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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초고속 안정→결집...위기를 기회로 바꾼 KIA, 2차 캠프서 만들어 갈 디테일은?[SC포커스]

박상경 기자

입력 2024-02-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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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초고속 안정→결집...위기를 기회로 바꾼 KIA, 2차 캠프서 만…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초유의 상황에서 출발한 호주 캠프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됐다.



KIA 타이거즈가 20일(이하 한국시각) 훈련을 끝으로 호주 캔버라 1차 스프링캠프 일정을 마친다. 이날 훈련을 마친 KIA 선수단은 21일 시드니로 이동해 귀국행 비행기에 올라 저녁에 도착한다. 인천공항 인근에서 하루 휴식을 취하고 22일 오전 2차 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한다. KIA는 오키나와 긴구장에서 23일부터 내달 5일까지 2차 캠프 일정을 소화한다.

호주 캠프는 최악의 상황에서 시작됐다. 캠프 출발 이틀 전 전임 감독 해임을 결정하면서 KBO리그 초유의 '감독 없는 스프링캠프'가 됐다. 지난달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선수단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선수들보다 하루 앞서 캔버라로 출발한 진갑용 수석코치는 캠프를 이끌어가는 상황에 대해 "아직 준비가 안됐다"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우려 속에 시작된 캠프 첫날. 선수-코칭스태프 너나 할 것 없이 분위기 띄우기에 가세했다. 베테랑 선수들이 중심이 돼 연신 파이팅을 외쳤고, 코칭스태프도 그늘을 지우고 활력을 불어 넣는데 집중했다. 파행이 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캠프 분위기는 첫 턴만에 정상화됐다. 미국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호주 캠프의 환경도 KIA 관계자들의 헌신적인 노력 속에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다.

국내에선 치열한 고민의 시간이 이어졌다. 심재학 단장이 중심이 돼 내-외부 인사를 총망라 한 차기 감독 선임 작업이 이어졌다. 호주에 머물고 있던 이범호 1군 타격 코치가 최종 후보로 결정되자, 심 단장은 설 당일인 10일 저녁 국제전화로 인터뷰를 실시했다. 12일 최종 결정에 이어 13일 그룹 재가가 떨어지면서 이범호 감독 체제가 시작됐다.

감독 선임 뒤 코치진 개편이 또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막내 코치였던 이 감독의 승격으로 인해 1군 코치진의 보직 개편은 불가피해 보였다. 하지만 KIA는 진 수석코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홍세완 코치가 타격 파트를 맡는 유임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보름여 동안 지속됐던 유례 없는 위기는 결국 내부의 힘으로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그 뒤 놀라운 장면이 이어졌다. 이 감독 취임을 계기로 선수단 결속 효과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팀에 함께해왔던 이 감독이 '대권 도전 시즌'으로 여겨지는 올해 어려운 자리를 맡자, 선수들이 앞다퉈 "감독님을 지켜드려야 한다"고 나선 것. 코치와 감독 자리에서 보는 시각이나 파악의 시간은 다를 수밖에 없으나, KIA는 마치 이런 과정을 미리 해본 것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주장 나성범을 비롯한 베테랑이 중심이 되면서 선수단 내 결집 효과가 빠르게 이뤄졌다.

KIA는 올 시즌 뛰어난 전력을 바탕으로 '우승 후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선수단이 하나로 뭉치지 못한다면 대권 도전의 꿈은 이뤄질 수 없다. 앞서 KBO리그에서 KIA와 같은 평가를 받았으나 대권을 품지 못한 팀들이 수두룩하다. 결집 뿐만 아니라 사령탑 교체 상황까지 겪은 KIA지만, 결과적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2차 캠프에서 KIA는 KT 위즈,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 야쿠르트 스왈로스와 총 6차례 연습경기를 갖는다. 1차 캠프에서 체력 및 기술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2차 캠프에선 호주에서 준비한 디테일을 실험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올 시즌 중견수로 기용할 최원준과 이우성-변우혁이 경쟁 중인 1루 포지션 확정, 불펜 자원 활용 방안 및 각 포지션 백업 등 다양한 부분이 이 감독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숨가쁘게 달려온 호주에서의 시간, 오키나와의 시계는 더 빠르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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