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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부상 더블체크 했다" 日구단 경쟁 끝 특급 영입, "또 한명은 메디컬 불발"[SC핫이슈]

나유리 기자

입력 2024-01-0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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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부상 더블체크 했다" 日구단 경쟁 끝 특급 영입, "또 한명은 메디…
윌 크로우.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최근까지 외국인 투수를 한명도 발표하지 않았던 유일한 구단. KIA 타이거즈가 마침내 새 외국인 투수를 공개했다. 신규 외인 연봉 상한선 100만달러를 꽉 채웠다.



KIA는 올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투수 2명을 모두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타자 계약에 있어서는 고민이 없었다. 2시즌간 동행한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재계약이 최우선이었기 때문이다. 협상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소크라테스와 KIA는 지난 12월 18일 재계약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조건은 최대 120만달러다. 계약금 30만달러, 연봉 50만달러로 80만달러가 보장액이고, 상호 합의한 옵션에 따른 인센티브가 40만달러다.

투수의 경우는 두자리 모두 교체하기로 했다. KIA는 지난해 외국인 투수 농사에 실패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시즌 개막전 영입한 아도니스 메디나와 숀 앤더슨은 리그 최강 '원투펀치'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이하였다. 메디나는 12경기에서 2승6패 평균자책점 6.05를 기록했다. 12경기 중 퀄리티스타트(선발 등판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3번 뿐이었고, 승운도 따르지 않았다. 대량 실점이 많아 무너지는 경기가 많았다.

앤더슨은 메디나보다 성적은 더 나았다. 14경기에 등판해 4승7패 평균자책점 3.76. 14경기의 등판 중 퀄리티스타트는 8번이었다. 앤더슨도 애매한 성적을 기록하는 와중에 퇴출전 마지막 3경기에서는 호투를 펼쳤다. 6월 14일 키움전에서 7이닝 2실점 패전, 6월 20일 한화전 6이닝 1실점 승리, 7월 2일 LG전 6이닝 3실점(2자책) 패전. 승운은 없었지만 투구 성적 자체만 놓고 보면 외국인 선발 투수에게 기대하는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KIA가 결단을 내고 움직이면서 앤더슨의 마지막 희망이 사라지며 LG전을 끝으로 한국을 떠나고 말았다.

번갈아가며 부상과 부진이 거듭된 끝에 팀 선발 로테이션의 중심축이 흔들리자 7월초 2명을 모두 교체했다. 한명은 2022시즌 대체 선수로 영입했다가 재계약에 실패했던 토마스 파노니, 또다른 한명은 대만프로야구에서 호투 중인 마리오 산체스였다.

외국인 투수 전면 교체라는 승부수를 띄웠고 나름 준수하게 후반기를 마무리했지만 아쉬움은 있었다. 여전히 '에이스'에 대한 갈증이 있는 상황. 시즌이 끝난 후 KIA 구단은 고민 끝에 산체스와는 재계약을 포기했다.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한 것이다. KBO리그 데뷔 당시 변칙 투구폼과 페이크 견제 모션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산체스는 이후 규정 적용과 관련해 도마 위에 올랐다. 성적도 떨어졌다. 결국 재계약도 불발됐다.

KIA는 또다른 대체 투수 파노니는 보류 명단에 넣었지만, 이번에는 파노니가 먼저 작별을 고했다. 파노니는 지난달 시카고 컵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어 빅리그 재도전에 나섰다. 파노니 입장에서도 KIA와 재계약 하는 것이 베스트 시나리오지만, KIA는 파노니를 보류 선수로 묶어놓은 상태에서 대체 선수를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라 2024시즌을 장담하기 힘들었다. 이번에는 파노니가 먼저 이별을 통보했다. KIA도 파노니의 마이너 계약 소식을 들었지만 손해가 큰 상황은 아니었다. 파노니와의 재계약보다도 가능하면 '에이스급' 새 투수 2명을 영입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보류권을 KIA가 가지고 있는만큼 인연의 끈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

파노니의 미국 컴백 확정으로 KIA는 무조건 외국인 투수 두자리를 모두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 신중, 또 신중을 기했다. 현재 대부분의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 3인 엔트리를 모두 확정했지만, KIA는 여전히 두자리가 남아있었다. 아직까지 외국인 계약을 못끝낸 구단은 KIA와 NC 뿐이다.

