 거의 유일한 리그임에도 불구, 10개의 참가팀들의 수익 구조는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e스포츠에 대한 한계론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을 공감한 10개팀이 지난 17일 LCK에 대한 적극 지원을 요청하는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터질게 터졌다'는 얘기도 있지만, 10개팀이 처한 입장이 각자 다르기에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도 커지고 있다.

▶계속되는 적자, 줄어든 지원

LCK 팀들은 입장문을 통해 "LCK 리그 출범 당시 팀들은 라이엇게임즈가 제시한 '세계 최고의 글로벌 이스포츠 리그'의 비전을 믿고 참여했다. 팀들은 LCK 리그에 참여하는 선수들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투자를 통해 팀들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과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해 왔다"며 "이를 통해 LCK 리그는 뷰어십과 성적, 그리고 팬덤이 지속적으로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속적인 성장에도 불구, LCK 리그법인은 지난 3년간 리그의 사업적 가치를 성장시키지 못했다. 분명히 LCK 리그의 뷰어십 성장은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의 유저 확보와 유지, 매출 및 사업성 성장에 큰 기여를 해왔지만, LCK 리그법인에서 제시했던 리그 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한 팀의 수익 배분금은 매년 역성장 하며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LCK 프랜차이즈 출범 이후 제시한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지난 3년간 팀에게 지급된 배분금 역시 타 메이저 지역 리그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LCK 리그법인이 이를 개선할 구체적 비전과 계획을 파트너인 팀들에게 충분히 공유하거나 설득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한 근간은 10개팀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에서 출발한다. 각자의 재정 상황이나 모기업, 스폰서 유무에 따라 수입억원에서 수백억원대의 투자를 하고 있지만,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에서 가장 인기가 높으며 지난해 롤드컵을 제패한 T1이 2022년 166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 최소 수십억원대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프랜차이즈에 참여하면서 5년간 20억원씩, 100억원의 가입비를 분납해야 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LCK 리그법인은 아직 가입비를 절반밖에 받지 않고 유예를 시켜주고 있는 상황이다.

▶어렵지만 각자 다른 상황

적자의 근분 원인은 단연 높아진 선수들의 연봉에 기인한다.

한국보다 시장이나 투자 규모, 팬덤에서 월등히 앞서는 중국과 북미 리그에서 인상을 주도하면서, 선수를 뺏기지 않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다 특급 스타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몸값이 천문학적으로 뛰었다. 프로스포츠에서 높은 연봉은 훌륭한 인재가 모이고 산업을 발전시키는 좋은 촉매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시장 규모와 재정 상황에 걸맞지 않게 비대해질 경우 리그나 팀의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현재 LCK의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22년 공시 자료를 기준으로 238억원의 매출을 올린 T1이 166억원의 영업적자라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 T1의 경우 '페이커' 이상혁을 비롯해 롤드컵 우승 멤버 5명을 모두 잔류시키면서 추정치로 한 해 200억원 가까운 연봉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는 10개팀의 상황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 컴캐스트와 한국 SK텔레콤의 합작사인 T1은 프로스포츠 운영의 목적 중 하나인 기업 홍보와 사회공헌 활동이라는 측면에서 이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보며 당분간 감내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팀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T1을 비롯해 KT롤스터나 한화생명e스포츠, 광동 프릭스, 농심 레드포스 등 기업 소유팀, 디플러스 기아처럼 네이밍 스폰서를 가진 팀, 젠지처럼 해외의 탄탄한 자본을 바탕으로 유지되는 팀 정도를 제외하곤 나머지는 e스포츠를 사업으로 영위하는 전문 클럽팀이다.

이로 인해 영입할 수 있는 선수들의 레벨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고, 여기서 기인한 실력 차이로 인해 성적이 상위와 하위팀으로 극명하게 갈리는 양극화가 지난해부터 더욱 심해지고 있다. 전체적인 상황은 10개팀 모두 공감했다고 하지만, 목소리의 크기에서 팀별로 상당한 차이가 났다는 것은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리그 지속 가능성을 위해선

팀들은 LCK 전담 인력 투자 확대, 매출 배분 및 리그 사업 구조의 합리적 개선, LCK 경기수 증대, 훈련 환경 개선을 위한 기능상 문제점 해결, 게임 IP와 연계된 확장성 있는 모델 기획 및 실행 등 5가지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에 LCK 리그법인은 이런 방식을 택한 것에 대한 우려와 유감을 표하면서도, 현재에도 리그의 순수익이 아닌 매출 자체를 균등 분배하고 있으며 최소 분배액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잔여 가입비 납입을 연기하고 팀별 상황에 맞게 조정하며, 공인 에이전트 제도와 팀의 육성권, 균형지출제도(샐러리캡)의 본격 적용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개적인 방식으로 파트너들과 비즈니스에 대해 논의하지 않고, 현재처럼 10개팀과 비공개로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팀별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송석록 경동대 교수(한국e스포츠산업학회장)는 "프랜차이즈 4년차를 맞으며 한계에 봉착하기 시작한 그동안의 문제점들이 불거진 것 같다"며 "오히려 LCK 리그법인과 팀들이 서로 어려운 사정을 모두 펼쳐놓고 공개적으로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투명성도 높아지고, 가장 중요한 팬들 역시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LCK가 독립적인 리그법인에 의해 운영된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IP를 가진 사기업이다. 따라서 성장성에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한국에서 e스포츠가 태동하고 성장한 것은 종목사만이 아닌 관심이 큰 모든 주체들이 함께 움직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좀 더 공적 조직으로 만들어 정부의 적극 지원과 함께 관련 업계가 동반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래야 IOC와 같은 국제 스포츠 단체들도 e스포츠에 더 문호를 개방할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