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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을 참 잘 맞혔다" 이치로를 떠올리며 이정후에 1번 중책, SF 감독...개막전 SD 김하성과 리드오프 맞대결

노재형 기자

입력 2024-02-15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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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을 참 잘 맞혔다" 이치로를 떠올리며 이정후에 1번 중책, SF 감독…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개막전 리드오프로 출전한다.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스즈키 이치로가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했을 때 현지 전문가들은 대부분 '발 빠르고 정교한 아시아 타자가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치로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태평양을 건넌 최초의 아시아 타자다. 이치로 이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아시아 타자는 사실상 없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이방인인 그가 성공한 건 정확한 타격 실력 덕분이었다. 오릭스 블루웨이브에서 7번 타격왕을 차지한 이치로는 시애틀 이적 첫 시즌 자신의 강점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AL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타율 0.350, 8홈런, 69타점, 127득점, 56도루, OPS 0.838을 마크한 그는 미국 전역에 '이치로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전설적인 행보는 2010년까지 이어진다. 10년 연속 3할 타율과 200안타, 600타석, 올스타, 외야수 골드글러브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이치로 밖에 없다.

그 가운데 이치로의 커리어 하이는 2001년과 함께 2004년이 꼽힌다. 1920년 조지 시즐러가 세운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을 깼기 때문이다. 161경기에서 타율 0.372, 262안타, 36도루, OPS 0.869를 기록한 이치로는 그러나 이번에는 MVP 투표에서 7위에 그친다.

84년 만에 최다안타 대기록을 세우고 bWAR 9.2로 1위에 올랐음에도 BBWAA(전미야구기자협회)는 당시 애너하임 에인절스 간판 블라디미르 게레로에게 21개의 1위표를 몰아줬다. AL 서부지구 1위에 오른 애너하임과 같은 지구 최하위로 떨어진 시애틀의 팀 성적이 너무도 대비됐다.

그런데 262안타를 치며 절정의 타격감을 달리던 이치로가 당시 '모신' 시애틀 사령탑이 바로 밥 멜빈 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이다. 멜빈 감독은 2003년 시애틀 사령탑에 취임하며 메이저리그 감독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시애틀에서 두 시즌 동안 '극과 극'의 성적을 냈다. 첫 시즌에는 93승69패로 AL 서부지구 2위로 포스트시즌을 이끌었지만, 2004년에는 63승99패로 지구 4위로곤두박질했다. 결국 멜빈 감독은 연장계약을 받지 않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사령탑으로 옮기게 된다.

멜빈 감독은 아직도 이치로와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라고 한다. 이치로의 전성기 타격 기술을 곁에서 지켜본 멜빈 감독은 20년 만에 또다른 아시아 출신 타자에게 주목하고 있다.

멜빈 감독은 15일(이하 한국시각) 스프링트레이닝 캠프가 마련된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현지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개막전에 이정후가 리드오프로 나서지 않는다면 난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즌 시작부터 이정후를 선봉에 세워 활력 넘치는 라인업을 꾸리겠다는 뜻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오는 3월 29일 오전 5시10분 원정인 펫코파크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정규시즌 개막전을 갖는다. 이정후를 일찌감치 리오드프 및 중견수로 낙점했다고 보면 된다. 이정후는 리드오프 출전에 대해 "그런 일은 꿈에서조차 그린 적이 없다. 설렌다. 그러나 감독님으로부터 그 얘기를 듣고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정후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이치로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멜빈 감독으로서는 이치로와 이정후의 공통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터.

멜빈 감독은 이정후와 이치로의 타격 스타일에 대해 "이치로가 앞발에 중심을 더 싣는 스타일이지만, 둘 다 공을 정확히 잘 맞힌다는 것은 공통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공을 맞혀 인플레이 타구를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삼진이 많은 요즘 야구에서 잘 맞힌다는 것은 굉장히 훌륭한 무기다. 특히 좌타자가 스피드를 갖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며 "치기 힘든 공이 오더라도 두 선수는 재빨리 배트를 휘둘러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 무슨 일이라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치로는 내년 명예의 전당 헌액 자격을 얻는다. 만장일치로 헌액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그가 이룬 대기록들을 살펴보면 가능할 것도 같다. 이정후가 이치로의 길을 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멜빈 감독이 20년 만에 이치로를 연상시키는 아사아 타자의 등장에 한껏 고무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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