결국 해를 넘긴 시점. 하지만 KIA는 신중하게 계약을 추진했고, 마침내 7일 첫 외국인 투수를 발표했다. KIA 유니폼을 입게된 주인공은 메이저리그 출신 우완 투수 윌 크로우다. 1994년생으로 신장 1m85 체중 108kg의 탄탄한 체격을 갖추고 있다. 계약 조건은 계약금 20만달러, 연봉 60만달러, 인센티브 20만달러 등 총액 100만달러다.

메이저리그 커리어로는 최근 한국에 오는 신규 투수들 가운데서도 상위 레벨이다.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워싱턴 내셔널스의 2라운드, 전체 65순위 지명을 받았고 2020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이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팀을 옮겼고, 2021~2022시즌에는 빅리그에서 86경기에 등판했다. 2021시즌은 6선발급으로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26경기 등판(25경기 선발)해 4승8패 평균자책점 5.48의 성적을 기록했고 이듬해인 2022시즌에는 선발 경쟁에서는 밀렸지만 불펜으로 59경기에 나와 4승 10패 16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4.38을 기록했다.

2023시즌에는 어깨 부상 이슈가 있었다. 때문에 빅리그 등판이 5경기 뿐이었고 이후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마쳤다.

그래서 KIA가 더 꼼꼼하게 살펴보고 신중하게 계약을 했다는 후문이다. KIA는 올해 새 외국인 투수 계약에 있어서 메디컬 테스트도 '더블 체크'를 하고 있다. 미국에 있는 저명한 의료 기관에서 체크를 하고, 한국에 있는 연계 병원에서 추가로 체크를 한 후 최종 결과를 살핀다. 크로우의 경우 지난해 어깨 부상 이력이 있었으니 더 꼼꼼히 볼 수밖에 없었다. 여러 차례 신중하게 메디컬 테스트 결과를 살폈고, 문제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계약이 성사됐다. KIA 구단은 영입을 발표하며 크로우에 대해 "구위가 뛰어난 우완 투수다. 최고 구속 153km 빠른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가 위력적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 선발로 활약한만큼 경험이 풍부해 선발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영입에 있어서 걸림돌은 또 하나 있었다. 아시아 시장을 고려하는 크로우에게 영입 의사를 드러낸 팀은 KIA 뿐만이 아니었다. 또다른 일본프로야구 구단이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었다. 정확히 어느 구단인지는 크로우의 에이전시에서 공개하지 않았지만, 외국인 선발 자원 보강을 희망하는 몇몇 구단을 유추해볼 수 있었다. 다행히 '쩐의 전쟁'에서도 KIA가 이겼다. KIA는 치열한 영입전 끝에 협상을 통해 일본 구단과의 쟁탈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크로우와 사인을 하는데 성공했다.

추후 건강 문제가 다시 불거지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1선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투수다. 일단 지난해 문제가 됐던 어깨 통증이 지금은 완전히 사라진 상태고, 당장 새 시즌을 준비하는데 걸림돌은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 해당 부분이 다시 문제가 되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 특히 투수에게 있어 팔꿈치 통증보다도 무서운 것이 어깨 통증이다. 지난해 SSG 랜더스 에니 로메로의 경우 '에이스급' 투수로 평가 받았지만, 개막도 하기 전에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 등판 도중 어깨 통증이 발생하며 그대로 한국을 떠난 바 있다. KIA도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이지만, 더블 체크와 미국과 한국 전문 의료 기관의 철저한 분석을 통해 우려는 덜었다.

크로우를 영입하면서 일단 큰 산은 넘었다. 선결 과제 중 가장 큰 건을 해결했다. 심재학 단장은 "현재 뽑을 수 있는 풀 내에서는 좋은 투수를 데리고 온 것 같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최근 미국에서도 외국인 투수 뎁스가 얕아진 상황. 신규 영입 선수 100만달러 상한선이 있는 KBO리그 구단들의 경우 금액적인 부분에서 고민이 있다. 타자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NC가 현역 풀타임 선발 빅리거 에릭 페디를 데리고 온 것은 사실상 기적에 가까웠다. 이제는 마이너리그 최저 연봉도 인상됐고, 한국 무대에 대한 메리트가 많이 사라진 상황에서 '페디급' 선수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크로우처럼 최근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는데 부상 이력이 있어 빅리그 재진입이 어려운 선수들이 새로 데리고 올 수 있는 선수들 가운데는 최선이다.

