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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우승]19년만의 첫 KS에서 최고령 MVP "오늘이 안지나면 좋겠다."

권인하 기자

입력 2021-11-19 00:00

19년만의 첫 KS에서 최고령 MVP "오늘이 안지나면 좋겠다."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과 KT 경기. KT가 시리즈 4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박경수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1.11.18/

[고척=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KT 위즈 박경수는 목발을 짚지 않고 단상으로 나왔다. 한국시리즈 MVP로 당당하게 트로피를 받았다.



KT의 대들보였던 그가 한국시리즈 MVP가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19년만에 처음 밟아본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한 그의 최선을 다한 플레이에서 절실함이 느껴졌다. 2차전 시리즈의 향방을 결정지은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 더블플레이와 3차전 결승 솔로포. 3차전 8회말 최선을 다해 수비를 하다 다친 오른쪽 종아리는 그가 모든 것을 다 바쳤음을 보여줬다.

4차전에 출전하지 않았음에도 모두가 알았다. 그가 MVP인 것을.

박경수는 "행복한 것을 넘어서 오늘이 안지나면 좋겠다"라며 우승과 MVP의 기쁨이 얼마나 큰지를 표현했다.

-경기 끝나기 전부터 표정이 심상치 않던데 울었나.

▶눈물이 고였는데 울지는 않았다. 유한준 형이 옆에 같이 있었는데 2아웃되면서 어깨를 치면서 수고했다고 하는데 울컥했다. 너무 좋다.

-타이브레이크때 보다는 안울었나.

▶그때 보단 덜 울었다. 시합을 안나가서 그러지 않았나 싶다.

-유한준과 포옹이 끝날 때까지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그렇게 기다려줄지 몰랐다. 사실 세리머니까지 끝나고 최대한 천천히 나가려고 했다. 포옹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누군가가 빨리 나와 애들 기다린다고 해서 보니 다들 쳐다보더라. 그때 뭉클했다. 감동받았다.

-우승하니 어떤가.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다. 행복한 것을 넘어서 오늘이 안지나면 좋겠다. 이 기분 그대로 계속 만끽하고 싶다.

-19년차에 한국시리즈하고 MVP가 됐는데

▶뽑아 주셔서 감사하다. 저를 주시면 스토리가 되는 것도 작용한게 아닌가 싶다. 진짜 인터뷰 용이 아니고 내가 잘해서 받은 게 아니라 팀 KT가 받았다고 생각한다.

-최고령 MVP인데.

▶MVP는 나이에 상관없이 최고의 상 아닌가. 이 최고의 경기에서 MVP 받은 것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

-예상했나.

▶MVP 후보라고 기사가 많이 나왔기도 했고,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었다. 근데 초반부터 재균이가 치고 나가더라. 재균이에게 농담으로 그만 쳐라고 말하기도 했다.(웃음)

-어제 실려갈 때는 어땠나.

▶내 자신에게 화가 너무 났었다. 왜 하필 이 시기에, 이 중요한 상황에 내가 다쳐야 될까는 생각도 들었다. 아픈 것도 많이 아팠지만 어떻게 해야 되지? 그런 게 있었다. 어제 허리 상태가 좋지는 않았다. 감독님과 코치님, 트레이닝 파트에서 매 이닝 계속 체크를 해주셨다. 상태도 괜찮았고 1점차라 괜찮다고 했다. 이 한국시리즈에 내가 원했던 게임에서 빠지고 싶지 않았다. 후회없이 했었고 누구보다 간절함이 있었다. 내가 빠지고 내 다음 선수가 후배들인데 그 부담을 주기 싫은 마음도 있었다. 나도 긴장이 되는 상황인데 후반 1점차에 더그아웃에 있다가 수비 나가면 얼마나 부담되겠나.

-신본기가 나갔는데.

▶너무 좋았다. 첫 게임 때 점수차가 있어서 8회에 바꿔주셨다. 계속 내가 나가겠다고 했는데 감독님께서 다른 선수들도 나가봐야하지 않겠냐고 하셔서 수긍했다. 그런데 본기가 나가서 삼진을 당하길래 내가 미안하다고 했었다. 아까 본기가 홈런 칠 때 더그아웃이 아니라 라커룸에서 아이싱을 하고 있었다. 본기가 "형"하고 들어와 안아주더라.

-한국시리즈 우승의 원동력은.

▶굉장히 많아서 딱히 꼽을 수는 없을 거 같다. 먼저 이 자리를 빌어 한화 이글스 정민철 단장님과 최원호 감독님, 한화 선수들께 감사하다. 저희가 게임 감각이 아예 없었는데 한화가 수원까지 원정와서 게임을 해주셨다. 너무 고맙더라. 마지막에 고참들이 최 감독님께 가서 인사를 드리기도 했지만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또한번 인사를 드리는게 예의인 것 같다. 그러면서 시리즈 들어갈 준비가 된 것이 아닌가. 그리고 시리즈에서 우리가 생각한 우리 팀의 장점이 모두 다 나왔다. 후반기에 투수들이 잘 버텨줬는데 타자들이 안좋았다. 근데 이번 시리즈에서는 선취점을 내고 추가득점을 하는 과정이 굉장히 내용이 좋았다. 그러면서 다같이 사기가 올라갔다.

-이강철 감독 말을 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우리 감독님은 선수들이 알아서 움직일 수 있게 끔 하시는 능력자신 것 같다. 특히 고참들을 움직일 수 있게 하신다. 자그마한 행동 하나로도 느낄 수가 있다. 그런 부분에서 감독님을 위해서 야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말년에 1할을 치고 한국시리즈 MVP를 받을 수 있는 퍼센티지가 얼마나 있겠나.

기회가 되면 말씀 드리고 싶은 게 있었다. 우리 팀은 감독님께서 고참들과 상의를 하면 우리 고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후배들 끌고 간다. 후배들이 워낙 좋은 친구들이라 잘 따라와줬다. 고참 역할이 쉽지 않고 어렵고 힘들다. 하지만 이런 경험있는 고참 선수들을 조금 더 후배들을 아우를 수 있고 좋은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해주시면 좋겠다. 그렇게 되려면 고참도 잘해야할 것이다. 그런 문화가 KBO리그에 많이 자리 잡으면 좋겠다.

-올해로 FA 계약이 끝나는데.

▶나에겐 선택권이 없는 것 같다. 구단과 잘 상의해보겠다. 선수로서 좀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그렇다고 고집을 피울 생각은 없다. 좋은 방향으로 구단과 상의 하겠다. 고척=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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