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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다, 아픈 곳 없다" 자신했는데 38억 계약 후 수술, 어떻게 봐야 할까?

나유리 기자

입력 2024-01-1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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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다, 아픈 곳 없다" 자신했는데 38억 계약 후 수술, 어떻게 봐…
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 KT와 LG의 경기, LG 함덕주가 역투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11.07/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함덕주의 FA 계약전 최대 화두는 건강이었다.



과거 두산 베어스 시절부터 크고 작은 부상으로 늘 내구성에 대한 염려를 달고 있었던 함덕주다. 트레이드로 LG 트윈스에 이적한 후에도 3시즌 간 한번도 1군에서 풀타임 시즌을 치르지는 못했다. 지난해도 마찬가지. 함덕주는 이적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소속팀 LG도 29년만의 우승이라는 염원을 풀었고, 우승 공신 중 한명이 바로 함덕주다.

전반기 함덕주는 언터처블에 가까웠다. 알고도 치기 힘든 공. 좌완 투수이지만, 우타자에게도 강해 강한 필승조 투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자원이 많다고 해도 숱한 위기 상황이 있었던 LG 불펜에 있어서, 함덕주의 존재감은 좌완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주는 동시에 변수를 지워주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사실 우승으로 화려하게 끝난 2023시즌도 후반기는 다소 아쉬웠다. 8월말 생긴 팔꿈치 통증은 그의 정규 시즌 등판을 끝내는 결정적 요인이었다. 함덕주는 8월 26일 이후로는 한번도 1군 경기에 등판하지 못했다. LG는 여러 차례 큰 부상은 아니라며 치료와 재활을 병행하는 쪽을 택했고, 실제로 그는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돌아왔다. 한국시리즈에서 총 4경기에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2.70. 2차전에서는 8회초를 무실점으로 막은 뒤 LG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면서 생애 첫 한국시리즈 승리 투수가 되기도 했다.

또다시 건강에 대한 우려를 낳았던 함덕주지만, 한국시리즈에서의 강렬한 역투는 그 의심을 지우기에 충분했다. 결정적으로 LG가 우승까지 하면서 분위기가 최절정에 달아올라있는 상황에서 그의 첫 FA 자격도 취득했다. 함덕주는 12월 24일 LG와 4년 총액 38억원에 FA 계약을 마쳤다.

함덕주는 계약 당시 여러 차례 건강함에 대해 강조했다. 현재 아픈 곳이 없고, 몸 상태에 대해 자신이 있다는 것을 어필했다. 계약을 마친 후에도 "이번 시즌 팀이 최고의 성적을 냈고, 나도 부상 없이 던지면서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기쁘다. 다시 한번 건강하게 던질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함을 느꼈다. 앞으로도 아프지 않고 꾸준한 모습으로 팀이 강팀이 되는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지만, 계약 후 한달도 지나지 않아 그가 수술대에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LG 구단은 지난 16일 함덕주가 좌측 팔꿈치 주두골 미세 골절로 인해 핀 고정 수술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예상 재활 기간은 6개월. 재활이 아주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빠르면 6~7월에 복귀할 수 있다는 게 예상이다. LG 차명석 단장은 "FA 계약을 한 뒤 신체 검사를 했을때 부상이 발견됐다. 큰 부상은 아니라서 재활 기간이 길지는 않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추가 설명을 했다.

하지만 아쉬움은 감출 수가 없다. 지난해 후반기 부상 공백 이후에도 함덕주의 팔꿈치 상태에 대한 우려는 많았다. 그의 상태를 살펴보던 타 구단에서도 조심스럽게 "시즌이 끝난 후에 수술해야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다행히 단기전인 한국시리즈는 큰 탈 없이 치렀지만, 결국 팔꿈치 상태가 완전치 않았다는 반증이다.

함덕주가 6~7월에 복귀하면 사실상 전반기 등판은 불발이라는 뜻이다. 올해 정규 시즌 개막도 평소보다 빨라 7월초면 올스타 브레이크가 시작된다. 그나마 구단 입장에서 다행인 것은 FA 계약 총액 대비 인센티브 비중이 커서 마지막 안전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함덕주와 계약한 내용을 보면 4년 38억원 중 보장된 계약금과 연봉은 총 20억원, 나머지 18억원이 상호 합의된 옵션을 충족할 경우에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다.

FA 계약은 잘했지만 이제 함덕주로서는 다시 자기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번 재활을 잘 마친 후 복귀해 이전과 같은 활약을 보여주면서, 또다시 부상과 관련한 꼬리표를 지워내야 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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