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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거죠" 농담 속 담긴 손아섭의 진심. 고향팀과의 어긋난 신뢰관계 [SC포커스]

김영록 기자

입력 2024-01-07 11:11

수정 2024-01-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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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거죠" 농담 속 담긴 손아섭의 진심. 고향팀과의 어긋난 신뢰관…
롯데 시절 이대호와 손아섭.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롯데에서)버림받은 거죠."



농담 속에 뼈가 있다. 손아섭의 진심이다.

4+2년 최대 59억원, 옵션 없이 4년 64억원. 2021년 손아섭이 고향 롯데를 떠나 NC로 이적할 당시 양 팀이 측정한 그의 가치다.

손아섭은 양정초-개성중-부산고를 졸업한 부산 토박이다. 양상문-박동희-마해영-염종석-손민한-주형광 등 기라성 같은 부산고 출신 롯데 레전드들의 계보를 잇는 선수이기도 했다.

그런 손아섭이 부산을 떠났다. 1년간의 절치부심 끝에 부활했다. 손아섭은 지난해 지명타자로 140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3할3푼9리 5홈런 6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36의 호성적을 거뒀다. 생애 첫 타격왕, 4번째 최다안타왕(187개)을 한꺼번에 거머쥐었다.

손아섭은 이대호의 유튜브에 출연한 자리에서 고향 부산에 대한 애정을 뜨겁게 피력했다. 그는 "내 고향이다. 35년간 부산에서 떠나본 적이 없다. 유치원도 부산에서 다녔고, 본가도 그대로 있다"고 했다.

손아섭이 처음으로 '독립'을 선언한 것도 NC로 이적할 당시였다.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기 위해서였다. 창원에 집을 마련하고 이사했다. "고향을 버렸다"는 이대호의 농담에 손아섭이 "이사한 거다. 버림받았다"고 답한 이유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손아섭이 직접적으로 표현한대로 금액 차이였다. 손아섭은 "거짓말 할 필요 없다. (양팀이 제시한)금액 차이가 컸다. 연봉이 다는 아니지만, 프로야구에서 그 선수의 가치(지표)"라고 설명했다.

손아섭과 구단 간 신뢰도 일정 부분 무너진 상황이었다. 손아섭은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롯데는 그렇지 않다고 봤다.

손아섭은 "당시 리빌딩을 하려고 했다. 내가 설 자리가 좁아질 것 같다는 불안감이 있었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내 목표는 매년 전 경기를 뛰는 것이다. 그런데 경기 수도 줄고, 플래툰(상대 투수에 따른 타자 맞춤 기용)도 있을 것 같았다. 왼손투수 상대 타율도 좋았는데 빠진 경기도 있었다. 내가 어디에 있을 때 행복하게 더 뛸 수 있을까 고민했다. 난 경기를 많이 뛰고 싶었다. 선수는 그라운드에 있을 때 빛이 난다."

이대호 역시 롯데 말년에는 흔들리는 시기가 있었다. 2021년에는 옆구리 부상이 겹치며 114경기 출전에 그쳤다. 마지막 시즌엔 다시 143경기에 나섰지만, 이는 완벽 부활했기 때문이었다. 타율 3할3푼1리 23홈런 101타점 OPS 0.881로 전성기 못지 않은 기량을 뽐낸데다 은퇴투어까지 겹쳐있었다.

이대호는 "(프로야구)선수에게 첫번째는 나를 믿고 계속 경기에 내보낼 수 있는 팀이냐는 거다. 그 당시 롯데는 밑에 애들 키운다, 바꾼다는 분위기였다. 아섭이는 갔어야 하는 게 맞다"고 화답했다.

손아섭은 역대 롯데를 떠난 선수들 중 강민호와 함께 남아있었다면 영구결번이 됐을 선수로 꼽힌다.

여전히 부산에선 많은 애정을 받는 선수다. 팬들 뿐 아니라 롯데 선수들 중에도 여전히 롤모델로 믿고 따르는 선수들이 많다. 통산 3000안타의 꿈을 꾸는 KBO리그 레전드 중 한명이다.

이대호는 "내가 편을 드는 게 아니다. 롯데에서 내가 본 후배 중에 가장 열심히 했고 정말 144경기 다 나가려고 준비했던 선수"라며 "계약 당시에 내가 시합을 못 뛸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면, 아섭이가 생각하는 게 맞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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