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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거나 무자비한’ 양석환, 육성선수 신인과 레전드급 베테랑을 상대한 두 가지 손 [결정적 순간]

정재근 기자

입력 2021-07-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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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거나 무자비한’ 양석환, 육성선수 신인과 레전드급 베테랑을 상대한…
프로 데뷔 첫 안타를 친 장지승의 등을 어루만진 양석환의 따뜻한 손. [대전=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육성 선수로 프로에 입단해 1군 데뷔 첫 안타를 친 한화 장지승이 1루에 나갔다. 기념구를 받아 한화 덕아웃으로 건넨 두산 1루수 양석환이 장지승의 등을 어루만지며 따뜻한 축하의 마음을 전했다.





한화가 4-3으로 앞선 9회초, 마무리 정우람이 등판했다. 902경기 출장, KBO 투수 최다 출장 신기록이다. 전광판에 축하의 메시지가 뜨자 홈팬들의 뜨거운 박수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신기록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컸을까? 정우람이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계속된 1사 만루의 위기. 양석환은 정우람의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재역전 쐐기 만루포가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4연패, 승률 5할 아래로 추락한 두산을 새로운 4번타자 양석환이 구해냈다. 반면 최고참 베테랑 투수의 신기록을 역전승으로 자축하려던 한화의 바램은 물거품이 됐다. 팀도 9연패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한화는 이날 패하고 말았지만 이 경기를 잊을 수 없는 선수가 한 명 있었다. 올해 육성선수 신분으로 한화에 입단해 27일 1군 무대에 데뷔한 외야수 장지승(23)이다. 30일 경기에서 첫 선발출장의 기회를 얻은 장지승은 다섯 번째 타석만에 프로 데뷔 첫 안타를 때려냈다.

한화 덕아웃으로 장지승의 첫 안타 기념구를 건넨 양석환이 장지승의 등을 어루만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첫 안타의 소중함을 아는 야구 선배의 후배 사랑. 승부를 초월한 순간이다.

둘 사이엔 공통점이 있다. 양석환은 야구 명문 신일고를 졸업했지만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동국대에 진학했다. 다행히 대학 2학년 때부터 기량이 급성장해 2014년 LG에 2차 3라운드 28순위로 지명됐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아쉬움이 컸던 LG에서의 5년 생활이었다. 올시즌 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양석환은 '복덩이'로 거듭났다.



장지승은 조금 더 드라마틱하다. 고교 동창 김혜성(키움)과 함께 2016년 동산고의 대통령배 우승을 이끌었지만 프로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성균관대에 진학해 4년 후인 2021 신인드래프트에 다시 도전, 또다시 고배를 마셔야 했다.



바늘구멍 같은 프로 지명에 건 미래의 불확실성. 장지승은 대학시절 공부도 열심히 해서 교직 이수 기회도 얻었다. 그래도 야구선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공부는 나이 들어도 할 수 있지만 운동은 젊어서만 가능하다는 생각, 후회를 남기기 싫었다. 장종훈, 한용덕 등 육성선수(연습생) 신화의 팀 한화의 테스트에 도전해 합격했다.



장지승은 퓨처스리그에서 곧바로 두각을 나타냈다. 타율 0.311 7홈런 북부리그 장타율 1위를 달리며 지난 26일 정식선수로 전환됐다. 27일 KT전에 앞서 1군에 콜업, 8회초 대수비로 1군 무대에 데뷔했다. 그리고 단 두 경기만에 첫 안타를 때려냈다.



'어렵게 어렵게' 프로 무대에 올라온 후배를 격려한 따뜻한 손, 대기록을 세운 베테랑 투수에게 비수를 꽂은 무자비한 손. 두산의 4번타자 양석환이 한 경기에서 보여준 결정적 두 번의 순간이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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