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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떠날 마음 없었다" 17년째 다저맨 커쇼, 류현진-그레인키-슈어저, 이젠 오타니와 만난다

노재형 기자

입력 2024-02-0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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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떠날 마음 없었다" 17년째 다저맨 커쇼, 류현진-그레인키-슈어저…
클레이튼 커쇼는 LA 다저스를 아예 떠날 마음이 없었다고 봐야 한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애초 떠날 마음도 없었다고 봐야 한다.



어깨 수술 후 재활 중인 FA 클레이튼 커쇼가 예상대로 LA 다저스와 재계약에 합의했다.

MLB.com은 7일(한국시각) '다저스의 오랜 프랜차이즈 에이스인 좌완 클레이튼 커쇼가 재계약에 합의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목요일에 메디컬을 통과하면 계약을 공식 발표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에 대해 디 애슬레틱은 '커쇼는 1년 계약에 2025년 선수 옵션(player option)을 조건으로 계약에 합의했다. 2025년 오타니 쇼헤이와 같은 로테이션에서 피칭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로써 커쇼는 다저스에 남아 메이저리그 17번째 시즌을 맞게 됐다. 그러나 커쇼는 지난해 11월 초 왼쪽 어깨 관절 인대 재건 수술을 받아 올여름까지 재활을 진행한다. 그는 수술 당시 "내년 여름 어느 시점에 복귀하기를 희망한다"고 했었다.

그는 작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서 1회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고 6실점하는 최악의 피칭을 한 뒤 은퇴와 현역 연장을 놓고 깊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수술을 받자 주위에서 "은퇴를 선택지에서 제외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번 겨울은 커쇼가 FA 자격을 얻은 세 번째 오프시즌이다. 그는 3년 연속 비슷한 고민을 했다. 2021년 시즌 막판에는 팔 부상을 입고 포스트시즌서 제외되자 은퇴를 심각하게 고려했다. 당시에는 그의 고향 댈러스로 돌아가기 위해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결국 이듬해 3월 다저스와 1년 1700만달러에 재계약했다.

그 즈음 현지 보도에 따르면 커쇼의 지인들은 "루틴을 중시하고 환경 변화에 민감한 커쇼가 결국 다저스를 선택할 것"이라고 했었다.

2022년 시즌을 마치고도 비슷한 처지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결정이 빨랐다. 12월 초 1년 2000만달러에 도장을 찍고 일찌감치 홀가분한 마음으로 오프시즌 훈련에 들어갔다.

그러나 작년 시즌을 마치고는 상황이 좀더 악화됐다. 어깨 수술을 받았으니, 시장에 나가봐야 별다른 조건을 제시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어차피 커쇼와 함께 할 수 있는 팀은 다저스 밖에 없었다. 커쇼가 시즌이 끝난 직후 수술을 받은 것은 다저스와 얘기가 된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런데 이번 계약에는 2025년 '선수 옵션'이 눈에 띈다. 선수 옵션은 본인이 원하면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즉 커쇼가 올 여름에 복귀해 부진한 투구를 하더라도 내년 옵션을 선택할 수 있고, 만족할 만한 피칭 내용을 보여줄 경우 옵션을 포기하고 FA 시장에 나갈 수 있다. 다저스가 커쇼를 어떻게 여기는지, 기대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담은 조건이라고 보면 된다.

이같은 대우를 받은 것은 커쇼가 지난해 어깨를 다쳐 40일간 부상자 명단에 등재됐음에도 24경기에서 131⅔이닝을 던져 13승5패, 평균자책점 2.46, 137탈삼진, WHIP 1.063으로 호투했기 때문이다.

커쇼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다섯 손가락에 드는 '특급 투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3번의 사이영상, 1번의 정규시즌 MVP, 10번의 올스타에 올랐고, 통산 210승92패, 2944탈삼진, 평균자책점 2.48, ERA+ 157을 마크했다. 특히 ERA+는 1000이닝 이상 투구한 투수들 가운데 마리아노 리베라(205)에 이어 역대 2위의 기록이다. 자격 첫 해에 명예의 전당 헌액이 확실시된다.

다저스가 2013년부터 작년까지 11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르고, 10차례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건 커쇼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쇼가 포스트시즌서 기복을 보이기는 했지만, 2020년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은 그였다. 커쇼는 그해 가을야구에서 5차례 선발등판해 평균자책점 2.93을 마크했다. 특히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 1차전(6이닝 1실점)과 5차전(5⅔이닝 2실점)을 승리로 이끌며 다저스를 32년 만에 정상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커쇼는 2014년 이후 12차례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부상과의 싸움을 10년 가까이 이어왔다. 어깨, 허리, 팔, 팔꿈치, 고관절 등 안 아픈 곳이 없었다. 지난해 11월 4일 어깨 수술을 받은 것은 현역 연장을 향한 애착과 의지라고 봐야 한다.

커쇼가 다저스를 지키는 동안 류현진, 잭 그레인키, 데이빗 프라이스, 맥스 슈어저 등 굵직한 에이스들이 거쳐 갔다. 올시즌에는 오타니와 만난다. 내년에는 함께 로테이션을 이룰 가능성도 엿보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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