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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패자, 충분히 박수 받을 만 했던 전자랜드의 '라스트댄스'

김용 기자

입력 2021-04-30 08:22

아름다운 패자, 충분히 박수 받을 만 했던 전자랜드의 '라스트댄스'
사진제공=KBL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눈물로 마무리 된 전자랜드의 '라스트댄스'



인천 전자랜드의 18년 역사가 막을 내렸다.

전자랜드는 29일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전주 KCC와의 5차전에서 67대75로 패하며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1, 2차전을 모두 내주며 허무하게 무릎을 꿇을 것 같았던 전자랜드는 홈에서 열린 3, 4차전에서 극적인 대승을 거두며 챔피언결정전 진출 꿈을 부풀렸다. 하지만 마지막 5차전 전주에서 결국 웃지 못했다. 열심히 싸웠지만, 6강 플레이오프부터 뛴 전자랜드 선수들의 발은 쿼터가 거듭될수록 무거웠다.

이 경기가 전자랜드의 마지막 경기가 됐다. 2003년 인천 SK를 전자랜드가 인수하며 KBL 새 역사가 시작됐다. 전자랜드는 그동안 우승은 없었지만 끈질긴 경기력으로 플레이오프 단골 손님으로, 강팀으로 인정받았다. 특히 유도훈 감독은 자신은 우승이 없다며 스스로에게 늘 냉혹한 평가를 내리지만, 무려 12시즌 동안 전자랜드를 이끌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모기업이 더이상 구단을 운영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한 시즌 수십억원의 투자가 기업에는 부담으로 다가온 것이다. 샐러리캡의 60% 정도만 사용하는 긴축 정책으로 마지막 시즌을 준비했다.

주축 선수들의 군입대와 이적으로 전력이 약화된 가운데 정규리그를 5위로 마쳤고, 6강 플레이오프에서 난적 고양 오리온을 물리쳤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는 압도적인 전력으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KCC를 벼랑끝까지 몰아세웠다. 늘 냉정하고 차분했던 유 감독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아쉬웠는지 5차전 후에는 눈시울을 붉혔다.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 했다. 시즌 동안 사기가 크게 떨어질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전자랜드 선수단은 오히려 이를 악물고 뛰었다. 다들 0-3으로 끝날 거라던 KCC와의 시리즈를 5차전까지 끌고 갔다. 아름다운 패자로 구단 역사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구단도 선수단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조나단 모트리라는 초특급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등 마지막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농구를 위해 수백억원을 쓴다는 게 말이 쉬운 일이다.

이렇게 전자랜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번듯한 기업에 이 투혼의 구단을 인수하는 작업이 남았다. 누가 농구단을 인수할 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전자랜드의 투혼을 지켜봤다면 더 열린 마음으로 인수 협상에 나서지 않을까 싶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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