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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13년전 금메달인데... 현실과 마주한 한국야구. 수성의 부담이 아닌 도전의 패기가 필요할 때다

권인하 기자

입력 2021-08-07 17:18

수정 2021-08-07 18:18

13년전 금메달인데... 현실과 마주한 한국야구. 수성의 부담이 아닌 도…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동메달 결정전 대한민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경기가 7일 요코하마 야구장에서 열렸다. 대표팀 차우찬과 양의지가 팀의 패색이 짙어진 9회말 공격을 지켜보고 있다. 요코하마=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1.08.07/

[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이제 현실을 직시해야할 때다. 한국 야구의 현주소는 세계 정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전원 국내 프로 선수들로 구성한 한국 야구대표팀이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결정전마저 패하면서 4위에 그쳐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초반 0-4로 끌려가던 한국은 2-5로 뒤진 5회말 대거 4점을 뽑아 6-5로 역전하며 동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8회초 믿었던 마무리 오승환이 5점을 헌납하고 타선이 침묵하며 6대10으로 패했다.

한국은 일본과의 승자 준결승에서 패한 뒤 미국과의 패자 준결승에서도 졌고,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결정전까지 패하며 3연패하며 대회를 아쉽게 마무리했다.

한국은 대표팀이 구성될 때부터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마운드에서 확실한 에이스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대표팀을 이끌어왔던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등이 모두 미국으로 떠나면서 KBO리그에서도 외국인 투수를 뛰어넘는 1선발이 없었다.

한국은 약해보이는 마운드를 타선이 보완해줘야 하는 상황 속에서 도쿄로 출발했다.

초반엔 마운드가 어느 정도 버텨줬다. 원태인 고영표 김민우 이의리 등의 선발이 실점을 최소화했고, 불펜진에선 오승환과 조상우가 맹활약을 펼쳤다. 예상외로 타선이 터지지 않아 답답한 경기를 펼쳐야 했다. 특히 찬스에서 득점타가 나오지 않는 게 문제였다. 이스라엘전은 연장까지 가서 간신히 승리했고,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도 1-3으로 뒤지다 9회말에만 3점을 뽑아 4대3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일본과의 승자 준결승부터 우려는 현실이 됐다. 타선이 여전히 제대로 터지지 않으면서 그동안 간신히 막았던 마운드도 무너지기 시작한 것. 일본전서 2-2의 팽팽한 상황에서 8회 고우석이 3점을 내주면서 패했다.

미국과의 패자준결승에서도 한국은 선발 이의리가 내려간 뒤 6회말 대거 5점을 내주며 패했다. 최원준 차우찬 원태인에 조상우까지 냈지만 미국의 방망이를 막아내지 못했다.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결정전에서도 선발 김민우가 1회도 견디지 못하고 홈런 2개를 맞고 교체되며 초반부터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다. 차우찬 고우석 박세웅으로 5회초까지 5점을 줘 2-5로 끌려가던 한국은 5회말 타격이 폭발하며 4점을 뽑아 6-5로 역전했다.

6회초가 되자 김경문 감독은 조상우를 투입했다. 위기도 있었지만 잘 막아냈고, 7회까지 무실점 호투. 8회초엔 마무리 오승환을 올렸다. 남은 불펜을 쓰지 않고 오승환으로 2이닝을 막아 승리를 지키겠다는 것. 하지만 38세의 오승환도 마지막엔 힘이 달렸다. 홈런을 맞는 등 무려 5점을 주고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말았다.

승부처에서 불펜이 무너지고 말았다. 한국은 9회말 무사 2,3루의 추격의 기회를 얻었지만 이후 3타자가 모두 범타로 물러나 득점없이 4점차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한국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미국에 두번이나 지면서 동메달 결정전을 벌였고, 당시 일본을 이기며 동메달을 땄다. 그땐 동메달이 그렇게 값질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미국에 두번 지면서 결승에 오르지 못한 것이 큰 죄가 됐다.

그 사이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 WBC 2위의 영광이 있었고, 그만큼 팬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그리고 그 영광의 나날이 벌써 10년이 흘러 또 강산이 변했다.

한국은 2013 WBC와 2017 WBC에서 모두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프리미어12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하긴 했지만 갈수록 전력 약화를 체감했다.

그리고 올해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야구의 진짜 현실과 맞닥뜨렸다. 수성의 부담이 아닌 도전의 패기가 필요한 한국 야구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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