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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억→125억→107억 "우리 에이스 시장에 나가지도 않게"…비FA 다년 계약의 특수 현상

나유리 기자

입력 2024-01-25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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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억→125억→107억 "우리 에이스 시장에 나가지도 않게"…비FA 다…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KT의 한국시리즈 5차전. KT 고영표가 숨을 고르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11.13/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FA 시장에 나갈 일도 없게 단속했다. 비FA 다년 계약, 야수와 투수의 분위기는 다소 다르다.



KT 위즈 구단은 25일 투수 고영표와 5년 총액 107억원에 비FA 다년 계약 체결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107억원 중 보장액은 95억원이고 옵션에 따른 인센티브가 12억원이다. 화순고-동국대를 졸업하고 대졸 신인으로 2014년도 KT에 입단한 고영표는 창단 멤버로 KT에서만 10년을 뛰었다. 그의 1군 통산 성적은 231경기 55승50패 7홀드다. 2021년부터 2023시즌까지 3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따냈고, 이 기간 WAR 15.87, QS 63회를 기록하는 등 각 부문 1위에 오르며, KBO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고영표는 구단 역대 최다 경기 선발 등판(127경기), 최다승(55승), 최다 이닝(920⅔이닝), 최다 완봉승(4회) 등 각종 부문에서 구단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투수이다. 이에 KT는 "고영표와 구단 최초로 비FA 다년 계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나도현 KT 단장은 "고영표는 구단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이며, 투수진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선수다. 실력은 물론이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투수이기에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앞으로도 에이스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KT가 고영표와 다년 계약을 체결한 것은 그가 기록한 성적 그이상의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고영표는 앞서 설명한대로 KT의 창단 멤버고, KT에서 성장한 투수다. 입단 하자마자 대단한 성적을 올린 투수는 아니었지만, 팀과 함께 그도 성장했다. 이제는 어엿한 '국내 에이스'로 발돋움했고, 국가대표로도 차출되는 투수다. 그가 뛰는 시간 동안 KT는 약체 신생팀에서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경험한 강팀이 됐다. 고영표도 처음부터 벼락 스타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의 성장 스토리가 구단의 역사와 맞물려 더 높은 가치로 측정된 셈이다.

고영표는 올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을 예정이었다. 1년전부터 고영표의 다년 계약 가능성을 두고 타 구단에서도 주목해왔다. 고영표가 만약 FA 시장에 풀리면, 그를 영입하고자 하는 타 구단은 분명히 존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언더핸드 선발 투수면서, 퀄리티스타트를 꾸준히 챙기는 그가 가진 안정감. 선발 자원 보강이 필요한 구단 입장에서는 당연히 탐낼 수밖에 없는 재목이다.

KT도 그런 고영표를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왔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다년 계약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뤄졌고, 고영표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하면서 총액 107억원 '빅딜'이 성사됐다. 고영표도 계약에 대한 불안감 없이 최소 5시즌 동안은 마음 편히 익숙한 KT에서 야구에 전념할 수 있게 됐고, KT는 '에이스' 유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역대 KBO리그 투수 비FA 다년 계약 사례

순서=구단=선수명=계약시기=계약내용

1호=SSG=박종훈=2021년 12월=5년 65억원

1호=SSG=문승원=2021년 12월=5년 55억원

2호=SSG=김광현=2022년 3월=4년 151억원

3호=롯데=박세웅=2022년 10월=5년 90억원

4호=NC=구창모=2022년 12월=6년 125억원

5호=KT=고영표=2024년 1월=5년 107억원

그간 구단들이 체결한 투수 비FA 다년 계약을 보면 절대 다수가 '에이스 FA 유출을 사전에 막는' 용도다. 공동 1호 계약인 SSG 랜더스 문승원과 박종훈을 시작으로 박세웅, 구창모, 고영표까지 모두 첫 FA 자격 취득에 앞서 구단이 먼저 움직였다. 문승원과 박종훈, 구창모, 고영표의 경우 데뷔 때부터 함께 성장해온 팀과 계약을 했다는 상징성이 같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친 후 SSG에 복귀하는 과정에서 체결한 계약이라 성격이 다소 다르다.

◇역대 KBO리그 타자 비FA 다년 계약 사례

순서=구단=선수명=계약시기=계약내용

1호=SSG=한유섬=2021년 12월=5년 60억원

2호=삼성=구자욱=2022년 2월=5년 120억원

3호=키움=이원석=2023년 6월=2+1년 10억원

4호=KIA=김태군=2023년 10월=3년 25억원

5호=KIA=최형우=2024년 1월=1+1년 22억원

6호=SSG=김성현=2024년 1월=3년 6억원

반면 타자들의 비FA 다년 계약의 경우, 한유섬과 구자욱, 김태군처럼 FA 취득에 앞서 구단이 먼저 움직인 계약도 있지만 가장 최근 체결 사례인 이원석, 최형우나 김성현의 케이스처럼 베테랑 선수들에게 보다 안정적으로 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계약 사례도 많다.

다년 계약이 활발하게 성사되면서, FA 시장 판도가 완전히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대어급 선수들이 시장에 풀리는 것조차 사전에 차단되기 때문이다. 선수들과 에이전시의 판단 그리고 구단의 대응이 이적 시장 분위기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궁금해진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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