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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맞으며 3시간 24분 기다리다 억지로 투구?' 뿔난 감독들 더이상 없다, 드디어 규칙 바뀐다

나유리 기자

입력 2024-02-17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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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맞으며 3시간 24분 기다리다 억지로 투구?' 뿔난 감독들 더이상 없…
15일 대전한화이글스파크에서 열린 LG와 한화의 경기, 7회초 기습 폭우에 강우 콜드가 선언된 가운데 양팀 선수들이 복귀하고 있다. 대전=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9.15/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긴 시간 그라운드 정비를 기다린 후 억지 투구. 투수들의 부상이 염려됐던 규칙이 개정됐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13일 2024제 1차 규칙위원회를 개최하고, 지난 1월 제 1차 이사회 및 실행위원회를 통해 도입이 확정된 우천 중단시 투수 교체, 베이스 크기 확대, 수비 시프트 제한, 투수 3타자 상대 규정의 세부 사항을 확정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우천 등 경기 중단 후 재개될시, 투구를 하지 않아도 투수를 교체할 수 있다는 개정안이다. KBO는 "경기에 출장하고 있는 투수가 이닝 처음에 파울 라인을 넘어서면 첫번째 타자가 아웃이 되거나, 1루에 나갈 때까지 투구를 완료해야 교체될 수 있다는 야구 규칙 5.10(i)과 관련해, 우천 등 경기 중단 후 재개로 인한 부상 발생의 위험이 있다고 심판진이 인정할 경우에는 투구가 완료되지 않아도 교체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경기 도중 우천 중단이 되면, 얼마의 시간이 소요되든 중단 시점에서 던지던 투수가 다시 나와야 했다. 보통은 경기 도중 비가 많이 내리면, 중단된 후 속개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강우콜드 혹은 우천 노게임이 선언된다. 잠시간 기다리다가 심판진 판단 하에 경기 속개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그라운드 정비 후 재개된다. 문제는 정비에 소요되는 시간이다. 비가 멎기를 기다리는데도 시간이 걸리지만, 이후 그라운드를 정비하는데 많게는 1시간 이상 소요되기도 한다. 투수들은 어깨가 식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9월 17일 대전 구장에서 열린 KT 위즈-한화 이글스전에서는 무려 3시간 24분(204분)을 기다린 끝에 경기가 재개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했다. 오후 6시33분 중단된 경기가 그라운드 정비를 거쳐 오후 9시57분에야 재개됐다. 204분 대기. KBO리그 역대 최장시간 우천 중단 기록이었다.

지난해 대전 KT-한화전은 다소 극단적인 사례지만, 그동안 비슷한 상황은 여러 차례 펼쳐졌었다. 특히 이미 적지 않은 투구수를 던진 선발 투수들이 한시간 이상 재개를 기다리다가 어깨가 식고, 급하게 캐치볼만 몇개 주고받은 후 다시 마운드에 올라가지만 이미 정상적인 투구가 어려워진다. 무엇보다 부상 우려가 있다. 하지만 기존 투수가 반드시 최소 한 타자를 상대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첫 타자를 상대하지 않은 경우에는 투수가 부상 위험을 안고 마운드에 다시 올라가야 했다. 몇몇 감독들이 여러 차례 불평을 터뜨렸던 부분이기도 하다. 규칙위원회가 심판진이 인정하는 불가피한 상황에 대해서는 투구가 완료되지 않아도 투수 교체가 가능하도록 규칙을 개정하면서, 이같은 우려는 덜었다.

또 베이스 크기도 기존 15인치(38.1cm)에서 18인치(45.72cm)로 확대했다. 주자와 수비수 간 충돌 방지 등 베이스 부근에서 발생하는 부상 방지를 목적으로 한다. 이에 따라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출루율 증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유도하고 수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비시프트 제한 규칙도 확정했다. 수비팀은 최소 4명의 선수가 내야에 위치해야 하며, 2명의 내야수는 2루 베이스를 기준해 세로로 2등분한 각각 측면에 위치해야 한다. 투구 시 내야수가 제대로 정렬돼 있지 않으면 공격팀은 자동 볼을 선택하거나 타격 결과를 선택할 수 있다.

투수 세 타자 의무 상대는 타석에 들어선 연속된 타자(대타자 포함) 최소 세 명을 상대해야 하는 새 규정이다. 세 타자가 아웃되거나, 출루하거나, 공수교대 될 때까지 투구할 의무가 있으며 부상 또는 질병 때문에 투구가 불가능하다고 주심이 인정할 경우 교체할 수 있다. 이닝 종료 시에는 투수가 상대한 타자 수와 관계없이 교체될 수 있지만, 만약 다음 이닝에 다시 등판한 경우 남은 타자 수만큼 상대해야 교체할 수 있다. 견제구로 주자를 아웃시킨 경우는 타자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규칙은 퓨처스리그에만 우선 적용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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