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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캠 현장스케치]투자와 열정으로 일군 호주 캠프...'한화 효과'에 멜버른이 들썩인다

박상경 기자

입력 2024-02-0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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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와 열정으로 일군 호주 캠프...'한화 효과'에 멜버른이 들썩인다
◇멜버른(호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멜버른(호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질롱 코리아를 계기로 국내에 알려진 호주 프로야구(ABL).



최근 국제 무대에서 한국 야구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호주 야구지만, 여전히 현지에서의 인기는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현지 언론이나 수많은 스포츠채널의 주제는 대개 크리켓과 럭비, 그리고 럭비와 축구의 중간 단계인 호식 축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테니스와 경마 등 다른 스포츠 종목이 소개되는 경우는 있으나 국내처럼 야구, 축구가 메인스포츠 역할을 하진 않는다.

한화 이글스의 스프링캠프가 진행 중인 멜버른. 이런 환경 속에서 처음부터 좋은 여건을 기대하긴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지난해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소화했던 한화는 올 시즌 준비를 앞두고 호주로 방향을 틀었다. 남반구인 호주는 1~2월이 한여름으로 국내와 정반대 기후인데다 2시간에 불과한 시차로 인해 현지 적응 및 컨디션 관리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미국에 비해 열악한 훈련 시설이 단점으로 여겨졌다. 특히 멜버른은 시드니에 비해 국내 팀들의 전지훈련지로 잘 알려진 여건은 아니었다.

한화는 지난해 6월 현지 답사를 시작으로 멜버른 캠프 기획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효율적인 훈련을 위해 경기장 시설 개보수에 비용을 투자하기로 했다. 그라운드 잔디, 흙을 교체하는 적지 않은 비용임에도 훈련 효율을 높이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그라운드 보수 뿐만 아니라 부족한 훈련 장비를 채우고, 숙식 및 이동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찾고자 했다.

멜버른 볼파크의 주인인 ABL 소속 멜버른 에이시스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지난해 9월 멜버른 구단 단장이 방한, 대전을 찾아 한화 관계자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며 캠프 유치를 강력히 희망했다. 한화 측은 검토 끝에 지난달 멜버른을 다시 찾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멜버른 구단은 현지 지방정부를 설득해 한화의 행보에 힘을 실었다. 연간 1조3000억원의 경제 효과를 가져다 주고 있는 한화 디펜스 호주 법인을 품고 있는 멜버른 지방정부 측도 협조 의사를 드러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막을 연 한화의 스프링캠프. 만족도는 최상이다. 반 년에 걸친 준비를 통해 최상의 훈련 여건을 조성했다. 지난해엔 미국에 불어닥친 이상한파로 적잖은 고생을 했지만, 호주에선 비가 거의 내리지 않으면서도 한낮 최고 기온은 25~30도로 일정하고, 시원한 바람까지 부는 완벽한 조건 속에서 훈련을 진행 중이다.

멜버른 구단도 '한화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오는 17~18일 멜버른 볼파크에서 진행하는 호주 대표팀과 한화 간의 연습경기 입장권이 상당수 판매됐다. 국내 대형 항공사 뿐만 아니라 현지 교민 기업 역시 구장 광고에 나선다. 타 스포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조명받던 멜버른 구단은 관심 뿐만 아니라 수익까지 발생하자 크게 반색하는 눈치. 한화 관계자는 "멜버른 구단 측에서 연습경기 중계 장비를 활용해 이글스TV(한화 유튜브 채널)에도 직접 영상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한화 관계자는 "미국에서 캠프를 진행하면 우수한 시설을 활용할 수 있으나, 제약이 많다. 최근 캠프 진행 시기 기후가 추워진 것도 문제고, 무엇보다 시차 적응 문제로 훈련 효율에도 영향이 큰 게 사실"이라며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호주를 택했는데, 기후나 시설 면에서 현재까진 모두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멜버른 구단은 캠프 기간 한화 측에 지속적으로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자며 구애를 보내고 있다. 지방정부 역시 향후 한화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드러내고 있다. 투자와 열정으로 일군 캠프 여건, 한화가 몰고 온 긍정적 효과가 멜버른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멜버른(호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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