최근 KBO리그에 입성한 외국인 선수들은 이전에 온 '에이스급' 선수들보다 소위 커리어가 떨어진다. 코로나19 펜데믹 여파로 수급 시장이 그만큼 좋지 않다. 오히려 선수들의 선택지가 늘어났다. 아시아 프로 리그 중에서도 일본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KBO리그는 자금력 싸움에서 이기는 것 역시 쉽지 않다. 한 구단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 선수 수급 상황을 두고 "리스트에 있는 선수들이 결정을 미루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오래 뛰고 재계약을 하는 것 조차 쉽지 않다. 삼성 라이온즈는 최근 데이비드 뷰캐넌과 재계약 협상이 결렬됐다. 지난 4시즌 동안 삼성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며 1선발 역할을 한 뷰캐넌이지만, 뷰캐넌 측이 요구하는 다년 계약에 풀베팅 금액 제시를 삼성이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삼성 역시 다년 계약을 포함한 최상의 조건과 대우를 내밀었지만 뷰캐넌은 답이 없었다. 메이저리그 구단의 오퍼를 받은 뷰캐넌은 결국 삼성이 제시하는 조건에 만족해하지 않았고, 삼성은 새 외국인 투수 데니 레이예스 영입을 발표하며 뷰캐넌과의 결별을 공식화했다.

이처럼 힘든 상황에서 KIA가 크로우급 투수를 데리고 온 것만으로도 기대치가 높다. 건강하기만 하면 S급 투수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KIA가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해결했지만 아직 고민이 끝나지는 않았다. 여전히 외국인 3인 엔트리 중 한자리가 비어있다. 또다른 외국인 투수 한명을 영입해야 한다.

사실 최근 계약 성사 직전까지 갔던 투수가 있다. 그런데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심재학 단장은 "한 투수와 계약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메디컬 테스트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래서 계약이 불발됐다"고 아쉬워했다. KIA가 올해 그 어느 해보다 꼼꼼하게 외국인 선수들의 몸 상태를 살피고 있기 때문에 '더블 체크'를 통과하지 못한 셈이다. 아쉽지만 나중에 문제가 생기는 것보다는 백번 낫다. 심 단장도 "시즌 중에 문제가 생기는 것보다는 차라리 계약 전에 문제가 발견하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최근 몇년간 외국인 선수들의 반복된 부상, 부진으로 손해가 막심했던만큼 올해만은 부상 없이 최대한 좋은 자원들로 팀을 꾸려보려는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래서 크로우와의 계약도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KIA는 남은 투수 한자리도 신중하게 뽑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후보군은 정해져있고, 협상을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관건이다. 심재학 단장은 "이미 알아는 봤다. 리스트는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건 막 서두를 문제는 아니다. 좋은 소식을 기다리시는 KIA팬들께는 죄송하지만, 이왕 늦은거 좀 더 신중하게 뽑으려고 한다. 스프링캠프 출국 전까지는 새 외국인 투수 계약을 마무리짓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KIA도 외국인 투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주면 충분히 대권에 도전해볼 수 있는 전력이다. 워낙 타선 구성이 좋고, 국내 선발진도 상당히 안정적이다. 지난해 부침을 겪었지만 여전히 건재하고 이닝이팅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양현종이 있고, 이의리와 윤영철 등 젊은 20대 선발 자원들이 훨씬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의리도 시즌 초반 부진을 스스로 극복해내고 후반기 반전을 만들어냈다. 시즌 최종 성적은 11승7패 평균자책점 3.96으로 2년 연속 10승에 성공했다. 시즌 종료 후 APBC 국가대표로도 뽑히며 한층 더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줬다. 윤영철도 성적만 놓고 보면 8승7패 평균자책점 4.04로 다소 아쉬웠지만, 5선발 정도의 몫은 충분히 해줬다. 또 아직 고졸 1년차 신인인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풀타임 1군으로 쌓은 경험치가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지난해 팀 사정상 롱릴리프로 뛴 임기영 역시 선발 준비가 가능하다. 외국인 투수들만 자리만 잡으면 성적이 날 수 있는 전력 구성이다.

2017년 통합 우승을 함께 일궜던 헥터 노에시 이후 외국인 투수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KIA가 올해는 유독 더 꼼꼼하게 선수를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사실상 외국인 투수들의 도움을 거의 안받고, 타선의 핵심인 나성범과 김도영이 부상으로 전반기를 거의 출전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뒷심을 발휘하며 마지막까지 5강 경쟁을 펼쳤다. 올해 큰 부상 없이 외국인 '원투펀치'로 로테이션 중심을 잡아준다면, 우승 도전도 가능하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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