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1 KBL 챔피언결정전 4차전 안양 KGC와 전주 KCC의 경기가 9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우승을 차지한 안양 KGC 선수단이 기뻐하고 있다. 안양=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1.05.09/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설린저라는 '로또' 당첨에 명장 반열 올라선 김승기 감독.
안양 KGC가 '퍼펙트 우승'을 차지했다. KGC는 9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전주 KCC와의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승리, 영광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부산 KT와의 6강 플레이오프,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 각각 3전승하며 6연승을 하더니 전대미문의 10연승 '퍼펙트 우승'을 차지했다. 정규리그 1-2위팀, 그리고 리그 최고 감독이라 인정받는 전창진-유재학 감독을 연달아 격파했으니 이번 시즌 최고의 팀과 감독으로 인정받기에 충분하다.
KGC의 이번 우승에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바로 외국인 선수 제러드 설린저다. 시즌 막판 교체 선수로 합류했다. 미국프로농구(NBA) 보스턴 셀틱스의 주전으로 뛰던 엄청난 네임밸류 선수가 KGC 유니폼을 입었는데, 부상으로 인해 두 시즌을 쉬어 그가 제대로 된 활약을 할 지 의문 부호가 붙었다.
하지만 설린저를 만난 KGC는 날개를 달았다.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폭발적인 공격력에 수비도 영리하게 잘했다. 자신이 풀어야 할 때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동료들을 살려줄 때는 믿고 패스를 주니 나머지 국내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고 신이 나 뛰었다.
설린저 덕에 우승을 했다고 해도 무방한 상황. 어떻게 보면 김 감독은 설린저라는 '로또' 복권에 당첨됐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지옥에서 천당으로 간 것이다. 얼 클락을 퇴출하고 지난 시즌 뛰었던 크리스 맥컬러를 다시 영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는데, 이 카드가 완전히 실패했다. 만약 설린저 없이 맥컬러가 계속 뛰었다면 우승은 커녕 6강 진출이 힘들 수도 있었다. 김 감독이 모든 책임을 질 뻔 했다. 하지만 선물같이 다가온 설린저가 모든 상황을 뒤집어버렸다.
물론, 설린저 효과가 컸지만 김 감독의 지도력도 중요했다. 기존 양희종과 오세근 중심의 팀을 이재도 전성현 문성곤 변준형의 젊은 팀으로 변모시켰다. 선수들의 특성을 잘 살려줬다. 이재도에게는 2대2 플레이를, 전성현에게는 3점슛을, 문성곤에게는 수비와 리바운드를, 변준형에게는 돌파라는 테마를 만들어줬다. 한 농구인은 "전성현의 슈팅 능력이 좋은 건 누구나 알았지만, 그가 리그 최고 슈터로 성장하는 과정은 김 감독의 믿음이 있어서 였다. 감독이 눈치 보지 말고 잡으면 쏘라고 하는데 어떤 선수가 신이 안 나겠나"라고 설명했다. 대학 시절 공격도 능한 에이스였던 문성곤이 리바운드로 팀에 우승을 안기는 선수가 된 것도, 자신의 욕심을 버릴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역시 선수에게 깨달음을 주는 감독의 역할이 있기에 가능했다.
코트에서 흥분을 잘하고, 선수들에게 무서운 감독이라는 평도 있었다. 공식석상에서 언행도 거침이 없었다. 그러나 감독 경력을 쌓으면 쌓을수록 선수들과 소통도 잘하고 나름 부드러워지고 있는 김 감독이다. 2016~2017 시즌 통합 우승을 이끈 후 상승세를 잇지 못했지만, 이번 우승으로 부끄럽지 않게 명장 반열에 오르게 됐다. 김 감독의 통산 플레이오프 성적은 24승 10패로 승률 70.6%)를 기록하게 됐다. 역대 감독 중 플레이오프 승률 70%를 넘긴 감독은 김 감독 뿐이다.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도 KGC와의 계약 마지막 시즌 엄청난 우승을 만들어낸 김 감독이기에, 이제 꽃길을 걸을 일만 남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